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은 정지선·비유통은 정교선 맡아 공동 경영 체제2018년 순환출자 해소 지분 정리로 계열분리 초석 마련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3세 경영 체제’로 전환한 그룹이다. 2007년 형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먼저 회장에 취임한 후 동생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2011년 말 부회장에 취임하면서 10년 가까이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 중이다.
재계에서는 두 형제의 계열 분리 가능성에도 관심을 두고 있으나 당분간은 현재의 형제 경영 체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계열사간 지분 정리가 끝나지 않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발빠르게 3세 승계 시작 =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이 1999년 일찌감치 계열분리를 한 후 현대백화점그룹은 발 빠르게 승계를 진행해왔다.
장남인 정지선 회장은 계열분리 이전인 1997년 현대백화점에 과장으로 입사한 후 경영 수업을 받으며 27살이라는 젊은 나이부터 경영권 승계를 준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취득을 마친 뒤 2001년 기획실장 이사를 거쳐 2002년 부사장, 2003년 1월 만 31세의 나이로 그룹을 총괄하는 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초고속 승진’ 했다.
이어 2004년에는 현대백화점의 지분율을 늘리며 경영권 승계도 본격화 했다. 정 명예회장은 그 해 12월 현대백화점 주식 9.6%를 정 회장(당시 부회장)에게 증여한 데 이어 이듬해에도 1.3%를 넘겨줬다. 정 회장의 지분율은 17.1%로 늘어나며 현대백화점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 명예회장은 2004년 11월 차남 정교선 부회장(당시 경영관리팀장)에게도 현대백화점H&S(현 현대그린푸드)의 주식 10%를 넘겨줬고, 2006년에도 10%를 추가로 증여했다. 이후 2007년 정 명예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정지선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 3세 경영 체제로 완전히 전환했다.
정교선 부회장은 2004년 현대백화점 부장으로 입사해 2005년 기획조정본부에서 이사를 맡은 후 그해 말 상무, 2007년 전무, 2008년 부사장, 2009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부사장 승진 직후인 2009년 현대홈쇼핑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입사 5년 만에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이후 2011년 말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정 회장과 함께 본격적인 형제 경영을 시작했다. 다른 재벌 기업들과 달리 승계 과정에서 별다른 내부 잡음도 없었다.
◇형제 경영 후 그룹 크게 성장···계열분리 가능성 부인 = 현대백화점그룹은 형제 경영 체제 전환 이후 정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정 부회장이 그룹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현대홈쇼핑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왔다. 특히 형제 경영이 본격화 한 이후 매년 한섬, 리바트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덩치를 크게 불려왔다.
이어 두 형제는 2018년에는 그룹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배구조도 단순화 시켰다. 이를 위해 1500여억원의 사재를 들여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계열사 지분을 매입했다. 정 회장은 현대쇼핑이 가지고 있던 현대A&I 지분 21.3%를 매입했고, 정 부회장도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매입해 여러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이 현대백화점을 맡는 한편 정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를 맡는 식의 경영 분리의 초석을 마련했다.
재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계열 분리 수순을 밟으며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남매처럼 분리 경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정 회장이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통 부문을, 정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를 중심으로 비(非)백화점 부문을 맡아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는 현재 신세계그룹처럼 완전히 두 개의 사업지주회사를 기반으로 단순화 된 상황은 아니지만 계열분리가 어려운 상황도 아니다.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 12.1%와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12.7%만 정리한다면 지분 분할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다만 계열분리를 위한 재원 마련 부담이 남아있다. 현재 주가 수준으로만 살펴봐도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 가치는 1800억원에 달하고,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의 지분가치도 970억원에 달한다.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을 정 회장이 사들이고,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정 부회장이 사들이는데 2000억원이 넘는 사재가 드는 셈이다. 두 형제가 각각 매입해야 하는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간의 지분가치 격차도 상당히 크다는 점도 문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분리 없이 형제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현대백화점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 부회장이 현대백화점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형제 경영 체제가 더욱 공고해져 당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은 낮아졌다. 또 최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무리한 계열분리보다는 공동 경영을 통해 위기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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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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