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자회사 상장 구조, 주주권 보호로 전환한국거래소·금융위, 실질적 심사 강화 방안 발표이해상충 최소화와 자본시장 체질 혁신 추진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온 중복상장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했다. 지배주주의 경영권 유지와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던 기존 관행을 손보고 일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학계·금투업계·기업 관계자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 가치의 이중 산정을 방지하는 원칙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간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엄격한 사전 심사를 통과한 경우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밝혔다.
발제를 맡은 나현승 고려대 교수는 한국 시장의 중복 상장 비중이 시가총액 기준 약 18%에 달해 미국(0.35%) 등 주요국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자회사가 상장될 경우 모회사의 주가는 상장 후 6개월간 평균 11%, 중앙값 기준으로는 16% 넘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유상증자 대신 자회사 IPO를 선택하는 배경에는 지배주주의 지분 희석 없이 외부 자금을 조달하려는 인센티브가 작동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 성과에 대한 소유권과 의결권을 박탈당하는 이해 상충 문제에 직면한다"고 짚었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중복 상장을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심사 기준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자회사가 모회사 없이도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와 상장 과정에서 주주 보호 노력이 충분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자회사가 주력 제품이나 매출처를 모회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지, 인사와 의사결정 체계가 독립적인지를 집중 점검할 것"이라며 "특히 상장의 불가피성을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주주 간담회나 설문조사 등을 통해 도출된 주주들의 동의 여부를 심사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세부적인 규제 수위와 적용 방식을 두고 의견이 나뉘었다. 투자자 측을 대표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배제한 '일반 주주 과반 동의(MoM)'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며 "기존에 이미 상장된 기업들에 대해서도 일본처럼 중복 상장을 해소해 나가는 체계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업 측과 벤처 업계는 규제의 일관성 있는 적용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벤처·혁신 기업을 인수한 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라며 "M&A를 통한 중복 상장까지 일률적으로 막는다면 모험 자본의 회수와 재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춘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도 "주주 동의 여부만으로 상장 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법적 정합성 측면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이 단순히 체크리스트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는 없지만 기업이 먼저 주주 보호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주주 충실 의무의 시작"이라며 "오늘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벤처 생태계 영향과 주주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고 우리 자본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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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hkkim82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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