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가수 지드래곤의 히트곡 '삐딱하게'에 등장하는 이 가사는 자동차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철옹성처럼 국내 승용차 판매 1위를 지키던 현대차그룹의 아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 상위권은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국산차 시장의 주도권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테슬라가 국내 판매 1위에 오르며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국산차 천하'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한때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독무대였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선전한다고 해도 점유율 일부를 나눠 갖는 수준에 그쳤을 뿐, 국산차 판매량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테슬라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판매 순위 상단을 위협하고, 중국 BYD까지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국산차 업체들이 마주한 경쟁 환경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한 사건은 단순한 월간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국산차와 수입차를 구분해 선택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브랜드와 서비스망, 유지보수 편의성이 국산차의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소비자들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차량의 출신 국가보다 소프트웨어 성능과 사용자 경험, 충전 인프라, 자율주행 기능이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대표적인 사례다. 차량 품질 논란이 반복됐음에도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테슬라를 선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기존 제조사와는 접근 방식이 다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와 수준이 다른 반자율주행(FSD) 등 서비스 경험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의 강점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더 큰 변수는 중국 업체들이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차는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공급망 경쟁력을 무기로 성장한 중국 업체들은 이제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의 주역이 됐다. 한국 시장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물론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경쟁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엔진과 변속기, 승차감이 승부처였다면 이제는 AI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역량이 시장 판도를 좌우한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대규모 AI·자율주행 개발자 채용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자동차 회사가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앞으로의 경쟁 상대는 토요타나 폭스바겐만이 아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 그리고 중국의 소프트웨어 기업들까지 포함해야 할 시간이다.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국산차 천하가 영원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시장 점유율은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되찾기 쉽지 않다. 테슬라의 이번 정상 등극은 일회성 이벤트로 보이지 않는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다. AI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앞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1위 등장은 단순한 판매 기록이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에 던져진 경고장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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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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