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10월 중순 출시 예정···품목허가 1년 반 만미국 성인 8명 중 1명 복용···위조품 유통되기도전문가 "오남용 시 위장장애 등 부작용"
23일 업계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10월 중순 출시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자사 비만치료제 '위고비프리필드펜(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을 품목허가를 받은 지 1년 반 만에 출시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위고비는 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로 이번에 출시되는 제품은 약물이 사전에 충전된 주사제(프리필드펜) 형태이다. 주 1회 피하 주사로 사용하며, 사용 초기에는 0.25mg의 소량으로 시작해 체중 감량에 따라 4주마다 용량을 서서히 늘려간다. 최종적으로 주당 2.4mg의 유지 용량에 도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식약처에 허가받은 0.25~2.4㎎ 5개 용량 모두 출시될 예정이다.
위고비의 국내 출시 가격은 아직 정확히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한 달 기준 약 1350달러(약 180만원) 수준, 일본에서는 약 290달러(약 37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로 출시되며, 비만 치료 목적으로 처방될 경우 실손보험 보상은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기출시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가 유일하다. 삭센다는 기존에 당뇨병 치료에 사용된 GLP-1 유사체 중 비만 치료 적응증을 획득한 첫 약물로, 지난 2018년 비만 치료제로 국내 출시됐다. 이후 비만 치료제 시장은 지난 2019년 1341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1780억원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삭센다는 지난 2019년 42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668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삭센다는 2019년 이후 매년 비만 치료제 매출 선두를 기록했다. 지난해 삭센다가 전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37.5%로, 점유율 19.9%를 차지한 '큐시미아'를 제외하면 경쟁자가 없는 상태다.
1일 1회 투여해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주 1회 투여로 개선된 위고비는 미국 시장에서도 연일 품귀현상을 빚었는데, 국내에서 삭센다가 품귀현상을 빚은 전례를 볼 때 위고비 역시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얻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삭센다는 1펜당 10~15만원으로 1개월 동안 20~30만원가량을 부담하다 추후 50만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사용 편의성과 가격 등 여러 측면에서 위고비가 비교 우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500만명에 환자가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받았다. 건강 정책 문제를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인 KFF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8명 중 1명(약 3000만명) 이 GLP-1 약물을 복용했다. 이 단체는 "전반적으로 성인의 12%가 GLP-1 약물을 사용한 적이 있다"며 "이 중 6%는 현재 GLP-1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성인 약 25%는 처방전 없이도 비만 치료제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삭센다는 해외에서 들여온 불법 의약품 거래가 성행하는 등 사회 문제를 빚은 바 있다. 현재도 유명 다이어트 온라인카페와 블로그, 각종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 등지에서 진위를 알 수 없는 불법 유통 사례가 쉽게 발견될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당국은 세마글루타이드 위조품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호주식약처(TGA)는 호주에 유통된 활성 성분이 없는 가짜 약 2종을 찾아냈다. 이어 지난 6월 WHO는 '오젬픽' 위조품이 미국, 영국, 브라질 등 3개국에서 확인돼 의료제품 경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오젬픽은 위고비와 같은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주사제다. WHO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브라질과 영국,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각각 위조 위고비가 적발됐으며 위조품 확인 신고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당시 WHO는 "이번 경보 발령은 세마글루타이드 위조품 확인 후 첫 공식 통지"라며 "소비자들은 면허를 보유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의약품을 구입하고 온라인 등에서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의약품을 사는 일을 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인터폴은 인슐린 펜이 오젬픽으로 위장되어 유통되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최소 4개국에서 이러한 위조 제품의 사용으로 인한 입원 사례가 보고됐다.
올해 초 로버트 칼리프 FDA 국장은 로이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적절한 통제 없이 판매되는 복합 제조 약물과 위조 약물 유통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FDA는 이미 지난해 안전성 서한을 통해 염을 추가한 세마글루티드 조제실 제제의 부작용 보고가 확인됐다며 합법적이지 않은 경로로 유통되는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지 않도록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복합제조 약물(compounded drug)이란 FDA 가이드라인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이 의약품 부족 목록에 표시되는 등 특정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약물로, 조제전문약국 등 허가받은 조제실에서 오리지널과 동일한 활성 성분을 사용해 조제된다. 미국 CBS에 따르면 주로 대형 복합 약국이 유통하고 있으며, 100개 이상의 회사가 GLP-1 계열 약물을 판매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대 200만명에 달하는 환자가 복합 의약품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불법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은 정식 출시되지 않아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오리지널 약품이 아닌 위조 약이나 복합 의약품일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오리지널 약품이라고 하더라도 전문의약품인 만큼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전문가와 관계 기관은 비만 치료제 오남용은 피해야 한다며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미국 독극물 통제 센터(PC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1월부터 11월까지 세마글루타이트(위고비, 오젬픽) 오남용 관련 신고는 2941건으로 2019년 대비 15배 이상 증가했다. FDA에 제출된 부작용 보고서를 분석한 최근 연구 논문 '세마글루타이드 남용의 위험이 있는가? (Is There a Risk for Semaglutide Misuse?)'에 따르면 위고비 활성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하는 환자는 다른 체중 감량 약물에 비해 남용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타 독극물 관리 센터는 "다행히도 유타 독극물 관리 센터에 전화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부작용이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가장 흔한 증상 중 일부는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이다"라고 했다.
센터는 "약물을 잘못된 용량으로 복용하면 이러한 증상이 심해져 심각한 탈수증과 어떤 경우에는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센터에 보고된 사례의 약 20%는 의료 시설에서 의학적 평가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유진 약사는 삼성서울병원 당뇨 소식지를 통해 "GLP-1수용체 유사체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위장장애"라면서 "구토, 변비, 복통, 소화불량 등이 흔하게 나타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투여를 지속하면 수일 또는 수 주 이내에 감소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외에 체중감소, 식욕감소 등이 나타나며 단독요법 시에는 나타나지 않으나 설포닐우레아계 약물과 병용 시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GLP-1 계열 약물 관련 최근 가장 심각하게 논의되는 부작용은 섭식장애로, 해외에서는 이 약물이 일부 환자에게 섭식장애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섭식장애 협력 기구(CEDO)는 "체중 감량을 위해 GLP-1을 사용하면 섭식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이전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의 재발에 기여하며,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의료 서비스 제공자는 섭식 장애와 섭식 장애에 대해 배우고 이를 선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이 없는 개인이 체중 감량을 위해 GLP-1을 복용하면 췌장염, 위장 마비, 장폐색 및 담낭 질환을 포함한 심각한 의학적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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