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노후도시특별법+미래도시펀드로 밑그림···선도지구 지정 임박서울, 보정계수 도입 "非 강남권 임대주택 축소"···외곽 베드타운 정비 추진단지별, 도시별 온도 차···"눈앞의 분담금이냐, 미래 새집의 가치 상승이냐"
내달 선도지구 지정 '노후도시특별법'···난관도 만만치 않네
국토교통부는 내달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노후도시특별법)을 처음으로 적용할 '선도지구'를 선정할 예정이다. 선도지구는 지난달 23~27일 진행한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 공모'에 참여한 단지들 중에 지정된다. 선도지구 선정 공모에는 5개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내 162개 구역 중 99곳(61.1%)이 신청했다.
노후도시특별법은 중앙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강력한 주도권을 가지고 추진될 전망이다. 인접한 단지들을 묶는 '통합재건축'으론 주택공급량과 속도를 조절한다. 초기 자금을 지원하는 '미래도시펀드'와 공공기여 시설물 유동화를 통해서는 자금조달과 기반시설 조성을 관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순환정비' 방식이 노후도시특별법의 최대 난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후도시특별법은 지역 내 단지들을 순차적으로 정비하는 '순환정비' 방식으로 추진된다. 자칫 선도지구로 지정되지 못하거나, 순번이 뒤로 밀릴 경우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발이 묶일 우려가 있다.
이주 시기나 공공기여 방식을 두고도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1기 신도시 총괄기획가(MP)를 맡기도 했던 도시계획업계 관계자는 "통합 재건축 추진 시 주민 갈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순서도 문제고, 관리처분계획을 두고도 단지 간 이견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자족기능 확보도 숙제다. 1기 신도시는 1990년대 폭증하는 서울의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조성됐다. 당시엔 주거시설에 집중해 도시를 조성한 탓에 2기 신도시인 판교나 동탄과 달리 일자리 등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업계관계자는 "정부는 공공기여를 통해 자족기능을 향상시키고 신도시 주변에 조성한 산업단지를 육성해 직주근접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구상 중으로 안다"면서 "문제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비중이 높은 현재 거주자 구성을 어떻게 신도시 주변 일자리 종사자들로 바꿔갈 것이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자체 계획‧예산으로 '도시개조' 돌입···준도심 육성이 관건
서울시는 1기 신도시와 다른 방향으로 정비사업을 지원한다. 서울시 자체적으로 수립하는 관리계획인 도시주거환경기본계획과 지구단위계획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신속통합기획 등 통합심의를 통해 개별단지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서울시에서 수립한 2030도시주거환경기본계획은 비(非)강남권에서 임대주택 등 기부채납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 전체주택 평균 공시가격 대비 공시가격이 저렴한 지역에서 임대주택을 줄여주는 '사업성 보정계수'가 대표적인 내용이다. '현황용적률 인정'은 기존 건축물의 용적률을 인정해서 과밀단지 정비를 촉진한다. '종상향 공공기여비율'도 15%에서 10%로 축소된다.
서울시는 초기 정비사업 자금 융자사업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약 24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매년 예산을 늘려갈 방침이다. 추진위원회와 조합 단계에서 필요경비의 80%까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비사업과 함께 각 지역의 자족기능을 높이기 위한 기업유치도 추진 중이다. 7개 지역에 산업클러스트를 만들 예정이다. 7개 산업클러스트는 서울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3개 업무지구(강남‧광화문‧여의도)와 새로운 중심지역(7광역중심) 등과 연계해 '직주근접성'을 높일 전망이다.
이러한 서울시의 정책지원이 본격화하면서 그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노원‧도봉‧구로‧금천 일대의 중고층 이상 재건축 단지들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들 지역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늘어나는 서울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대규모 택지사업 등을 통해 조성된 '베드타운'이다.
'분담금에 대한 우려'는 이들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로 가기 전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노원‧도봉‧구로‧금천 일대 단지들은 조성 당시, 최대한 많은 주민을 수용하기 위해 10~20평대의 소형평형으로 지어졌다. 이 때문에 부지면적대비 가구 수가 많아 기존 소유주들이 평수를 넓힐 경우 일반분양이 적어지게 된다.
분담금을 받아들이는 주민들의 온도 차는 '안전진단 모금'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은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이외의 단지들은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각 지역을 살펴보면 노원구 상계지구와 도봉구 창동지구 내 단지들이 빠르게 사업을 진행 중이다. 노원구에선 상계주공 1·2·3·6단지, 상계 한양, 상계보람 등이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도봉구에선 창동주공4‧17‧18‧19단지가 정비구역지정을 준비 중이다. 구로구에선 구로주공이 정비구역 지정요건을 달성한 상태다. 이외에 노원구 월계삼호 4차, 월계 시영, 하계 현대·우성, 태릉우성, 중계그린, 중계주공4단지, 중계건영2차 등이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진 속도가 8‧8대책으로 추진되는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 등을 적용받는 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특례법을 살펴보면 법적 상한보다도 더 용적률을 올려주는 파격적인 내용엔 3년 한시라는 조건부가 달려있다"면서 "결국 정비계획 내지 사업시행인가 시점이 기준일 텐데 이 절차들까지 하루아침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서가고 있는 단지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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