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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배터리·AI·친환경' 아우른 최태원의 승부수

산업 재계 SK 리밸런싱 본격화

'배터리·AI·친환경' 아우른 최태원의 승부수

등록 2024.07.19 07:52

수정 2024.07.19 08:34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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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에너지 기업 출범 기점으로 사업재편 시동배터리 등 새 먹거리에 '알짜기업' 붙여 체력 보강 눈앞의 손해에도 미래에 집중···崔 굳은 의지 주목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SK그룹이 자산 106조원 규모 초대형 에너지 기업의 출범을 선언하며 '지배구조 대수술'의 서막을 알렸다.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배터리와 인공지능(AI), 친환경 에너지를 띄우고자 과감한 발걸음을 내디딘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을 성공가도로 이끌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을 승인했다. 이들 기업은 다음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안건을 표결에 부친 뒤 11월1일 통합법인의 문을 연다.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은 여러모로 의미를 부여할 만한 사안이다. 움직이는 자금만 수십조원을 웃도는 것은 물론, SK가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첫 번째 작업이어서다. 무엇보다 이번 구조조정의 최종 목적이 배터리 사업, 즉 SK온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는 만큼 가장 핵심적이면서 근간이 되는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최태원 회장에게 이번 사업재편은 지배구조 고도화를 위해 다시 한 번 던진 '세 번째 승부수'이기도 하다. SK는 2017년과 2021년 SK디스커버리, SK스퀘어를 사업회사 케미칼·텔레콤과 인적분할 한 뒤 각각을 중간지주사 반열에 끌어올림으로써 지금의 골격을 완성한 바 있다.

다만 양상은 그 때와 다르다. 지난 두 차례 중간지주사 설립의 경우 그룹 지배력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었다면, 올해는 특정 사업으로의 자원 투입을 효율화하고자 중복된 영역을 정리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정교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크게 투 트랙으로 나눌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E&S처럼 덩치가 큰 계열사의 합병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별개로 이들의 자회사 중 '알짜 기업'을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쪽에 붙여 체력을 보강하는 식이다. 이와 맞물려 SK온은 트레이딩인너내셔널·엔텀과 합병하고, SK에코플랜트는 에센코어·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게 됐다.

재무구조 개선에 급급해 주먹구구식으로 살림을 합치는 것도 아니다. 각 기업의 전문 영역으로부터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국내 유일의 원유·석유제품 전문 중계무역 회사이며, 엔텀은 유류화물 저장과 입출하 관리를 영위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과 합병하는 SK온은 리튬·니켈 등 배터리 핵심 원소재 확보 경쟁력을 끌어올림으로써 사업 지속가능성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동시에 무역과 탱크 터미널 사업으로 50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추가함으로써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최 회장의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한 것으로 감지된다. 이 기회에 미래 사업 중심으로 그룹의 체질을 바꿔놓겠다는 그룹 오너의 뜻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비율을 '1대 1.2'로 산정한 게 대표적이다. E&S의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 이노베이션을 저평가하지 않겠냐는 예상을 깨고 '대등합병'을 추진하는 데는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합병을 관철시키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SK 입장에서 두 회사에 동등한 가치를 매긴 것은 부담이 뒤따르는 선택이었다. E&S 대주주 SK㈜로 돌아가는 통합법인 지분이 줄고, 재무적 투자자(FI)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KRR은 3조1350억원어치 E&S 상환전환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투자금 중도 상환이나 일부 자회사를 떼어 달라고 요구할 공산이 크다. 덧붙여 이노베이션의 소방수 역할을 하게 된 E&S 구성원 역시 술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최 회장으로서는 더 많은 이해관계자를 위해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으로 지분 가치가 희석될 것을 우려하는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와 회사의 미래를 공유한다는 취지로 용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현재 증시에서 이노베이션의 주가는 1주당 약 11만원으로 30만원에 육박하던 과거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파격적인 결정에 힘입어 합병까지 순항할 것으로 점쳐진다.

재계에서는 SK가 에너지 기업 합병 발표로 리밸런싱의 첫 단추를 꿰면서 이들의 변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219개 계열사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이기 위한 계열사 합병과 지분 매각 등이 속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트랜지션(전환) 시대'를 맞아 미래 준비 등을 위한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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