빅파마의 차세대 치료제 플랫폼 쟁탈전글로벌 규제 변화와 신기술 진입 기회모달리티 전략으로 기업 가치 급부상
요즈음 제약바이오 기사를 읽다 보면 갈수록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모달리티(Modality)'다.
모달리티란 보건복지부의 설명을 참고한 사전적 의미로는 "약물의 구조, 작용 기전, 전달 방식 등 특정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 유형"을 뜻한다. 하지만 주식 시장과 산업의 관점에서 더 쉽게 풀이하자면 약의 '형식' 또는 치료를 구현하는 '그릇'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가 분류하는 저분자 화합물, 단클론항체, 펩타이드, 백신 등이 모두 모달리티의 한 종류다.
기전이 '경로'라면, 모달리티는 '이동수단'
기사에서 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핵산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 같은 생소한 표현이 나오면 우선 각 회사가 어떤 형식의 치료제를 만들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약의 정체성을 가르는 것이 '모달리티'라면, 그 약이 몸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기전'이다. 교통에 비유하자면 질병을 고치기 위해 어떤 길로 갈 것인지 정하는 경로가 '기전'이고, 그 경로를 달리기 위해 자전거를 탈지, 기차를 탈지, 비행기를 탈지 결정하는 이동 수단이 '모달리티'인 셈이다. 같은 질환(목적지)을 겨냥하더라도 어떤 모달리티(이동 수단)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개발 전략, 생산 체계, 그리고 규제 당국의 심사 방식까지 완전히 달라진다.
빅파마는 왜 후보물질 대신 '모달리티'를 쇼핑할까?
최근 모달리티가 중요해진 이유는 신약 산업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신약 모달리티 파이프라인 가치는 1970억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으며, 전체 파이프라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까지 확대됐다. 신규 모달리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라 이미 막대한 자금이 몰리는 '현재 진행형' 경쟁 축을 형성한 셈이다.
특히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의 인수합병(M&A) 흐름을 보면 이러한 변화가 더욱 선명해진다. 빅파마는 대개 좋은 '후보물질' 하나를 사는 것을 넘어, 차세대 '모달리티 플랫폼' 자체를 통째로 사들이는 거래를 선호하는 편이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체내에서 면역세포를 직접 재설계하는 세포치료 기술을 보유한 '켈로니아 테라퓨틱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차세대 세포치료 모달리티 확보를 위한 것으로, 최대 약 70억달러(약 10조3000억원) 규모 계약이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RNA 치료제 개발기업 애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Avidity Biosciences)를 총 120억달러(약 16조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인수를 완료하며 근육 표적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 플랫폼을 확보했다.
▲로슈는 지난해 1월 총 15억달러 규모의 '포세이다 테라퓨틱스' 인수를 완료했다. 해당 인수를 통해 공여자 유래 기성품형 세포치료 플랫폼 확보에 성공했다.
실제 거래 지출액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신약 모달리티 거래 지출액은 약 1700억달러(약 252조원)에 달했고, 전체 거래의 75% 이상이 항체 치료제에 집중됐다. '어떤 표적을 노리느냐' 못지않게 '어떤 형식의 치료제를 손에 넣느냐'가 글로벌 자본 이동의 핵심 잣대가 된 것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에 열린 기회의 창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같은 규제 기관도 차세대 모달리티를 기존 의약품과 분리해 별도의 가이드라인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과거 화학 합성 방식의 '저분자 화합물' 중심이던 의약품 심사 기준으로는 차세대 모달리티의 복잡성과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기에 아예 맞춤형 평가 시스템을 새로 짜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차세대 모달리티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글로벌 규제 당국마저 신약을 평가하는 규칙 자체를 바꾸게 만들 만큼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핵심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바이오 업계에도 중요한 기회로 작용한다. 빅파마가 모든 초기 연구를 내부에서 해결하기보다 외부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경향이 있어서다. 특정 모달리티에서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플랫폼 기술을 가진 벤처 기업일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협상력이 크게 높아진다. 최근 중국 바이오 기업이 역대 최대 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거래를 주도하는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이다.
국내 기업을 다루는 기사에서 "멀티 모달리티 전략", "신규 모달리티 확보", "차세대 모달리티 OO 플랫폼 확보"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면, 이는 해당 기업이 단순히 신약 후보물질 개수를 늘리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치료제의 근본적 형식과 이동 수단을 얼마나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모달리티를 이해하면 복잡해 보이는 제약바이오 기사 속에서 기업의 성장 가치가 훨씬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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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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