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AI·데이터본부 운영···디지털 전환 속속 선언소비자에겐 맞춤형 혜택·상품 추천, 기업엔 데이터 판매업계 "확실한 수익원 자리 잡긴 '아직'···규제 완화 선행돼야"
특히 시시각각 달라지는 고객의 상황에 맞춰 적합한 혜택을 추천하는 방식이 꼽힌다.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 절감도 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초개인화 AI를 수출하는 사례도 나왔다.
카드업계 AI 활용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최근 일본 빅3 신용카드사인 SMCC에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고객 초개인화 AI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카드가 정확한 계약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 백억원대의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소프트웨어 수출로 알려졌다.
현대카드는 지난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하고 지금까지 AI와 결제 데이터 분석 기술에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현대카드는 이를 기반으로 고객 선호도를 측정하고 맞춤형 혜택과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다. 현대카드 '3층 시스템'은 AI·데이터 사이언스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별 맞춤형 쿠폰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유의 혜택 체계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AI 5025'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신한카드는 사업 전 영역에서 170여개 AI 모델을 활용, 전방위적 혁신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핵심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AI 5025는 AI를 활용해 2025년까지 대고객 상담 커버리지를 50%까지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상담 프로세스 전반을 개선해 나가는 프로젝트다.
신한카드는 카드발급·결제·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마케팅, 리스크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카드 밸류체인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고 고도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생성형 AI 기반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다양한 업권과 시너지를 창출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카드는 다양한 데이터 콘텐츠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 '삼성카드 블루데이터랩'을 오픈했다. 고객들은 블루데이터랩 콘텐츠와 상품을 통해 빅데이터 기반의 인사이트를 얻고 비즈니스 전략 수립이나 정책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AI 마케팅 시스템 '에임즈' 구축을 완료했다. 고객 맞춤형 마케팅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몇 번의 클릭만으로 간편하게 인공지능 모델 결과에 기반한 마케팅이 가능해 AI가 마케팅 담당자의 반복 수행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KB국민카드는 데이터사업그룹에서 관련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사업부는 데이터 분석, 컨설팅 등 수익 사업을 추진하고 데이터서비스부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모델링, 이업종 데이터 제휴 등을 맡고 있다.
롯데카드는 2022년 디지로카 전략을 세우고 '큐레이팅 디지털 컴퍼니' 전환을 선언했다. 디지로카 앱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라이스프타일을 큐레이팅하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카드는 딥러닝 기반 추천 알고리즘 모델을 개발하고 소비자에게 최적의 혜택을 추천하고 있다. 특히 디지로카본부 내 데이터사이언스실에서는 빅데이터 분석과 개인화 추천 서비스 기획 및 개발, 빅데이터 모델 개발 및 운영, 데이터 판매 등을 맡고 있다.
우리카드는 D&D(디지털앤데이터)사업본부, 하나카드는 데이터본부, BC카드는 데이터사업본부를 각각 운영 중이다.
카드업계는 보유한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 개선이 어려워졌고 수익원 다각화를 위한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보유한 데이터를 자사 서비스 질 향상에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를 가공해 판매하거나 외부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사업 범위를 늘리는 것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데이터거래소 데이터 마켓에 등록된 8개(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카드사 데이터 상품은 이날 기준 7470건이다. 데이터 마켓에 등록된 상품은 전체 8385개인데, 이 가운데 카드사 비중은 89%다. 다만 거래량이 적고 무료 데이터도 다수라 아직까지 유의미한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카드업계는 AI, 데이터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업계와 마찬가지로 망 분리 규제 등이 풀어져야 데이터 결합 등을 통해 디지털 전환, 신사업 모색 등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의 AI, 데이터 사업의 걸림돌은 규제가 너무 많은 것"이라면서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더라도 기간이나 범위가 정해져 있다는 게 문제다. 신한카드나 BC카드가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공공 데이터를 판매하는 경우가 있지만, 생각보다 큰 수익은 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이 큰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지만, 걸림돌이 많아 얼마나 성과가 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최근 현대카드의 경우 AI 플랫폼을 아예 수출을 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사업 물꼬를 텄는데, 다른 카드사에도 사업 방향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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