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사에서 예고된 '에너지 정책'···'친환경→화석연료' 중심 변화IRA 등 폐지 가능성도···한화솔루션 등 韓 기업 보조금 수령 규모 축소미·중 패권전쟁 '기회'···"보조금 축소냐, 반사이익이냐" 대응 마련 고심
기후 위기를 '사기'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은 에너지 업계에 일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탈탄소 흐름에 따라 선제적으로 투자를 늘려가던 국내 신재생에너지업계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친환경→화석연료' 예고된 정책 변화···'석유 재벌' 에너지장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시작된 '트럼프 2기'의 에너지 정책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트럼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에너지부 장관에 '석유 재벌'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바로 전날(15일)엔 노스다코타 주지사인 더그 버검을 차기 내무장관과 동시에 신설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 크리스 라이트는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한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에서 "크리스는 에너지 분야의 선도적인 기술자이자 기업가"라며 "그는 원자력·태양열·지열·석유·가스 분야에서 일해왔다.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촉진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지정학을 변화시킨 '셰일가스 혁명'의 선구자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7년 1기 정부 출범과 동시에 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공공연히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공격했다.
이 두 사람도 모두 '화석연료 확대' 지지자로서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을 최일선에서 주도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이로 인해 향후 트럼프 정부에서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확대가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태현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과장은 "트럼프가 당선되고,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기후정책 기조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 중심에서 석유·가스·원자력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RA 폐지에 쏠리는 눈···'1조원대' 보조금 향방은?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공약에서 밝힌 에너지 정책은 '반(反) 친환경에너지'로 분명하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전환과 태양광·풍력 에너지 등 저탄소·청정에너지 전환을 독려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가 있다. 앞서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위가 공화당과 함께 IRA상의 전기차 보조금 조항 폐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이미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손꼽히는 독일 RWE는 트럼프 당선 이후 550억 유로(약 81조원) 규모의 투자 축소를 결정했다.
미하엘 뮐러 RWE 재무책임자는 "이번 대선 결과로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실행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유럽과 영국의 친환경 투자 시점도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전했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친환경 기업들도 트럼프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 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현 과장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경우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나리오별 수주 전략과 현지 생산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화솔루션은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한 '솔라허브'를 통해 연간 1조원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올해 IRA에 따른 AMPC(첨단제조세액공제) 수혜액은 ▲1분기 966억원 ▲2분기 1468억원 ▲3분기 1216억원으로, 총 3650억원이다. 한화솔루션이 올해 제시한 AMPC 가이던스는 5000억~6000억원 수준이다.
만약 IRA가 폐기될 경우 선제적으로 미국에 투자를 크게 늘렸던 한화솔루션의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친환경 에너지 관련 분야의 수혜지역이 대부분 공화당 지지층임을 고려하면 IRA 보조금 완전 철폐는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수혜 범위나 보조금 축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트럼프는 IRA 폐지·축소를 주장하고 있어 미국 내 태양광 패널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 중인 한화솔루션 등 국내 기업의 보조금 수령 규모 축소가 예상돼, 태양광 산업 투자 위축·성장 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전·중국' 불확실 속에도 길은 있다
화석연료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트럼프 2기의 정책 기조는 연쇄적으로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위축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이 파리협정을 탈퇴하더라도 탄소중립을 위한 글로벌 움직임이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겠으나, 미국이 리더십이 상실되면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과 노력은 현재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에너지 전환은 후퇴가 아닌 속도 조절"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친환경 투자가 위축되는 가운데 보조금이 축소되더라도 선제적으로 투자를 늘린 한국 기업이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미국과 중국간 패권 경쟁 속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내에서 재생에너지 투자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랫동안 제기됐으나, 부시 대통령 이후 거의 모든 정권에서 꾸준하게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확대됐다"며 "이런 장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태양광 전 밸류체인 생산이 가능한 만큼 새 정권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태양광은 수요 측면에서 다소 불리할 수 있으나, 미국 내 밸류체인을 가진 업체들을 오히려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화솔루션은 불리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악재와 호재가 혼재하는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국내 친환경에너지 업게들도 트럼프 당선 직후 정부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대응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의 변화 등에 집중해 시장 분석을 하고 있다"며 "미국에 집중하는 전략에는 IRA 존재 여부가 자극제는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 전략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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