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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자본법 개정 이어 합병 반대까지···정부 간섭에 멍드는 재계

산업 재계

자본법 개정 이어 합병 반대까지···정부 간섭에 멍드는 재계

등록 2024.08.26 17:49

수정 2024.08.29 15:31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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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두산 합병비율' 공개 지적국민연금 역시 SK이노·E&S 합병 반대 예고 재계 일각선 "기업 자율판단 존중해야" 지적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정부가 SK와 두산그룹의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놓고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자 재계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의 비례적 이익'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 카드를 꺼내들며 한 차례 기업을 압박한 정부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부적인 경영 활동에까지 직접 손을 댄 모양새여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계열사 합병을 위한 SK·두산의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입김을 불어넣으면서 당사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먼저 두산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날선 발언으로 비상이 걸렸다. 최근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복현 원장이 두산밥캣과 로보틱스 간 합병안에 대해 "시가 합병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사실상 두산이 합병비율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앞서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의 증권신청서(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정정을 요구함으로써 이들의 합병을 멈춰 세웠다. 신청서에 기재된 사업 구조 개편 목적과 분할 합병 배경 등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원장의 코멘트를 계기로 결국 합병비율이 원인이었음을 인정한 셈이 됐다.

두산은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을 결정하면서 '알짜 기업' 밥캣 1주를 로보틱스 0.63주와 교환하는 '1대 0.63'의 비율을 제시해 논쟁을 부추겼는데, 금감원 측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방향을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SK도 SK이노베이션 주요 주주 국민연금의 이례적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이 27일 SK이노베이션의 E&S 합병 관련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훼손'을 명분 삼아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SK 측 특수관계인 지분이 36.23%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민연금이 6.21%에 불과한 지분율로 상황을 뒤집긴 쉽지 않다. 그러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규모가 SK이노베이션이 준비한 매수금액 한도(8000억원)에 육박한 약 6800억원이어서다. 여기에 소액주주가 국민연금을 따라 움직인다면 SK로서는 발목을 잡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의 목소리에 SK가 유독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배경이다.

이 가운데 재계가 신경을 쓰는 대목은 정부가 기업 합병 이슈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데 있다. 금감원이나 국민연금 모두 정부와 뜻을 같이 하는 기관인 만큼 이번에도 특정한 방향성을 갖고 대응했을 공산이 커서다.

하지만 두 기관의 판단이 시장의 시각과 다르다는 점에서 재계 일각에선 볼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부가 불필요하게 손을 대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 짙다.

실제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에 대해선 대체로 우호적인 평가가 앞선다. 두 회사의 통합이 재무 구조를 안정시킴으로써 배터리(SK온) 등 신사업 투자를 조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일례로 의결권 자문사 아주기업경영연구소는 같은 이유로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에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SK이노베이션의 E&S 흡수합병은 에너지 부문 내 사업기반 다각화를 통한 사업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후 강화된 현금 창출력은 SK온의 차입부담과 영업실적 부진이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에 주목해 각 기업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외부의 중론이다.

게다가 SK와 두산은 그간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주력해왔다. 배터리와 반도체, 에너지 등 첨단·신사업 분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에 힘쓴 게 대표적이다. 기업 총수도 수시로 대통령의 굵직한 일정에 동참하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체코 순방에도 최태원 SK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박정원 두산 회장이 나란히 참석해 양국 기업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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