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자회사 IPO에 주주 동의·3%룰 적용예심 청구 최소 2~3개월 지연 가능성 제기대형 딜 파이프라인 위축에 주관사 셈법 복잡
중복상장 심사기준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모·자회사 동시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상장예비심사에 앞서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확보하거나 주주가치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상장 일정뿐 아니라 기업가치 산정과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방안까지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달 3일부터 중복상장 심사 대상과 주주 보호 절차를 구체화한 상장규정 시행세칙을 적용 중이다. 물적분할 자회사가 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회사 주주 동의가 필수적이며 일반 자회사 역시 동의 획득 시 주주 보호 노력으로 인정받는다.
주주 동의에는 이른바 '합산 3%룰'이 적용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를 초과해 보유한 지분은 의결권 산정에서 제외되며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대주주가 높은 지분율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일반주주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국내 IPO 시장이 이미 위축된 상황에서 중복상장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대어급 기업의 증시 입성 시점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은 17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3% 감소했다.
새 제도의 첫 시험대로는 HD현대로보틱스가 거론된다. HD현대그룹은 올해 초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하반기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HD현대에서 물적분할된 회사라는 점에서 모회사 주주 동의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주관사단은 주주 동의 절차와 모회사 주주 보호 대책을 다시 검토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예심 청구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 자회사의 상장에는 모회사 주주 동의와 합산 3%룰이 적용되는 데다 모회사와의 거래 비중에 따라 영업 독립성도 별도로 심사받게 된다"며 "다만 매출과 이익, 자산 비중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인 자회사에는 주주 동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등 회사별 사업구조에 따라 IPO 추진 여건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 일정 넘어 FI 회수까지···IPO 전략 다시 짠다
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인 구다이글로벌도 계산이 복잡해졌다. 구다이글로벌은 올해 3분기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크레이버코퍼레이션과 서린컴퍼니 등 인수 자회사의 향후 상장 계획이 변수로 떠올랐다. 구다이글로벌이 먼저 증시에 입성한 뒤 자회사가 별도로 IPO를 추진하면 중복상장 심사와 모회사 주주 보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회사 투자에 참여한 FI의 회수 전략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인수 당시 자회사 IPO를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염두에 뒀다면 구다이글로벌이 해당 지분을 직접 사들이거나 주식 교환, 제3자 매각 등 다른 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자회사 지분 정리에 필요한 자금이 커질 경우 구다이글로벌의 재무 부담과 공모 과정에서 적용되는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다이글로벌 본체에도 복수의 FI가 투자한 만큼 모회사 상장과 자회사 투자금 회수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자회사의 성장성을 모회사 연결 기업가치에 반영하면서도 별도 상장 가능성을 제한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투자자와 신규 공모주 투자자 간 이해관계 조정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 동의 등 사전 절차를 마쳐야 예비심사 청구가 가능한 만큼 중복상장 대상 기업은 기존보다 최소 2~3개월가량 준비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주주 설득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일정 지연 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 IPO가 어려워지면 대기업이나 FI가 성장기업에 자금을 투입한 뒤 상장을 통해 회수하는 기존 투자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당분간 대형 IPO 파이프라인이 경직될 가능성이 있고 주관사 역시 단순한 기업가치 제시보다 지배구조 설계와 주주 설득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IPO 넘어 합병·지배구조까지···규제 영향 확산
중복상장 규제의 영향은 IPO를 넘어 계열사 합병과 지배구조 개편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휴온스는 비상장 계열사 휴온스랩을 흡수합병하는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당초 이달 21일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고 오는 10월 합병 신주를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4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따른 모회사 이행 절차를 이유로 관련 일정을 모두 미정으로 변경했다.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은 비상장 자회사의 자산과 성장 가능성을 또 다른 상장 자회사로 이전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휴온스글로벌 주주의 이해관계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합병 자체는 상장이 아니지만 모회사 주주가 보유하던 계열사 가치가 다른 상장법인으로 이동할 수 있어 중복상장과 유사한 주주가치 훼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는 거래소 가이드라인에 맞춘 절차를 검토한 뒤 합병 일정을 다시 확정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현재까지 새 기준을 적용받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없는 상황"이라며 "주주 보호 여부는 주주 동의 한 가지 요건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장규정 시행세칙의 질적심사 기준과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상 사항을 함께 살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hkkim82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