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 구조, 가격 싸움에서 경험 중심으로 전환프리미엄 여행 수요, 단거리·장거리 가리지 않고 성장여행업계&유통계, 하이엔드 상품으로 고객 유치 강화
여행업계의 상품 포트폴리오가 재편되고 있다. 과거 송출객 수 확대에 집중하며 저가 패키지 중심의 박리다매 전략을 펼쳤던 여행사들이 최근에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프리미엄 상품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방어가 중요해진 환경에서 평균판매단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고가 상품이 핵심 전략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는 위축되기보다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여행 시장에서도 '가격'보다 '경험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수요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업계 입장에서도 저가 상품 여러 개를 판매하는 것보다 프리미엄 상품 한 개를 판매하는 것이 마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선택관광과 쇼핑 중심의 기존 패키지 구조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고급 숙박·항공·콘텐츠를 결합한 '완성형 상품'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전환은 장거리 노선에서 가장 먼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장거리 여행일수록 이동 피로와 체류 경험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과 고급 리조트를 결합한 상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나투어의 하이엔드 여행 브랜드 '제우스월드(Zeus World)'는 최근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기존 오더메이드 기반 초고가 맞춤형 여행에서 한발 더 나아가 프리미엄 패키지와 자유여행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고객 목적과 여행 형태에 따라 ▲초고가 맞춤형 상품 ▲하이엔드 서비스를 결합한 럭셔리 패키지 ▲항공·호텔·현지투어 중심의 셀렉티브 상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세분화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일부 고객에게 한정적으로 제공되던 최고급 서비스를 패키지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하나투어가 프리미엄 여행을 더 이상 소수 VIP 전용 시장이 아니라 수익성 높은 성장 영역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번 리뉴얼은 기존 오더메이드 중심에서 나아가 럭셔리 패키지와 자유여행까지 아우르는 브랜드 확장의 출발점"이라며 "변화하는 럭셔리 여행 트렌드에 맞춰 차별화된 하이엔드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랑풍선은 '호주 시드니·피지 8일 세미패키지'를 선보이며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과 피지 인터컨티넨탈 리조트 스위트룸 숙박을 결합해 이동과 체류 전반의 품질을 끌어올렸다. 시드니의 도시 관광과 피지의 프라이빗 휴양을 결합한 구성으로, 핵심 관광은 유지하면서도 자유시간을 넉넉히 배치해 세미패키지 특유의 유연성을 살렸다. 특히 장거리 노선에서 수요가 높은 허니문 시장을 겨냥해 '많이 보는 여행'보다 '덜 피곤하고 더 편안한 여행'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최근 프리미엄 패키지 시장의 변화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최근 허니문 고객들은 이동의 편안함과 여행의 완성도를 동시에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도시 관광과 휴양을 결합해 한 번의 여행으로 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점차 단거리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 패키지처럼 가격 경쟁이 치열했던 영역에서도 고급화 전략이 통하고 있다. 교원투어 여행이지가 출시한 '프라임 도쿄 4일' 상품은 숙박과 미식, 일정 구성 전반을 고급화한 것이 특징이다. 하코네 조각의 숲 미술관, 프라이빗 노천탕, 가이세키 디너 등을 결합해 단거리에서도 '완성도 높은 체류 경험'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100만원 중후반대 가격에도 높은 판매 성과를 기록하며 단거리에서도 프리미엄 수요가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하이엔드 큐레이션 기반 상품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프리미엄 여행 수요 확대는 면세점과 유통업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고가 여행을 선택하는 소비자일수록 캐리어, 트래블 백 등 관련 상품에서도 고급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하이엔드 캐리어 브랜드 '디커빈'과 기능성 트래블 브랜드 '패리티'를 도입하며 출국 전 쇼핑 수요 선점에 나섰다. 여행용 캐리어와 트래블 백이 패션잡화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은 점도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여행 준비 단계에서 필요한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상품을 확대해 출국 전 쇼핑 경험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행업계의 경쟁 구도가 '얼마나 싸게 파느냐'에서 '얼마나 비싸게, 설득력 있게 파느냐'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프리미엄 상품 확대는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니라 항공·숙박·일정·콘텐츠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를 끌어올리는 상품 설계가 핵심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패키지 시장이 송출객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적은 고객을 유치하더라도 객단가와 수익성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프리미엄 상품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며 "고물가와 소비 양극화가 맞물리면서 여행사들도 더 이상 저가 경쟁만으로는 수익을 방어하기 어려워졌고, 결국 항공·숙박·현지 일정 전반의 질을 높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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