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로보틱스, 29일 이사회 열고 양사 합병 중단 발표향후 금융당국에 정정신고서 제출···주요 일정 재수립"사업 개편 다시 검토하고 시너지 위한 방안 찾을 것"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 금융당국의 연이은 반대로 중단됐다. 두산은 향후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 사항을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주주총회 등 주요 일정 등을 재수립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논란을 빚었던 사업구조 내용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전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 간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 같은 결정은 금융감독원의 잇단 신고서 반려와, 두산밥캣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사업 재편과 관련, 두산그룹에게 횟수 제한 없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 24일 처음으로 두산로보틱스의 증권신고서를 반려했고, 이후 28일 또 한 번 보완을 요구하며 신고서를 반려했다.
금감원은 두산 측에 ▲구조 개편 관련 의사결정 과정 ▲분할 신설 부문의 수익가치 산정 근거 ▲거래 시점 결정 경위 등을 보완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이 더 높은 밥캣의 기업가치를 로보틱스와 1:1로 동일하게 보는 것은 밥캣 주주들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일환에서다.
두산 측도 금융당국의 잇단 수정 요구에 백기를 들었다. 앞서 두산은 내달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계획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실행하려고 했다. 다만 이 과정이 성립하려면 두산 측은 전날(29일)까지 증권신고서 정정을 마쳐야 했다. 통상 주총은 개최일 2주 전까지 공시를 해야 하고, 두산의 입장에서는 이날(30일)까지 금감원의 수리가 있어야 주총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밥캣 주주들은 로보틱스의 합병 소식이 발표되자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한차례 반발한 바 있다. 연 매출 9조원이 넘는 밥캣의 몸값을 로보틱스와 동일하게 보는 것은 밥캣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입장에서다. 지난해 로보틱스는 158억원의 영업손실과 5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들고, 밥캣을 상장 폐지시키는 두산의 계획도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다만, 두산그룹은 향후 속도를 조절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은 당초 합병 작업을 통해 1조원을 마련,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원전 사업을 키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합병이 중단된 이상, 같은 구조의 사업 재편보다는 비슷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사업 구조를 만들 가능성도 높다.
향후 두산은 밥캣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정정요구 사항을 반영한 정정신고서 제출이란 숙제가 남았다.
두산 측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은 지속 추진된다"며 "현 시점에서 (원전 분야) 생산 설비를 적시 증설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투자여력을 확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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