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불황에 갈린 석화 R&D 전략···미래 먹거리 투자도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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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갈린 석화 R&D 전략···미래 먹거리 투자도 '온도차'

등록 2026.10.12 16:52

김제영

  기자

LG화학 1.3조 투자···4사 R&D 전략 차별화금호석화 투자 19.2%↑···고부가 소재 공략가동률 하락 속 기술 및 고객 확보가 경쟁력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연구개발(R&D)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범용 제품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장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소재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기업별 사업 구조와 생산 여건에 차이가 있는 만큼,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실제 제품 상업화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석유화학 4사인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의 합산 연구개발비는 1조5214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별로는 LG화학이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LG화학의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1조31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552억원보다 14% 증가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5%를 기록했다.

LG화학은 연구개발을 사업 구조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2035년까지 연구개발에 총 15조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약 70%를 반도체·인공지능(AI) 인프라와 모빌리티·로봇, 혁신 신약 등 미래 성장 분야에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고부가 사업으로 성장 축을 옮기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솔루션도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10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했다. 다만 매출이 늘면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3.23%에서 2.97%로 0.26%포인트 하락했다. 연구개발비 증가에도 매출 증가 속도가 더 빨랐던 셈이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친환경·고기능성 소재 개발과 상업화에 주력하고 있다. 재활용 원료를 활용한 친환경 폴리올레핀(PO), 저탄소 폴리염화비닐(PVC) 정제기술, 고기능성 염소화 PVC(CPVC) 컴파운드 등이 주요 개발 분야다. 기술 확보를 넘어 포장재·자동차·전자제품 등 실제 수요처를 넓히고 안정적인 판매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금호석유화학은 투자 증가율에서 두드러졌다.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31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2% 늘었으며, 매출 대비 비중도 0.77%로 상승했다. 투자 규모는 다른 기업보다 작지만, 주력 사업과 연계한 고부가 제품 개발을 통해 차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기차 타이어용 고기능 합성고무인 용액중합 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를 비롯해 자동차용 합성수지와 고기능성 소재 개발이 대표적이다. 특히 SSBR 제품 'SOL 6140E'는 고객사 품질 승인을 거쳐 초도 공급 단계에 진입했다.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 시작한 만큼, 향후 고객사 확대와 반복 수주 여부가 사업화 성과를 가늠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연구개발비가 소폭 감소했다.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 줄었으며, 매출 대비 비중도 0.6%에 그쳤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석유화학 사업의 비중을 낮추고 기능성 소재와 첨단 산업용 제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기능성 소재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올해 전기·전자 부품 등에 적용되는 차세대 고기능성 소재 'Super EP'를 선보였으며, 전남 율촌산업단지의 컴파운딩 공장을 거점으로 고객 맞춤형 소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반도체 공정용 현상액인 테트라메틸암모늄하이드록사이드(TMAH) 등 관련 소재의 공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소재로 눈을 돌리는 것은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 모델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면서 범용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수익성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업계는 설비 조정을 통한 공급 부담 완화와 고부가 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산설비 가동률에서도 업황 악화가 확인된다. 롯데케미칼의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 가동률은 2024년 81.0%에서 2025년 73.0%, 올해 상반기 60.7%로 하락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의 가동률도 같은 기간 83.4%, 78.1%, 73.6%로 낮아졌다. 범용 제품의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주요 기업의 생산설비 활용도와 수익성을 둘러싼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연구개발 투자의 성패는 확보한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사업화하고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생산능력 감축과 설비 효율화가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면, 고부가 제품의 기술 경쟁력과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수익 구조 자체를 바꾸기 위한 전략이다.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상업화 속도와 판매처 확대, 수익 기여도를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주요 수출 시장이었지만,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와 공급과잉으로 범용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며 "고부가 제품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제품을 확보하는 것이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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