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업 성과급 줄줄이 발표업권간·그룹내 성과급 차이 벌어져LG이노텍·LG엔솔 등 직원들 반발도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0~50%까지 사업부별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을 확정했다. OPI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 중 하나로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차례 지급한다.
이번에 OPI 지급률이 가장 높은 곳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였다. MX사업부의 OPI 지급률은 연봉의 50%를 받는다. TV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연봉의 43%를, 생활가전사업부는 연봉의 12%로 책정됐다.
거의 매해 가장 높은 성과급을 받아왔던 반도체 담당하는 부서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분은 반도체 한파를 비켜가지 못한 영향으로 OPI 지급률이 0%로 결정됐다. 삼성전자의 DS 부문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영업적자를 지속해왔다. 작년 4분기는 영업적자 폭을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연간으로 보면 14조88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직원들에게 자사주 15주와 2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까지 이어져온 영업적자의 늪을 벗어났다. 물론 SK하이닉스 역시 연간으로 보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7조7303억원을 기록해 직원들에게 초과이익분배금(PS)은 돌아가지 못하게 됐지만 미래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포함한 격려금을 지급키로 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 노조는 격려금 200%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사장은 격려금 지급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DS 부문 직원들은 성과급에 이어 격려금도 기대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던 LG전자 직원들에게는 최대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의 665%에 달하는 통큰 성과급이 책정됐다. LG전자는 작년 매출액이 84조2278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최대치를 갱신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성과급 주머니도 두둑해지게 됐다.
매출 신기록 달성에 기여한 가전(H&A)사업본부는 기본급의 445~665%에 달하는 경영성과급 지급이 결정됐고 전장(VS)사업본부는 기본급의 455%,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200~300%, 기업간거래(B2B)를 담당하는 BS사업본부는 135~185%의 경영성과급이 지급될 예정이다.
성과급 온도차는 업권 간 뿐만 아니라 그룹 내 계열사들간에서도 벌어졌다. 삼성의 계열사들을 살펴보면 삼성디스플레이 사업부 OPI는 연봉의 48%, 삼성SDI는 18~32%, 삼성전기 1% 등으로 책정됐다.
LG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은 성과급 문제를 두고 노사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LG이노텍은 직원들의 성과급을 기본급의 최대 240%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최대 705%)대비 크게 축소된 것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4.7%로 감소한 8308억원을 기록하는 등 역성장한데 따른 것이다. 다만 노조서는 사상 최대 매출 달성 등에도 축소 규모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부 직원들의 트럭 시위로 이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익명 모금을 통해 29일까지 트럭 시위를 열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성과급을 기본급의 340~380%로 책정했고 이는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작년의 경우 기본급의 870%, 성과에 따라 최대 900%까지 지급됐던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 33조7455억원, 영업이익 2조163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사측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가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성과지표에서 제외키로 결정했는데, 이를 두고 직원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시위에 나선 직원들은 IRA 관련 업무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회사의 불합리한 성과급 산정체계 공개 및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원들 사이에 성과급 논란이 일자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2일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성과급을 비롯한 처우 개선, 조직 문화, 소통 활성화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회사의 경영 성과급은 매출, 영업이익의 재무성과와 경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되며 회사 출범 이후부터 매년 동일한 산정방식을 적용해왔다"며 "세액공제 혜택의 경우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목표수립 때부터 성과지표에 아예 반영하지 않았고 만약 이를 반영한다 하더라도 회사의 성과급은 목표 대비 달성도에 기반하기 때문에 올해 성과급에는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가 이미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성과급 기준, 경쟁사 대비 처우 등 동일한 내용을 익명 트럭집회를 통해 또 다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그럼에도 회사는 앞으로도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이고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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