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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강성훈 알츠하이머 예방센터장 "치매 신약 상륙, 판도 바뀔 것"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인터뷰

강성훈 알츠하이머 예방센터장 "치매 신약 상륙, 판도 바뀔 것"

등록 2024.11.15 13:58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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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켐비' 내달 2일 발매, 경증 환자 '근본적 치료'대표 부작용은 '알러지·아리아'···"대증치료 가능""다학제적 접근 필요할 것, 약값·진단비는 부담"

강성훈 고대구로병원 알츠하이머 예방센터장. 사진=고대구로병원 제공강성훈 고대구로병원 알츠하이머 예방센터장. 사진=고대구로병원 제공

"치매 전 단계에서의 관리가 정말 중요하지만 마땅한 약제가 없었습니다.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등장으로 한 가지 무기가 생겼다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성훈 고려대 구로병원 알츠하이머 예방센터장(신경과 교수)은 지난 14일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신약 도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레켐비'가 내달 2일 국내에 발매된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지 6개월 만이다. 현재 미국·일본·중국은 이미 시판을 시작했고, 영국과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도 초기 알츠하이머병과 경도인지장애 치료용으로 승인받았다.

레켐비 효과, '조기 진단'이 좌우


레켐비 출시 일정이 가까워지면서 국내 임상 현장도 분주하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는 인지 기능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치료제와 인지훈련, 생활습관 개선 등에 기댈 수밖에 없어 근본적 치료가 어려웠다.

반면 레켐비는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항아밀로이드 항체치료제다. 알츠하이머병 원인 단백질을 제거해 병세 진행을 늦춘다. 질병의 진행 속도를 감소시키고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의약품은 레켐비가 최초다.

뇌 내 '아밀로이드 베타'(Aβ) 응집체와 원섬유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이들을 제거하는 매커니즘을 기반으로 한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응집돼 단백질 찌꺼기(플라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찌꺼기는 신경 세포 손상과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단백질은 환자들이 기억력 저하와 같은 초기 증상을 느끼기 약 20년 전부터 뇌 내에 축적이 이뤄진다.

레켐비는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치료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이에 고려대구로병원은 정밀한 진단 프로세스를 통해 조기 진단을 돕고 레켐비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알츠하이머 예방센터'를 개설했다.

치매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자기공명영상(MRI), 신경심리검사, ApoE(아포지단백질) 유전자형 검사 등 여러 검사를 통해 진단하는데, 기존에는 3~4가지 검사를 받는 데만 2~3달 이상 소요됐다. 센터는 이 기간을 한 달 이내로 줄일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이후 레켐비 등 항체 치료와 교육 및 인지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환자별 맞춤 치료를 제공한다.

강 센터장은 "병원에서 신경심리검사나 PET 검사 등을 진행할 때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 치료제가 없었을 땐 치료 시기가 몇 달 늦어진다고 해서 큰 손해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었다"며 "약제(레켐비)가 나오며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나온 임상 결과를 보면, 원인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타우 등이 덜 쌓여있는 환자군에서 효과가 좋았다. 거꾸로 하면 뇌가 덜 위축돼 있고 경미한 단계에서 치료할수록 치료 효과가 높다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그러며 "경도인지장애보다 더 앞 단계인 전임상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해당 임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권고는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정상 인지 기능을 가진 알츠하이머병 환자 대상의 임상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에는 치료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亞 부작용 위험 낮을 수도···"중등도 따라 치료"


강 교수는 레켐비 도입으로 환자와 의료진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작용에 대한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레켐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크게 '급성주입반응'(acute infusion reaction)과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아리아)이 있다.

급성주입반응은 쉽게 말해 알레르기 반응이다. 임상시험에서는 약 20% 환자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는데, '레켐비'에 특이적으로 발생하는 이상 반응은 아니다. 항체 성분의 항암제 투여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발열, 발진, 두통, 메스꺼움 등이 대표 증상이다.

또 하나는 뇌부종과 출혈을 포함하는 '아리아'가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약 10%에서 아리아가 보고되고 있으며, 부작용의 심각성으로 인해 유럽과 호주에서는 레켐비의 사용 승인을 거절한 상태다.

아리아는 항체 치료제인 레켐비가 뇌에서 아밀로이드를 분해하며 발생한다. 조각조각 떨어져 나온 아밀로이드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뇌혈관으로 들어갈 경우 혈관 벽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뇌혈관에 아밀로이드가 쌓여 있다면 여기에 항체가 붙어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약해진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혈관에 있는 다른 염증 세포가 새어 나오며 뇌부종 등이 생길 수 있다.

강 센터장은 "1000명 중 한명 꼴이긴 하지만 환자는 물론 의료 현장에서도 아리아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인지기능이 떨어지더라도 거동은 가능한 환자가 부작용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동양인과 서양인 데이터를 비교한 임상 결과가 나왔는데 일본인이나 한국인에게서는 아리아 빈도가 좀 낮은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는 "실제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일본 의료진들에 따르면 부작용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있어도 심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인종 차이 때문인지, 동반 질환 여부에 따른 것인지 그 이유에 대해선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리아가 나타나면 중등도에 따라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MRI는 뇌 위축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MRI는 아리아를 예측하거나,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을감별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페이스메이커(인공심박동기)를 달고 있거나 다른 이유로 MRI를 찍지 못하는 환자에겐 레켐비 처방이 권고되지 않는다.

