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K-신약, 임상 늘고 허가 본게임···2년 만에 美 신약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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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신약, 임상 늘고 허가 본게임···2년 만에 美 신약 나올까

등록 2026.02.12 17:09

이병현

  기자

HK이노엔·HLB 등 NDA 잇따라 제출임상 성과와 상업화 가능성으로 업계 이목 집중글로벌 제약 환경·FDA 정책 변화 '변수'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미국 시장 공략 국면이 '임상 진입 확대'에서 '허가 신청'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은 국산 신약 후보물질이 늘며 우리 기업의 저변이 넓어졌다면, 올해는 신약허가신청(NDA) 제출이 잇따르면서 상업화 관문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2024년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글로벌 제품명 라즈클루즈) 이후 이어진 국산 신약 FDA 승인 공백이 올해 끊길 가능성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FDA 승인을 받은 국산 신약은 2003년 LG생명과학의 퀴놀론계 향균제 '팩티브' 이후 총 9종이다. 특히 최근엔 ▲한미약품 '롤론티스'(2022년) ▲셀트리온 '짐펜트라'(2023년) ▲GC녹십자 '알리글로'(2023년) ▲유한양행 렉라자(2024년)가 승인을 받으며 연속 3년 미국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HLB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이 '2수' 만에 FDA 문턱을 넘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병용요법 물질인 '캄렐리주맙'의 제조공정(CMC) 관련 문제로 두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며 무산된 바 있다.

올해 초 시장의 시선은 다시 실제 허가 신청에 나선 기업에 쏠리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NDA를 FDA에 제출했다. 케이캡은 국산 제30호 신약으로, 미국 환자 2000명 이상이 참여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기존 1차 치료제인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대비 임상적 우월성을 보였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업계에서는 케이캡이 패썸(Phathom)의 '보퀘즈나'에 이어 두 번째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치료제로 등극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곽달원 HK이노엔 대표는 "국산 신약 케이캡이 미국에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신약 허가 절차를 밟게 됐다"며 "글로벌 베스트 인 클래스(Best in class, 계열 내 최고)제품으로써 유럽 수출 및 일본 개발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HLB는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으로 '3수' 도전에 돌입했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와 파트너사 항서제약은 지난달 각각 리보세라닙 NDA와 캄렐리주맙 BLA(생물의약품허가신청)를 FDA에 제출했다. 두 약물은 그간 병용요법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회사 측은 이전 심사 과정에서 제시된 보완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입장인데, 올해는 결과로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동건 엘레바 대표이사는 "파트너사인 항서제약과 긴밀히 협력해 제조시설 실사를 포함한 심사 전 과정에 끝까지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FDA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목표하는 성과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HLB는 같은 달 담관암 신약 후보물질 '리라푸그라티닙'의 담관암 2차 치료제에 대해서도 NDA를 요청하며 허가 트랙을 넓혔다. 리라푸그라티닙은 지난 2023년 10월 FDA에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지정받은 물질로, 임상 2상 결과를 근거로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Pathway)을 신청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본심사 착수(acceptance of filing)를 통보받은 상태로, 최종 허가 여부는 최장 7월 23일 내로 결정될 예정이다.

허가 신청이 본격화한 가운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임상 진입 확대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미약품의 차세대 비만 치료 후보물질 'HM17321'과 종근당의 ADC 기반 항암 후보물질 'CKD-703' 등이 FDA IND 승인을 받으며 미국 임상 진입을 확대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넥스트큐어가 공동 개발 중인 ADC 기반 항암 후보물질 'LNCB74'는 지난해 1월 글로벌 임상 1상 첫 환자 투여 완료 후 같은 해 11월 고용량군 코호트 추가 승인을 받았다.

올해 들어선 임상 1상 IND 승인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파마리서치는 최근 나노 항암제 후보물질 'PRD-101'에 대한 임상 1상 승인을 받았고, '리쥬란'으로 알려진 기존 주력 에스테틱 사업을 넘어 항암 치료제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그림을 제시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ADC 'ABL206' 임상 1상 승인을 확보했고, 또 다른 이중항체 ADC 후보 'ABL209'의 임상 1상을 위한 IND를 지난달 30일 FDA에 제출하며 후속 파이프라인을 이어갔다. 두 물질은 에이비엘바이오가 미국에 설립한 이중항체 ADC 임상 개발 전문 바이오 기업 네옥 바이오가 임상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임상 1상은 2026년 중반에 시작해 2027년에 초기 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의약품(RPT) 후보물질 'SKL35501'과 영상진단제 'SKL35502' 임상 1상 승인을 통해 '세노바메이트' 중심의 중추신경계(CNS) 사업에 더해 RPT를 차세대 항암 파이프라인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비보존은 경구용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 'VVZ-2471'의 IND 승인을 기반으로 비아시아권 흡연자 대상 인종 간 약물동태 차이를 확인하고, 통증 외 중독성 질환 영역을 향한 확장 가능성까지 평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글로벌 임상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 파이프라인이 다변화되면서 업계가 꼽는 다음 관문은 데이터 확보다. 초기 임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용량 증대 연구(에스컬레이션)에서 의미 있는 초기 유효성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후속 개발 속도와 파트너링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할 경우, 미국 내 의료 수요와 처방 환경에서 통할 만한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환경 역시 변수로 꼽힌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FDA는 총 46개 신약을 허가했지만, 이 가운데 한국 의약품은 없었다. 신약 허가 건수 자체도 2023년 55개, 2024년 50개에서 감소했는데, 업계에서는 트럼프 정부 들어 이뤄진 FDA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으로 전 단계에서 속도가 느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 FDA 인력이 줄며 승인을 비롯한 모든 절차가 느려진 상태였다"면서 "올해 개선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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