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입찰보증금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요 정비사업의 입찰보증금은 평균 1000억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압구정3구역은 최대 2000억원 수준의 입찰보증금을 요구하는 등 조 단위 사업장을 중심으로 보증금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입찰보증금을 높여 수주 의지가 확실한 건설사를 선별하고 경쟁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주 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대 자금이 묶이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사들이 여러 정비사업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 한 사업장의 보증금만 놓고 보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2~3곳, 많게는 여러 사업지에 입찰하려면 대규모 자금이 한꺼번에 묶일 수 있다. 수주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입찰 단계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최근 정비사업 시장에서 경쟁입찰이 줄어드는 이유를 건설사들의 수주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만이 아닌 것이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입찰보증금까지 크게 높아지면서 접근성이 낮아졌다.
높은 보증금은 자금력이 충분한 대형 건설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다. 대형사라고 해서 모든 사업에 무리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건설사는 수백억원의 선투입 자체가 상당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조합이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조건을 얻으려던 것이 오히려 참여 건설사의 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조합원에게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경쟁이 사라지면 공사비는 물론 금융 조건과 설계 특화 방안 등을 비교할 대상 자체가 줄어든다. 결국 조합이 여러 건설사의 제안을 놓고 조건을 비교·협상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협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건설사의 참여를 제한하는 높은 보증금이 오히려 조합의 선택권을 좁힐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조합이 입찰보증금을 높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무분별한 입찰 참여를 방지하고, 수주 경쟁에 나선 건설사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조합 입장에서는 상당한 보증금을 낼 만큼 사업 의지가 있는 건설사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가 오히려 참여 문턱을 높여서는 곤란하다. 입찰보증금이 높아질수록 건설사는 수주 가능성과 사업성에 더해 자금 부담까지 따져야 한다. 여러 사업장의 입찰이 맞물리는 시기에는 자금 운용 여력이 참여 여부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입찰보증금은 조합과 건설사 간 약속 이행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다만 보증금 규모는 사업 규모와 건설사의 참여 여건을 함께 고려해 정해야 한다. 보증금을 높인 결과 참여 업체가 줄어든다면 경쟁을 유도하려던 취지마저 퇴색할 수 있다.
조합이 원하는 것이 결국 더 많은 건설사의 참여와 그에 따른 유리한 사업 조건이라면, 입찰보증금 역시 그 목적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높인 보증금이 오히려 경쟁자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면, 그 기준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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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3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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