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풀가동·中 저가공세 완화동박 정상화에 내년 흑자전환 기대글라스기판 2810억 투자···상용화 속도
3년째 적자에 머물고 있는 SKC에 반전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적의 발목을 잡아온 동박 사업은 말레이시아 중심의 저원가 생산체제 전환과 중국발 저가 공세 완화에 힘입어 수익성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선행 투자 부담이 컸던 글라스기판도 상업화 단계에 가까워지면서 SKC가 적자 사업 정상화와 신사업 성장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올 하반기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을 풀가동해 전체 생산·판매에서 현지 비중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동박은 지난 3년간 SKC 실적을 가장 크게 짓눌러온 사업이다. 전기차 캐즘으로 수요가 꺾인 데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치면서 판매가격과 공장 가동률이 동시에 떨어졌다. 이 여파로 SKC는 2023년 적자로 돌아선 뒤 2024년 2768억원, 지난해에는 3050억원까지 영업손실이 확대됐다.
SK그룹 내에서도 SK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과 함께 재무 부담이 큰 계열사로 꼽혀온 만큼 동박 손익 회복이 SKC 정상화의 최대 관건으로 여겨져왔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진 건 생산기지 전환 전략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면서다. 과거에는 국내 정읍 공장이 동박 생산의 중심이고 말레이시아 공장은 첫 해외 생산거점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SKC는 인건비와 전력비 등 제조원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말레이시아로 범용 동박의 대량생산을 옮기고, 정읍 공장은 연구개발(R&D)과 신제품·신공정 개발, 해외 생산거점의 기술 표준화를 담당하는 '마더팩토리'로 역할을 바꿨다.
비용이 많이 드는 국내 공장에서 범용 제품을 대량생산하기보다 정읍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원가 경쟁력이 높은 말레이시아 생산라인에 적용하는 구조로 바꾼 것이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원가 절감 효과가 커질 수 있도록 동박 생산체계 자체를 손본 것이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올 상반기 누적 기준 말레이시아 생산 비중은 61%, 판매 비중은 50%까지 높아졌다. 2분기 말 2-1공장에 이어 7월 말 2-2공장까지 가동하면서 하반기부터는 사실상 풀가동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생산 물량이 말레이시아로 더 집중될수록 이미 구축한 설비의 고정비 부담이 줄고 단위당 제조원가도 낮아져 수익성 개선 폭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시장 환경까지 SKC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중국 동박 업체들의 가동률이 90%를 넘어서면서 그동안 SKC 동박 사업을 압박했던 저가 경쟁도 완화되는 흐름이다. 과거 중국 업체들은 남는 생산설비를 채우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물량을 밀어냈지만 최근에는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공격적인 저가 수주에 나설 여력이 줄고 있다.SKC가 자체 원가를 낮추는 사이 경쟁사발 가격 압박까지 약해지는 양상이다.
동박 수요처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ESS(에너지저장장치)시장 확대와 배터리 고도화로 얇고 고품질인 동박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AI 서버용 고사양 인쇄회로기판(PCB)에 쓰이는 전자회로 동박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중국 업체들이 생산라인 일부를 전자회로 동박 쪽에 배정하면서 배터리용 고품질 동박의 공급 여력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드는 모습이다.
동박 사업의 정상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SKC가 미래 사업에 힘을 실을 여지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글라스기판이다. 글라스기판은 아직 본격적인 상업 양산이 이뤄지지 않은 초기 시장이다. SKC는 일찌감치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의 앱솔릭스 지분 투자를 끌어낸 데 이어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약 1000억원 규모의 보조금도 확보하며 상용화 기반을 다져왔다.
그동안 SKC는 동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감당하면서 아직 매출이 본격화되지 않은 글라스기판에 선행 투자까지 이어가야 했다. 기존 사업의 적자와 신사업 투자 부담을 동시에 짊어진 셈이다.
그랬던 SKC는 지난 4일 글라스기판 사업 투자사 앱솔릭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281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신사업에 실제 투입하는 첫 사례로, 향후 3년간 약 5900억원을 글라스기판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SKC의 수익성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SKC가 올해 6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 폭을 77.4% 줄인 뒤, 내년에는 76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C 동박은 전기차 수요뿐 아니라 중국 가공비와 말레이시아 가동률, 정읍 고정비 절감 효과가 맞물리면서 가격 협상력과 원가 경쟁력이 함께 개선될 수 있다"며 "도요타통상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지 원재료 조달 기반도 말레이시아 공장의 안정적인 가동을 뒷받침할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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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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