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 간 성과급 갈등 최고조···DS 분사론 '고개''한 지붕 두 부문' 체제 균열···DS·DX 이해 상충가능성 희박···지배구조·주주가치 선행 과제 산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분사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을 타고 DS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실적·성과급 격차가 커지면서 부문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단순한 보상 문제를 넘어 삼성전자 사업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자금 운용, 사업 경쟁력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실제 분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DS 부문을 분리하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수익 구조와 사업 성격이 크게 다른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을 하나의 회사 아래 두면서 발생해온 구조적 비효율이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최근 거론되는 방안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는 방식이다. 이 경우 DS 산하에 있는 시스템LSI와 SoC, 이미지센서 등 비메모리 설계 사업은 DX로 이관하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된다. 메모리·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사업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면서 DS와 DX 모두 사업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의 관심을 받고 있다.
DS 분사론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에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던 DMC와 부품 사업을 담당하던 DS로 조직을 나누면서 현재의 큰 틀을 마련했다. 이후 CE와 IM, DS 체제를 거쳐 현재의 DX와 DS 체제로 재편됐지만, 한 회사 안에서 완제품과 부품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구조에 대한 의구심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가 완제품과 부품 사업 사이에 선을 그은 것도 사업 특성상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고객사가 스마트폰이나 TV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부품 사업과 완제품 사업을 분리해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DMC·DS에서 CE·IM·DS를 거쳐 DX·DS로 조직을 계속 개편해온 배경에는 서로 다른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분사설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불거진 성과급 갈등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지만, 그 이면에는 사업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 부문 간 성과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DX 역시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들이 한데 묶여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를 비롯해 TV·모니터 사업의 VD,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DA 등이 DX 산하에 있다. 소비재 중심의 다양한 사업을 하나의 부문에서 관리하는 만큼 사업별 실적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 간 업황 차이가 실적 격차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DS는 AI 시장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반면 DX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DS에는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DX에는 상대적인 성과 열위로 나타나는 셈이다.
이 같은 실적 차이는 결국 임직원 보상 격차로 이어졌다. 사업 성과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한 회사 안에서 같은 삼성전자 직원임에도 소속 부문에 따라 보상 수준이 크게 벌어지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수익을 창출한 DS 직원 입장에서는 성과에 따른 보상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반면, DX 직원 입장에서는 같은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서 업황 차이로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격차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 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에도 DS와 DX의 수익성 차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열린 경영전략 설명회에서도 향후 DX 부문이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취지의 노태문 사장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제 분사까지 추진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사업 부문 간 자금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현재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정 사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다른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DS와 DX를 별도 회사로 분리할 경우 이러한 자금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 각 법인이 독립적으로 재무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데다 사업별 투자 여력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한 사업의 특성상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이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분사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다.
주주가치 문제도 걸림돌이다. DS를 물적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만드는 방식을 택할 경우 기존 삼성전자 주주들이 반도체 사업의 성장 과실을 온전히 공유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적분할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분사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DS 분사설은 실제 조직 분리 가능성보다는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사업 구조의 한계가 성과급 갈등을 계기로 다시 표면화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업황에 따라 부문별 실적과 보상 수준이 크게 달라지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현재의 '한 회사 두 부문' 체제를 둘러싼 논쟁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분사론은 단순한 성과급 문제를 넘어 DS와 DX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며 "실제 분사 가능성과는 별개로 현재의 조직 체계를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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