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글로' 8년 만에 美 허가, 연 4000억원 매출 기대신약으로 지속가능성 열어···매출 대비 11% R&D 투자ESG 등급 B+, 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 53%→60%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8년간의 도전 끝에 최근 'ALYGLO(알리글로)'의 미국 허가를 받았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은 8번째 국산 신약을 배출하고, 동시에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혈액제제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된 것이다.
'ALYGLO'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이다.
당초 회사는 지난 2015년 면역글로불린 5% 제제로 FDA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두 차례에 걸쳐 제조공정 관련 자료를 요구받으면서 전략을 수정했다.
이후 면역글로불린 10% 제품으로 다시 도전하고 충북 오창공장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해 비대면 평가를 받았지만 현장실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CRL은 FDA가 품목 허가를 위해 의약품 허가 신청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 회사에 보내는 보완요청공문이다.
회사는 코로나19로 지연된 현장실사를 지난 4월 받고 이를 바탕으로 7월 14일(현지시간)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서(BLA)를 재제출했다.
FDA는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 법'(PDUFA)에 따라 내년 1월 13일(현지시간)까지 승인 여부를 고지하겠다고 알렸으나 이보다 약 1개월 가량 빠르게 승인 소식을 알려 GC녹십자도 빠르게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혈액제제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화된 생산 경험이 필수적이라서 전 세계적으로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는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양이온 교환 색층 분석법)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제품의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이 기술은 혈전색전증 발생의 주원인이 되는 혈액응고인자(FXIa)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강력한 역할을 한다. 관련 내용은 이달 초 국제학술지(Frontiers in Cardiovascular Medicine)에 게재되기도 했다.
GC녹십자는 내년 하반기 중 미국 내 자회사인 GC Biopharma USA를 통해 현지 시장에 직접 판매할 예정이다. 회사는 보험 등재를 위해 미국 내 처방 약 급여관리업체(PBM) 등과 사전 협상을 진행해 왔는데, 이번에 허가를 받음에 따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회사의 목표는 5년 내 미국에서 3%의 시장을 점유하는 것이다. 작년 기준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3조원(104억 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인구노령화에 따른 자가면역질환의 증가로 면역글로불린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현재 시장 규모로 추정해도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번 'ALYGLO' 허가는 최근 신약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에 큰 의미가 있다. 신약 개발은 통상 10년 이상 기간과 1조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면서도 성공 확률은 매우 낮아 중도에 개발을 포기하거나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과거 기술력이 없던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대신 복제약(제네릭 의약품)으로 매출을 냈다.
다만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꾸준한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신약이다. GC녹십자는 제약사답게 혈액제제 신약으로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열었다. 내년 하반기부터 'ALYGLO' 판매가 이뤄지면 현재 부진한 실적도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회사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2020년 1조2278억원에서 2021년 1조1703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조2449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그러나 회사는 올 1분기 매출액 25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 감소하고 영업손실도 172억원으로 적자전환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부터 실적을 회복했지만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4.77%, 38.55% 감소했다.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는 별도 기준 1조2498억원으로 소폭 성장이 예상되나 내년은 1조3410억원으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는 'R&D는 미래의 매출액이며 GDP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매년 매출액의 11%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역량을 키우고 있다. GC녹십자 연구개발의 산실인 'GC녹십자 RED본부'를 중심으로 우수 연구 인력 확보와 핵심 역량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GC녹십자는 의약품 주권 확보에 기여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회사는 '만들기 사는 창사이래 힘든, 그러나 꼭 있어야 할 의약품생산'이라는 신념 하에 수입으로만 의존해 오던 혈액제제와 백신 제제를 자국화했다.
또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혈우병 치료제와 헌터증후군 치료제 등을 개발, 의약품 선택의 폭을 넓히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러한 사업 기반은 국내에 국한하지 않아 개발도상국 중심 약 4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경제·사회·환경적 책임도 이행 중이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어 ESG경영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회사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ESG 경영 실행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를 포함한 GC그룹의 모든 계열사는 그룹 대표 회의를 통해 ESG 경영 철학과 정책을 함께 공유하고, 그룹 차원의 ESG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 평가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지난해와 올해 통합 B+등급을 받았다. 사회 부문이 전년과 올해 A로 가장 높았고, 환경이 작년 B에서 올해 B+로 상향했다.
회사는 환경 성과의 개선을 위해 에너지 감축, 폐기물 축소, 자원순환 확대 등 부서 및 개인 단위의 환경 KPI(핵심성과지표)를 설정하고 있다. 특히 매년 해당 과제의 달성도를 평가해 해당 결과를 경영진과 구성원의 평가 및 보상 기준으로 활용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환경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있다.
또 환경 관련 법적 선임 근로자는 신규교육과 보수교육을 연 1회 또는 3년마다 1회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환경경영의 인식 제고를 위해 환경영향평가 교육을 각 부서 관리감독자에게 연 1회 진행하고 있다.
지배구조는 B로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은 2021년 53%에서 지난해 60%로 개선했다.
개선된 항목은 감사기구 부문의 '내부감사 기구가 분기별 1회 이상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감사인과 회의 개최' 여부다. 회사 내부감사 기구와 외부감사 인간 의사소통은 서면 회의를 제외하고 작년 5회, 올해 상반기 2회 이루어졌다. 회의는 경영진 참석 없이 진행됐고 외부감사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수립 및 독립성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회사 측은 "향후에도 양자 간의 주기적인 의사소통이 더욱 빈번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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