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환급 절차 본격화에이피알·달바글로벌 등 현금 유입 기대감수출 구조·심사 속도 따라 실질 효과 달라질 전망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사법 판단 이후 국내 화장품 업계에 '관세 환급'이라는 변수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다만 이는 확정된 이익이 아니라 일정 요건 충족 시에만 실현되는 잠재적 기회라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대한 일괄적 수혜로 해석하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이 과거 일부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최근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해당 관세를 실제 부담한 기업들에 한해 환급 가능성이 열렸다. 이에 따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환급 절차에 착수했고 통합 처리 시스템인 CAPE(통합 처리 체계) 1단계를 가동하며 일부 신청 접수를 시작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전체 환급 규모가 약 1660억달러(약 24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 절차는 초기 단계로, 환급 대상 범위와 실제 지급 시점은 개별 심사와 추가 행정·사법 판단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수혜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표 업종은 화장품 등 소비재다. 반도체·자동차·철강과 달리, 화장품은 과거 상호관세를 실제 부담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내 직판 구조를 구축한 기업들은 DDP(관세지급인도조건) 방식으로 관세를 직접 납부했을 가능성이 높아 환급 신청 자격을 갖출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두 기업 모두 미국 법인을 통한 직접 판매 비중이 높은 구조를 갖고 있어, 통관 과정에서 발생한 관세 비용을 자체 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현재 이들 기업은 관련 자료를 정비하며 환급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관세 환급이 최종 확정될 경우 관련 금액은 영업이익에 반영될 예정"이라며 "다만 환급 절차와 시점에 따라 일괄 반영이 아닌 기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으며, 구체적인 반영 시기와 계정 분류는 회계 기준과 내부 검토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환급금이 영업이익으로 반영될 경우, 이미 높은 성장세를 보인 수익성이 추가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환급 규모와 추가 환급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회사 측은 "현재 관세 환급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며 향후 시스템 정비 일정에 맞춰 순차적으로 신청할 예정"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금액이나 추가 환급 규모는 현 시점에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CAPE 1단계가 최근 수입신고 건에 한정된 만큼, 과거 물량은 후속 단계에서 별도로 다뤄질 예정이라는 점도 변수다.
확보될 자금은 단기 비용 보전보다 성장 투자에 우선 투입될 전망이다. 에이피알은 환급금을 특정 사업에 한정하지 않고 연구개발(R&D)과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고르게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인수합병(M&A)에 나서기보다는 기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해당 자금은 특정 용도에 한정하기보다는 R&D와 마케팅 등 사업 전반에 걸쳐 균형 있게 활용할 계획"이라며 "현재 기준으로 별도의 M&A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유입 자금은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물류와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관세 영향은 현재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향후 환경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바글로벌도 관세 환급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환급금의 경우 일회성인 만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를 일시적 실적 개선에만 연결하기보다 미국 편중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고른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환급 이슈를 '추가적인 재무 여력 확보 기회'로 평가하면서도 과도한 기대는 경계하는 분위기다. 우선 모든 화장품 기업이 동일한 수출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유통사나 현지 파트너를 통한 판매의 경우 관세 부담 주체가 해당 기업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또 환급이 인정되더라도 과거 거래 건별로 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실제 현금 유입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회계적으로도 일회성 수익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전략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 확대 과정에서 감수했던 비용이 다시 투자 재원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확보된 자금을 기반으로 동남아·유럽 등 글로벌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관세 환급 이슈는 일부 기업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기회 요인'에 가깝다. 업계 전반의 구조적 변화로 단정하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수출 구조와 통관 방식에 따라 영향이 달라지는 변수로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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