강 센터장은 "아리아는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안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뇌 영상을 보고 중등도를 나눈다. 심하지 않다면 약물 투여를 중단했다가 증상이 없어질 때 다시 치료할 수 있다"며 "중등도 이상일 때면 뇌 염증일 경우 필요시 염증을 줄여주는 약제를 쓸 수 있겠다. 급성 주입반응이 나타나면 항히스타민제나 타이레놀, 스테로이드 등을 처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워낙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치료제 사용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라고 하면서도 "안타까운 점은 증상이 안 좋아진 환자들이 더 치료받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당장 불편한 점이 없는 환자들은 굳이 비용과 부작용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의료진 입장에서는 몇 년 안에 증상이 악화할 게 눈에 보인다. 이 약제는 오히려 증상이 경미한 분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싼 약값·진단비 허들, 개선 과제 남았다


고가의 약값은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 국내에서 레켐비는 비급여로 출시되기 때문에 병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70㎏ 환자의 경우 연간 3000만원의 비용이, 일본의 경우 50㎏ 환자의 연간 약값은 2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된 상태다.

레켐비 처방 전후로 시행하는 검사비도 비급여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아리아 여부 확인을 위해서만 1년에 최소 5~6회 뇌 MRI를 찍어야 한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레켐비 처방 관련 환자들의 수요가 서울 서초구 소재 의료기관에 집중돼 있다고 말한다. 반면 지역 병원에서는 문의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강 센터장은 "MRI는 보통 1년에 한 번 정도만 보험이 된다. 아밀로이드 PET 자체도 비급여이기 때문에 약값과 함께 부담될 수 있다"며 "일본은 85% 급여를 해준다. 그래서 처방이 이뤄진 지 1년도 안 됐는데 4000건 정도 처방이 이뤄진 걸로 안다. 미국도 사보험에서 많은 부분을 커버해 주기 때문에 비보험으로 사용한 환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많은 의료진과 환자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얼마나 처방될지는 잘 모르겠다. 급여화가 되면 좋겠지만 고령 인구 중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상당히 많아서 재정 투입에도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항암제 같은 경우 신약이 나오고 2년 정도 처방해 본 뒤에 급여화한다. 사실 약제가 많이 처방돼야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급여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레켐비가 끝이 아니다. 더 효과가 좋은 도나네맙(미국 제품명 키순라)이라는 약제가 올해 미국에서 막 승인받았고 3~4년 안에 국내에서도 허가받을 거로 예상된다. 2세대 약제들이 대기 중이라 판이 바뀔 거 같다.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도나네맙은 레켐비와 같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뇌에서 제거하도록 설계됐으며, 경도 치매 단계를 포함한 초기 증상이 있는 성인 알츠하이머병 환자 치료에 사용된다.

로슈가 개발 중인 이중항체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치료후보물질 '트론티네맙'도 후발주자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임상 2상 중인 트론티네맙은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원리로 질병을 치료한다. 약물이 뇌 속으로 충분한 전달되면 더 적은 용량으로 투여할 수 있어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아리바이오가 경구용 신약인 'AR1001'을 개발 중이다. 강 센터장은 AR1001의 국내 임상3상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AR1001은 레켐비와 다른 다중 작용 기전 약물로, 알츠하이머병 병리 증상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신약 급여화 외에도 치매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들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우선 치매 진단을 위한 검사법들도 비급여인 데다 방사능 피폭, 침습적 문제 등이 한계로 남아있다. 예를 들어 PET이나 뇌척수액(CSF)은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PET은 정확하지만 비싸서 자주 하기 어렵고 방사능 우려가 있다. CSF는 허리 부위에 바늘을 삽입해 뇌척수액을 채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신체적 부담이 크다.

다행히 최근 혈액 기반 진단법이 발전하고 있어 향후 진단 환경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강 센터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기술을 활용한 검사법의 성능이 많이 떨어졌었는데 최근 정확도가 95%까지 향상됐다. 향후에는 혈액 기반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아밀로이드 양성 판별, 원인 단백질 축적 정도, 부작용 여부, 치료 효과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솔루션 도입 기대감도 나타냈다. 이 솔루션은 투약 전 환자의 치료제 처방 적격성을 판단하고, 투약 중 치료제로 인한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며 투약 후에는 치료제 투약 효과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이 솔루션은 의료진의 영상 판독 부담도 줄여준다. 기존에는 의료진들이 직접 눈으로 아리아의 중증도를 판단해야 했지만 이제는 AI 솔루션을 활용해 정량적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강 센터장은 다학제적 치료 환경 구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는 치매 관리에 필요한 치료를 하나씩 하기보다는 같이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약물 치료만 따로 하는 게 아니라 혈관 관리, 인지 훈련, 운동치료, 생활습관 개선 등이 함께 이뤄지면 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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