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부문 부원장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고려아연 사태를 비롯한 업권 전반의 현안을 다루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금감원은 '공시의 기본 원칙'을 언급하며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저격했다. 함 부원장은 "공시는 관련 법규에 따른 절차와 방법을 준수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짓과 중요 사항의 누락 없이 적시에 충실하게 관련 내용을 알리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공개 매수, 합병 및 분할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를 보면 과연 상장법인의 이사회가 정당한 근거를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건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전문적으로 조사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를 통해 부정거래 행위, 시장 교란행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그는 "양측의 공개 매수 과정에서 근거 없는 특정 세력과의 결탁설 등 부정거래 행위와 인위적 주가 변동 등 시장 교란, 공개 매수 및 유상증자 정보 공개 전 임직원과 준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 행위가 나타났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아울러 고려아연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이자 유상증자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한다. 유상증자를 하기 위해선 기업 실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시기상 공개매수 진행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이 고려아연의 자금 차입 계획을 파악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4일 제출한 공개매수신고서를 통해 "공개매수 이후 회사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내용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했다. 두 차례 정정을 거쳐 공개매수 신고서를 지난 11일 최종 제출했지만 해당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공개매수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 지 이틀 만인 전날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유상증자를 기습 발표한 것을 두고 투자자들은 큰 불만을 쏟아냈다. 유상증자의 경우 주식 수 증가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된다. 지난 29일 154만원대에 달했던 주가는 이날 99만8000원까지 빠졌다.
함 부원장은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같은 시기에 진행되었다면 이것을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며 "고려아연 이사회가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계획을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만 한 것이라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으로, 허위든 위계든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들이 의도적으로 했느냐 여부는 따져볼 문제"라며 "검사와 조사가 이제 끝나보면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이 제출한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 효력은 내달 14일 발생한다. 금감원은 이 기간 안에 증권신고서 정정 여부와 그 내용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회계적 측면에 대한 검사도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충당부채의 미인식 및 지연 인식 여부, 법관 인수 및 현물 배당받은 국내 투자 주식 관련 손상 차손의 과소 인식 여부 등 고려아연에 대한 회계 처리 기준 위반 개연성이 높은 사안을 다수 확인해 정식 감리 전환 여부를 판단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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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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