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녀 서호정 씨, 아모레G '3대 주주'로 등극'유력한 후계자' 장녀 휴직 돌입···지분도↓서경배, 활발한 경영 활동···"승계 시기상조"
서 담당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핵심 계열사 '이니스프리' 지분 절반 이상을 부친이 운영하는 재단인 '서경배과학재단'에 기부한 이후 1개월 만에 갑작스런 휴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차녀 서호정 씨는 서 회장으로부터 적지 않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을 증여받는 등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매 지분율 격차 0.19%P···묘연해진 승계 향방
서 회장의 장녀 서민정 담당은 2006년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을 차곡차곡 적립해 왔지만 차녀 서호정 씨가 주주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건 불과 2년 전부터다, 서 회장이 지난 2021년 서 씨에게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 10만주를 증여하면서다.
이후 서 씨는 증여와 별개로 직접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이 지분 취득의 전부였다. 이에 올해 초 서 씨의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율은 0.16%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서 씨는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 씨가 단숨에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서 회장의 증여 영향이 컸다. 앞서 서 회장은 지난 5월 서 씨에게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 보통주 67만2000주, 종류주(전환우선주) 172만8000주 등 총 240만주를 증여했다. 액수로는 637억원 규모다.
이 증여로 인해 서 씨의 지분율은 당초 0.16%에서 2.63%로 2.47%포인트(p) 상승했고 2대 주주인 서 담당의 지분율(2.66%)과의 격차도 0.03%P로 좁혀졌다.
다만 서 씨는 이로부터 3개월 뒤인 올해 8월 서 회장에게 증여받은 지분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기 위한 차원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 15만3759주(0.16%)를 처분해 합계 지분율도 2.47%로 소폭 줄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서 씨는 보통주 0.78%(64만6531주), 종류주 12.77%(172만8000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제로(0)' 수준이었던 서 씨의 지분율이 1년 새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되면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행방도 묘연해지게 됐다.
특히 과거 서 회장은 부친 고(故) 서성환 태평양화학 창업주로부터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과 사업을 나눠 받았음에도 형과 함께 '형제 경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담당과 서 씨의 자매 경영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장녀 휴직 차녀 존재감↑···'경영 테스트' 임박?
서 담당이 '승계 자금줄'로 거론되던 계열사 이니스프리의 지분을 절반 이상 줄였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니스프리는 향후 서 담당이 경영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데 적극 활용될 핵심 자회사로 거론돼 왔던 곳이다.
서 담당은 2012년 서 회장이 보유한 이니스프리 지분 4만4450주(18.18%)를 증여받았는데, 이 중 272억원 수준인 2만3222주(9.5%)를 지난 5월 서경배과학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서 담당이 이니스프리 개인 주식을 부친이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하는 등 입지를 줄여나간 시기와 서 씨가 서 회장에게 주식을 증여받은 시기가 맞물린 것.
여기에 그룹 내 유력 후계자이자 핵심 부서에서 업무를 맡고 있던 서 담당이 중요한 시기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사실상 경영 수업을 중단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희망퇴직과 조직개편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복지 축소 등으로 내부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서 담당이 과감히 휴직을 결정하며 대부분의 오너가 자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 그 이유다.
서 담당이 지난해 1월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경영 능력 입증에 실패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 담당은 2017년부터 2년간 중국 유학을 통해 현장 경험을 쌓은 만큼 향후 럭셔리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사업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 성과는 저조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3분기 중국 매출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감소했다. 미주와 유럽, 중동 등 EMEA 지역의 매출이 각각 35%, 41%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대조되는 분위기다.
서 담당의 갑작스러운 휴직에 따라 동생 서 씨의 경영 테스트가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1995년생인 서 씨는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 회장이 아직 경영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기 때문에 승계는 시기상조"라며 "단 서 담당의 행보들은 이례적인 부분들이 많을뿐더러 서 회장이 존재감이 미미했던 차녀에게 증여에 나서는 등 힘을 실어준 것은 승계구도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yuns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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