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문득 '금융에도 흑백요리사가 있다면 어떤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요리 대결처럼, 금융에서도 각기 다른 조건을 가진 다양한 참여자들이 존재한다. 대형 시중은행은 자본력과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백수저"로 자리 잡고,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 외국계 은행들은 그에 비해 자본력과 인프라가 부족해 "흑수저"로 분류될 것이다.
사실 요리 프로그램과 다르게 금융은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 않았던 산업이었다. 백수저와 흑수저가 같은 공간이나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 경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도 디지털 유통 채널이 대세가 되었고 비교의 대상이 되었다. 필자가 처음 출시했던 비교 대출 서비스를 시작으로 많은 금융 상품들이 플랫폼을 통해서 경쟁 중이다. 이들 모두 본인들의 금융상품을 다양한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해야 한다는 공통의 과제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대출비교서비스 핀다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핀다와 제휴한 시중은행은 안정적인 금리와 낮은 리스크가 고객들에게 선택받는 이유다. 이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혜택과 신뢰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반면, 오프라인 접점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방은행이나 외국계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은 더 파격적인 금리 혜택이나 고객 맞춤형 특화 상품을 내세우며 경쟁에 뛰어든다. 일정 기간 동안 또는 특정 타깃을 중심으로 저렴한 금리를 제공하거나, 중도상환 수수료 무료 등의 부가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심지어는 플랫폼 내에서 이탈하지 않고 계약까지 손쉽게 할 수 있도록 UX(사용자경험)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전략들을 펼친다.
이번 흑백요리사의 인기 이유를 되짚어 본다면,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직접 경연에 참여했던 쉐프들까지 반했던 거대한 세트장이 아닐까 싶다. 거대한 규모는 기본이고, 신선하고 풍부한 재료들과 조리도구 및 조리시설까지 일류였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셰프들에게 오로지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셈이다. 금융 역시 규제와 자본이 이러한 인프라 역할을 한다. 규제는 금융기관들이 고객을 위해 얼마나 유연하고 창의적인 상품을 제안할 수 있는지 판을 깔아주고, 자본은 각 금융기관의 역량을 토대로 한 상품의 규모와 안정성의 뼈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은 안정성이 우선되기에 유연성과 창의성을 펼치기 상당히 어려운 산업 중 하나다. 특히 경기가 둔화되고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최근 몇 년 동안 혁신보다는 규제가 더욱 강조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시기에는 이른바 백수저와 흑수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흑수저들은 고객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거나 리스크를 감당하기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그렇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플랫폼, 그리고 금융기관 모두가 노력해야 하기에 세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 번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나폴리 맛피아가 다른 셰프들에 비해 경력이 짧고 어리지만 결승에 바로 올라올 수 있는 티켓을 거머쥔 것은 고객을 중심으로 전략적인 사고를 한 덕분이다. 본인도 그렇고 다른 셰프들이 주로 하지 않던 '디저트'를 공략해 단숨에 성공했다. 이를 금융에 접목해 보면, 지방은행과 외국계 은행은 대형 은행이 취급하지 않거나 주 타깃으로 삼지 않는 소액 및 서민 대출에 집중해 고객층을 확보한 예를 들 수 있다. 이들은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된 고객의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두 번째, 열린 경쟁을 통한 지속적인 개선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미션마다 참여한 셰프들이 서로에게 자극받아 요리의 완성도를 높인 것처럼, 금융기관들도 플랫폼들도 서로를 경쟁 상대로 삼으며 계속해서 상품성과 서비스를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 또한 혁신금융서비스 검토에 속도를 내고 망분리와 같은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시키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길 바란다. 핀다와 같은 플랫폼은 금융기관들이 다양한 고객 혜택과 경쟁력 있는 금리와 한도를 내세울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객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고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결 중인 셰프들이 백종원과 안성재 심사위원의 피드백을 받고 작은 부분이라도 빠르게 수용하고 개선한 것처럼, 금융기관들과 플랫폼들은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핀다 또한 금융기관들과 함께 고객 문의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점을 즉시 반영하거나 개선 방향을 매주 논의하고 있다. 금융상품 비교 과정을 마치고 계약 프로세스에서 고객이 더 진행하기 어려워 포기하는 지점들을 개선하거나, 플랫폼 내에서의 가심사 결과와 금융기관으로 넘어가서 본심사의 괴리를 어떻게 줄여가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대표적이다.
셰프들이 각자의 철학을 담아 매 순간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듯, 금융기관들은 핀다라는 무대 위에서 고객을 위한 최고의 금융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며, 이제는 고객이 금융상품의 진정한 심사위원으로, 자신에게 최적화된 금융 상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진정한 시대가 오길 바란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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