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모친 우호 세력 견제 심화···재단에 엄포 상속세 납부 앞두고 재원 출처 의혹 제기 '가족 봉합' 외친 임종훈, 3자 연합 고소
업계에서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임시 주총에서는 경영권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안건들에 대해 표결이 이뤄진다.
'재단' 걸고넘어진 형제, 개인주주 앞세워 고소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형제들은 송영숙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꼽히는 가현문화재단 및 임성기재단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본인이 최대 주주로 있는 코리그룹 한성준 대표를 앞세워 지난 13일 송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박재현 대표는 송 회장측 사람이다.
한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주식 수십주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주주이지만 임 이사측 인사인 만큼 이번 고소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고발장에서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 없이 송 회장과 박 대표의 지시로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약 120억원을 기부한 행위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기부행위가 가현문화재단이 주주총회에서 송 회장 측에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며, 이는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 대신 송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기부 행위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얘기다. 가현문화재단은 20년 전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과 송 회장이 설립한 공익재단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임성기 재단은 3.07%를 보유했다.
임종훈 대표는 지난 7일 중장기 성장전략 발표를 위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두 재단을 향해 "공정하고 중립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가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압박을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임 대표는 두 재단이 한미사이언스를 비롯한 각 계열사의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만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쪽에 치우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8000억' 재원 출처 두고 공방
임종훈 대표가 한미약품그룹의 중장기 성장을 발표할 당시 3자 연합 측은 8000억원에 달하는 재원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자금 조달 방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상증자, 지분 매각 등의 방식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크게 희석시키는 조달 방식이고, 동의하지 않은 방법으로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독재 경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미사이언스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바 있다. 다만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은 불법의 소지가 있고,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하면 고려아연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3자 연합은 주주들에게도 "주주 희생을 강요하는 유상증자 시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경험 없는 형제들이 휘두르고 있는 한미사이언스의 독재 경영이 큰 문제다.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을 지주사가 위력을 동원해 업무를 방해하고, 배임, 횡령에 가까운 비용 지출을 마음대로 하고 있다. 주주들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임종훈 대표는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3자 연합과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업체를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 했다. 3자 연합이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회사 로고를 도용함은 물론 거짓된 정보로 주주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종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 대표측은 3자 연합 측 대리업체들이 주주들을 방문하면서 제공한 인쇄물과 명함 등에 한미사이언스 회사로고 등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또 이들이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에 대해 명예훼손성 비방을 하고 국민연금 등 정부 기관까지 인용해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당한 주주 관리 및 주주총회 운영, 진행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임 대표측 설명이다.
'가족 간 화합' 어디로?
형제가 모친을 고소하면서 이들이 약속했던 '가족 간 봉합'도 요원해지고 있다. 이미 임 대표는 지난 5월 공동 대표였던 송 회장을 해임시키고 임종훈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임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쟁을 빨리 끝내고 가족끼리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일과 사업은 분리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상속세 납부일이 다가오자 "송 회장에게 대여한 돈을 받지 못해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앞서 임 대표는 전날(14일) 보유 주식 105만주를 거래시간 마감 후 장외거래로 매각했다. 이번 매각으로 임 대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9.27%에서 7.85%로 감소했다. 다만 임시 주총에서 행사할 지분율(9.27%)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자녀들의 주식까지 담보로 잡아 마련한 296억여원을 송 회장에게 대여했지만, 송 회장은 돈이 생기면 갚겠다며 상환을 미뤘다고 했다.
임 대표는 "이번 주식 매각은 지난 5월 3일 한미그룹 오너 일가가 공동으로 국세청에 제출한 납부 기한 연장신청 시 밝혔던 외부투자유치 불발 시 상속세 납부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다수의 외부투자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가족들만 합의하면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약 전 단계까지 협상을 진전시키기도 했지만 3자 연합 결성 이후 투자유치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량을 시간 외 블록딜로 매각했다"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주주들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오너일가는 이날(15일)까지 4차 상속세분인 740억원을 납부해야 했다. 당초 3월 만기 될 예정이었지만 이날까지 8개월 연장했다. 임종윤 사내이사는 지난 3월 자신의 몫을 먼저 납부했고, 송 회장(400억원), 임 부회장(200억원), 임종훈 대표(140억원)는 이날 상속세 납부를 완료했다.
현재 남은 상속세는 약 1800억원이다. 상속세 문제는 연대책임이기 때문에 네 명의 구성원이 함께 풀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형제가 모친을 고소한 것을 두고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회사 관계자는 "가족끼리 고소 고발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고 회사와 업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 (형제측을 고소할 만한) 위법행위들이 충분히 있지만 송 회장이 맞고소하거나 하는 등의 대응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오는 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3자 연합이 제시했던 대로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안건과 ▲신동국 회장, 임주현 부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다뤄진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4 대 5로 형제 쪽에 기울어져 있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5대 6으로 재편돼 대주주 3자 연합이 우세해진다.
다만 11명으로 2명을 늘리는 정관변경은 특별결의 안건이기 때문에 임시 주총에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동의가 필요하다. 이 안건이 통과되지 않으면 3인 연합 측과 형제 측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이사 수는 5:5가 돼 갈등이 유지될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 비중을 보면 신 회장이 14.97%, 임 부회장, 송 회장이 각각 8.11%, 5.70%를 보유했다.
임종윤 이사는 12.46%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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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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