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가성비' 공식 깬 '캐스퍼 일렉트릭'···현대차 최초·첨단 기술 집합체

'캐스퍼 일렉트릭 테크 토크'···"작지만 밀도 있는 차"

'상품성·가격경쟁력·안전성' 캐즘 뚫고 대중화 선도

'경차→소형' 커진 차체···현대차 최초 'PMSA' 적용

6일 '캐스퍼 일렉트릭 테크토크'에 참석한 현대차 연구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다정 기자

"엔트리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개발하면서도 동급을 뛰어넘는 상품성과 완성도를 구현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과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6일 오전 서울 JBK컨벤션홀에서 '캐스터 일렉트릭 테크토크'를 열었다. 그만큼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에 대한 현대차의 기대를 가늠케 한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올 하반기 전기차 캐즘을 넘을 대중화 모델로 꼽힌다. 단순히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소형SUV가 아닌 상위 차종에 적용하는 편의사양을 대거 장착해 탄탄한 상품성을 갖췄다.

캐스퍼 일렉트릭 프로젝트를 주도한 MSV프로젝트3팀 정헌구 책임연구원은 "작은 차의 한계로 지적되는 안전성·편의성 등을 개선하고자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밀도 높은 차를 목표로 연구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캐스퍼 일렉트릭 티저 이미지. 사진=현대차 제공

소형 전기차로 돌아온 캐스퍼···1회 충전에 315㎞

캐스퍼가 전기차로 진화하면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차급이다. 기존 대비 덩치를 키우면서 차급이 '소형'으로 바뀌었다.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착은 차라는 한계 속에서 30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최우선 목표를 이루기 위한 묘수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저가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대신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했다, 탑재된 배터리셀은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공장에서 공급받았다.

정 책임연구원은 "시티카의 개념으로 평균적인 도심에서 출퇴근 거리와 저온에서 에너지 효율이 낮아졌을 때 마진 100㎞의 안정감을 고려했다"며 "주말 휴일 캠핑 등 야외활동까지 고려해 300㎞대 주행거리를 세팅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발생한 인천 전기차 화재로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에 대해서는 "극한의 진동·충격 등 가혹조건 테스트를 통해 안전 성능을 확보했다"며 "배터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부한다"고 일축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실내 디자인. 사진=현대차 제공

긴 주행가능거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휠베이스를 내연기관 모델보다 180㎜ 늘리면서 전장과 전폭도 각각 230㎜, 15㎜ 커져 전반적인 공간 확대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하부 배터리를 탑재로 좁아질 2열을 고려해 착좌 위치를 뒤로 80㎜ 옮겨 최대한의 레그룸을 확보했다. 앞좌석은 기계식 자동 변속 레버 대신 컬럼식 변속 레버(SBW)를 적용해 공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 모델에는 없던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와 V2L을 탑재해 편의성을 강화했다.

지정훈 MS엔지니어링솔루션팀 연구원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부품 장착 위치를 ㎜ 단위로 검토하고 다시 개발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며 "경차 규격에선 벗어나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전기차 보조금·할인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차"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없던 디자인···업그레이드 된 레이저 패터닝 공법

커진 차체만큼이나 새로운 픽셀과 풀 LED 헤드램프 등 몇 가지 흥미로운 디자인 변화가 눈길을 끈다. 기존의 귀여운 디자인을 살리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전기차의 느낌이 잘 살아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이후 전기차 라인업에 픽셀 그래픽을 확대 적용해 미래지향적인 EV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캐스퍼 일렉트릭 역시 프런트 센터 턴 시그널 램프와 리어램프 부위에 픽셀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때 최적화된 공법으로 선택된 것이 바로 '레이저 패터닝 공법'이다. 이 공법은 표면을 레이저로 태워 이미지·각인을 새기거나 표면을 박리시키는 기술이다.

다만 기존에 레이저 패터닝 공법이 적용된 점과 선 형태와 달리 캐스퍼 일렉트릭은 넓은 면적의 형상으로 구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윤기태 MSV외장설계1팀 연구원은 "넓은 면적의 외장 부품에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라 박리가 안 되거나 렌즈와 함께 녹는 애로사항이 발생했다"며 "현재는 시간을 들인 만큼 노하우를 쌓아 향후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 전체에 점·선·면에 걸쳐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2024 부산모빌리티쇼 현대차 부스에 전시된 캐스퍼 일렉트릭. 사진=박경보 기자

"찰나의 순간, 안전을 고려하다"···현대차 최초의 'PMSA'

캐스퍼 일렉트릭은 2000만원 초중반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우면서도 상위 차급에 적용되던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차로 유지 보조(LFA) 등 다양한 편의·안전 사양도 대거 적용했다.

특히 엔트리 모델임에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트렌드 선도에 나섰다.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기술은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다. 현대차는 고령운전자와 운전에 미숙한 초보 운전자들의 조작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PMSA 기술을 개발, 현대차그룹 최초로 캐스퍼 일렉트릭에 적용했다.

하정우 차량제어구동제어개발1팀 연구원은 "최근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페달 오조작에 의한 사고 발생률이 높아졌다"며 "UN 산하 유럽 경제 위원회(UNECE) 주관으로 정차 중 페달 오조작에 대한 안전 기능을 법규로 제정해 내년 6월 발효됨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기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PMSA는 전후방 1m 이내에 장애물이 있는 정차 또는 정차 후 출발하는 저속 주행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빠르고 깊게 밟을 경우, 이를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는 페달 오조작으로 판단하고 구동력·제동력을 제어해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기존 주차 충돌방지 보조(PCA) 기능과 유사해 보이지만 가속 페달을 일정 속도 이상으로 밟을 시 페달 오조작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만 작동하는 차이가 있다. PMSA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0.25초 내 100% 가속 페달을 밟을 시 ▲지면 기울기 25도 이하 ▲조향각 430도 이하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실제 1m 이내 차량이 완전히 정차하는지 시험한 결과, 100% 정차를 확인했다.

현장에서는 위급상황 시 PMSA 시행 조건이 다소 보수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만 이는 UNECE이 페달오작동 규정에 맞춰 개발됐다는 것이 하 연구원의 설명이다.

하 연구원은 "담력이 있는 브레이크와 달리 엑셀 페달은 0.25초 내 100% 밟는 것이 가능하다"며 "조향각 기준은 유턴이나 회피 상황 등 핸들 풀턴 상황을 고려해, 과연 제어하는 것이 맞냐는 내부 의견 수렴과 시험을 통해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정차 중인 상황에서만 주행 중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먼 감지 거리 탑재 등 신규 기능을 개발중에 있고, 추후 전기차를 포함해 하이브리드, 내연기관까지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