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정위, '대산 1호 프로젝트' 조건부 승인···LDPE·EVA 가격 인상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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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산 1호 프로젝트' 조건부 승인···LDPE·EVA 가격 인상 제한

등록 2026.08.20 14:28

수정 2026.08.20 14:36

김선민

  기자

공정위, 롯데케미칼-현대케미칼 결합 조건부 승인. 사진=롯데케미칼공정위, 롯데케미칼-현대케미칼 결합 조건부 승인. 사진=롯데케미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첫 구조개편 사업인 '대산 1호 프로젝트'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결합으로 국내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의 경쟁이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가격 인상과 정보 공유 등을 제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20일 롯데케미칼, 롯데대산석화,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이 추진한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산 1호 프로젝트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사업재편 방안이다. 올해 2월 정부 승인을 받았으며,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합병 후 존속법인인 HD현대케미칼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결합이 마무리되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한 최다 출자자가 된다. 대산산업단지에 있는 양사의 생산시설도 통합된다. 기존에 각각 운영하던 나프타분해설비(NCC)와 기타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에 조건을 붙인 핵심 이유는 LDPE와 EVA 시장의 경쟁구조 변화다. 기존에는 한화·LG·롯데·HD현대 등 4개 사업자가 경쟁했지만, 결합 이후에는 한화·LG·HD현대 등 3개 사업자로 줄어든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시장의 과점 정도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결합 이후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은 3사가 약 50대 25대 25의 비율로 될 것으로 분석됐으며, 판매량 기준으로는 3사 합산 점유율이 75%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시장 특성도 경쟁 제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내 LDPE·EVA 시장에서는 경쟁 사업자의 생산능력이나 국제가격 등 주요 정보를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사업자 수가 감소할 경우 가격 협조가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과거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공급 과잉이 문제가 됐던 1990년대 국내 LDPE 시장에서는 담합이 10여년 동안 지속된 전례가 있었다.

이번 결합은 오랜 기간 국내 LDPE·EVA 사업을 해온 롯데케미칼과 신규 진입자인 HD현대케미칼의 결합이라는 점도 공정위가 주목한 부분이다. 특히 HD현대케미칼은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온 사업자로, 결합 이후 이 같은 경쟁 압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HD현대케미칼이 결합 이후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낮거나 가격이 낮은 제품의 생산·공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공급업체가 3곳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저수익·저가 제품의 공급이 줄면 국내 LDPE·EVA 가격 전반이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해당 시장의 구매자 대부분이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라는 점도 고려됐다. 공급자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기존 거래처를 대체할 업체를 찾기 어려워 가격 인상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5년간 통합 존속법인의 국내 LDPE·EVA 가격 변동을 수출가격과 연동해 제한하기로 했다. 수출가격이 직전 3개월과 비교해 인상되거나 동결되면 국내 가격 인상률을 수출가격 인상률 이하로 설정하도록 하고, 수출가격이 인하될 경우에는 국내 가격 인하율을 수출가격 인하율 이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기업결합 당시 생산하던 모든 LDPE·EVA 제품에 대해서는 국내 수요자가 요청할 경우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 또 HD현대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 및 계열회사 사이에서 가격·수량·원가·재고량 등 경쟁에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금지된다.

임직원 겸임 역시 제한 대상이다.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간 임직원 겸임을 금지하고, 사업재편 과정에서 HD현대케미칼로 전적한 롯데케미칼 임직원이 다시 복귀할 경우 1년 동안 LDPE·EVA 관련 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면서도 국내 수요자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통합 법인인 HD현대케미칼도 공정위와 협의해 협력업체와의 상생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두 번째 구조개편안인 '여수 1호 프로젝트'는 지난 3월 공정위의 기업결합 사전심사가 시작됐으며, 이후 7월 정부의 사업재편 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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