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메스키 디렉터 단독 인터뷰···"전동화는 성능 향상을 위한 수단"레부엘토 SV에 V12·전기모터 3개 결합···1065마력·최고속도 345㎞/h"기술보다 중요한 건 운전자와 차량의 교감"···공력·섀시·전자제어까지 전면 개선
람보르기니가 전동화 시대에도 브랜드를 상징하는 자연흡기 V12와 고성능 주행 감성을 이어간다. 단순히 출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전기모터와 공기역학, 섀시 제어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와 차량의 일체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성능차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알레산드로 파르메스키 람보르기니 레부엘토 제품 라인 디렉터는 뉴스웨이와 단독 인터뷰에서 "레부엘토 SV의 목표는 단순히 더 빠른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와 차량 사이의 더욱 직접적이고 감성적인 연결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부엘토 SV는 람보르기니의 고성능 라인업 '슈퍼 벨로체(Super Veloce, SV)'의 최신 모델이다. 이탈리아어로 '초고속'을 뜻하는 SV 라인업은 1971년 미우라 SV를 시작으로 디아블로 SV, 무르시엘라고 LP 670-4 SV, 아벤타도르 SV 등으로 이어져 왔다. 이번 모델은 SV에 처음으로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파르메스키 디렉터는 람보르기니가 레부엘토를 단순한 하이브리드가 아닌 'HPEV(High Performance Electrified Vehicle, 고성능 전동화 차량)'로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동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며 "전기모터와 고전압 배터리를 통해 차량 접지력을 높이고 토크 벡터링 기술로 출력 배분을 최적화한다"고 말했다.
레부엘토 SV는 6.5L 자연흡기 V12 엔진과 전기모터 3개를 결합해 시스템 합산출력 1065마력, 최대토크 145.3kg·m(1425N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2.4초 만에 가속을 끝내고, 최고속도는 345km/h 이상이다. 기존 레부엘토보다 출력이 50마력 늘었다.
다만 람보르기니가 지키려 한 부분은 숫자보다 V12 엔진이 주는 감성이다. 파르메스키 디렉터는 "자연흡기 V12는 레부엘토의 핵심이자 람보르기니 DNA를 상징한다"며 "사운드와 즉각적인 응답성, 운전자와 차량이 교감하는 감성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였다"고 말했다.
레부엘토 SV는 파워트레인뿐 아니라 공기역학과 서스펜션, 브레이크, 타이어 등 차량 전반을 손봤다. 기존 레부엘토 대비 총 다운포스는 80%, 민첩성은 17%, 횡방향 그립은 10% 높였다. GT3 레이싱 기술에서 파생된 수동 조절식 댐퍼와 CCM-R 플러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도 적용했다.
파르메스키 디렉터는 실제 주행 감각을 "운전하기 쉬운 차"라고 표현했다. 그는 "첫 번째 코너부터 더욱 직접적인 스티어링과 정교한 서스펜션, 브레이크, 강력해진 출력이 즉각적으로 전달된다"며 "차량의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해 운전자는 차와 하나가 되는 경험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적용된 '필로타(Pilota)' 모드도 이런 철학을 보여준다. 기존 '코르사(Corsa)' 모드가 최대 출력을 활용하고 트랙션 컨트롤 개입을 최소화하는 최상위 퍼포먼스 모드였다면, 필로타는 여기에 한 단계 더해 운전자가 차량의 안정성 제어 시스템을 직접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서킷 특화 모드다. GT3 레이싱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필로타 모드는 운전자가 차량의 안정성 제어 시스템을 보다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 서킷에서의 주행 자유도를 높였다.
파르메스키 디렉터는 "소프트웨어와 차량 제어 시스템은 자동차 개발에서 점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도 "기술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능을 높이거나 운전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늘면서 브랜드별 차량의 주행 감각이 비슷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술의 '해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며 요리에 비유했다. 이어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셰프의 철학과 창의성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가 나온다"며 "소프트웨어나 전자 제어 시스템도 어떻게 해석하고 세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람보르기니가 자연흡기 V12를 유지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전동화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감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는 "점점 희소해지고 있는 자연흡기 V12만으로도 다른 차량과 비교하기 어려운 감성을 제공한다"며 "이는 레부엘토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결국 전동화 시대의 SV는 단순한 '출력 최강자'에서 벗어나고 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V12의 대체재가 아닌 성능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공력과 섀시, 전자제어를 하나로 묶어 운전자가 성능을 더 직관적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50년 넘게 이어진 SV의 의미 역시 이 같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람보르기니가 레부엘토 SV의 슬로건을 '드라이빙의 양자(The Quantum of Driving)'로 정한 이유다. 더 많은 힘을 넘어, 그 힘을 운전자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느끼고 즐길 수 있느냐가 전동화 시대 SV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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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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