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인력 5분의 1 변동···"새로운 방식 필요해"신작도 '삐그덕'···"저조한 성적에 위기감 키워"
긴 터널 속 게임업계, NK 빼곤 '진땀만'
가파르던 성장세가 멈춘 한국 게임 산업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일색, 천편일률적인 사업모델(BM), 제자리 걷는 개발력 등 쓴소리가 쏟아진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게임사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넷마블은 무려 7분기 연속 적자 행진중이다. 엔씨소프트(엔씨)는 악화 일로 끝에 구조조정 소식을 알렸다. 그 외 카카오게임즈·위메이드·컴투스·펄어비스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넥슨과 크래프톤만이 어두운 터널 안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FC온라인 등 기존 프랜차이즈 지식재산권(IP)의 꾸준한 활약과 시기적절한 도전으로 시장에서 우뚝 섰다.
특히 올해 성장은 중국판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모바일, 현지명 '지하성과 용사: 기원')이 견인 중이다. 글로벌 앱 마켓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지에서 데뷔한 던파모바일은 지난달 기준 누적 매출 10억달러(한화 약 1조4000억원)을 벌었다. 이 중 82% 매출이 중국에서 왔다.
3분기부터는 유럽과 북미를 겨냥한 '퍼스트 디센던트'의 실적이 본격 반영돼 회사 성장세에 크게 이바지할 전망이다. 넥슨이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자체 발표한 해당분기 전망치는 매출 최대 1조 3279억원, 영업이익 5003억원이다.
크래프톤도 'PUBG: 배틀그라운드'라는 든든한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크래프통의 3분기 시장 전망치는 매출 6452억원, 영업이익 2524억원이다. 이는 각각 지난해보다 43.2%, 33.3% 오른 수준이다.
신작도 '삐그덕'···비용 절감 '최우선 과제'
돌파구는 역시 '신작 흥행'이다. 그러나 야심 차게 내놓은 대작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며, 잇달아 고꾸라졌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장르·스토리·BM 등 전방위적인 도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지만, 당장의 성과가 필요한 업체들 입장에서는 고민이 크다.
실제 최근 시장에 나온 타이틀이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시작으로 반등에 성공한 넷마블도 올해 성적표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상반기 '아스달 연대기'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 '레이븐2'부터 가장 최근에 출시한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칠대죄 키우기)' 중 글로벌 '빅히트'는 나혼렙뿐이다.
엔씨는 더 심각하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10종의 신작을 내놔 분위기를 뒤바꾸겠다던 포부는 벌써 무너졌다. 계획 발표 이후 처음 내놓은 두 작품 '배틀크러쉬'와 '호연'은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배틀크러쉬의 경우 지난 6월 얼리액세스(미리 해보기) 이후 약 5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두 작품 모두 엔씨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게다가 두 작품은 그간 엔씨에 쏟아진 세간의 오명을 씻기 위한 첫 행보였다. 실제, 고기환 엔씨 개발 총괄은 호연의 출시 전 기자간담회에서 "호연이 엔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브릿지(가교)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해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야심작 '쓰론앤리버티(Throne and Liberty, 이하 TL)'를 출시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을 없애고 자동 사냥·이동을 없애는 등 파격적인 도전을 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게임사들이 신작을 내놓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관점에서 업계 최우선 과제는 '비용 효율화'다. 넷마블은 마케팅 비용, 지급수수료 등에서 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엔씨는 최근 올해 두 번째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나머지 회사 역시 비용 효율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철 따라 옮기는 개발 '메뚜기족' 골머리
개발 인력들의 잦은 이동은 업체들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시가총액이 높은 주요 게임사 11곳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평균 19.3%의 임직원 얼굴이 바뀌었다. 1년 새 다섯 명 중에 한 명의 얼굴이 바뀐 셈이다. 업체들의 인력 상당수가 개발자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핵심 개발진의 누수도 예상된다.
이런 전력 누수는 업계는 골칫거리다. 향후 계획 중인 신작 라인업의 개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는 데다가, 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저작권 문제도 이 점과 일부 관련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의 송사에서 이런 점을 엿볼 수 있다. 양사는 아이언메이스의 대표 IP '다크앤다커'를 둘러싸고 몇 년째 다투고 있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가 2021년부터 자사의 미공개 프로젝트 P3의 소스코드를 도용해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해당 프로젝트를 맡았던 개발진이 아이언메이스로 적을 옮기면서 소스코드와 데이터를 무단 반출했다는 주장이다. 이들 개발진이 프로젝트 진행 도중 지속적으로 외부 투자자와 접촉하고 팀원들을 회유했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아이언메이스는 P3와 다른 게임 요소들이 다크앤다커에 다수 삽입된 만큼 저작권 침해는 없다고 주장한다.
비단 핵심 인력 유출 문제가 아니더라도 퇴사한 인력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려운 곳간 사정에도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최근 떠오른 방식 중 하나는 '채용 연계형 인턴십'이다.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는 넥슨이다. 넥슨은 2021년부터 채용형 인턴십 '넥토리얼'을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13일 진행한 올해 넥토리얼 채용설명회에는 약 2000명의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펄어비스는 창사 이래 오로지 인턴십을 통해서만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신작 '붉은사막' 등을 출시할 때까지는 보수적인 인력 운용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 당분간 대대적인 신입사원 공개채용은 없을 예정이다. 이 외에도 넷마블 등 유수 업체가 인턴십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일 각종 신작 프로그램이 엎어졌다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이전보다 개발 인력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실에 맞는 인력 운영 방식을 고려해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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