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에 흔들린 반도체주16일 FOMC 하루 앞두곤 삼전닉스 반등"펀더멘털 훼손은 일러···수요 둔화 관건"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최첨단 AI 모델 개발이 늦어지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번졌지만 두 종목은 16일 나란히 반등했다. 실제 AI 인프라 투자와 메모리 주문도 여전히 견조해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 훼손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각각 2.01%, 4.08% 상승하며 4거래일 연속 약세를 끊었다. 다만 지난 14일 각각 4.05%, 6.35% 하락한 데 이어 15일에도 0.20%, 0.41% 내린 만큼 최근 낙폭을 모두 만회하지는 못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도 전날 급락했던 AI 관련주가 반등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미국 국채 금리와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일제히 하락했지만 엔비디아는 0.6%, AMD는 2.2% 올랐다.
속도조절 우려에도 투자·메모리 지표는 견조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AI 모델 개발 속도가 늦어질 경우 대규모 학습에 필요한 GPU 투자와 HBM 수요 증가세까지 둔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제 투자와 주문 지표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개별 모델의 출시 일정 지연 가능성을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 둔화로 직접 연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내년 AI 인프라 투자액은 기존 시장 전망치 1조1000억달러를 뛰어 넘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1조3000억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메모리 주문도 아직 꺾이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9월 현재 주요 고객사의 HBM과 고성능 D램 중심의 메모리 주문에서 감소 조짐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고객 수요 충족률은 약 60% 수준이고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도 10일치 미만이다.
HBM 수요처가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GPU 진영은 HBM4로 넘어가며 탑재량도 높이는 추세"라며 "HBM의 전반적인 탑재량 확대뿐만 아니라 주문형 반도체(ASIC) 진영의 적용 확대 기조는 고객 다변화 측면에서 HBM 시장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에 유리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AI 모델 개발 속도가 일부 늦어지더라도 데이터센터 투자와 HBM 수요가 곧바로 함께 줄어든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기존 AI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하는 추론 수요가 늘고 GPU당 HBM 탑재량도 증가하면서 메모리 수요를 받칠 요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펀더멘털 훼손 아닌 조정"···수요 둔화 여부가 관건
증권가에서는 최근 반도체주의 변동성을 실제 AI 투자 사이클 훼손보다는 투자심리 변화에 따른 조정으로 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단기적인 투자심리 위축의 성격이 더 강하다"며 "최근 주가 조정에도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나 AI 관련 수요에는 뚜렷한 훼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와 HBM 주문, 메모리 가격·출하량이 실제로 둔화할 경우에는 펀더멘털 변화 여부를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전체로 보면 AI 속도조절론보다 금리가 더 큰 부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가 5%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시장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채권금리가 안정되면 외국인 수급도 조금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결국 반도체주의 향방은 AI 속도조절론 자체보다 실제 투자와 수요가 꺾이는지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주요 하이퍼스케일러가 AI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를 하향하고 이후 AI 가속기 주문 감소, HBM 등 메모리 주문 감소, 메모리 가격 및 출하량 둔화,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 하향으로 이어진다면 단순한 투자심리 문제가 아니라 펀더멘털 변화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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