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펩트론, 릴리 비만약 완제 생산 낙점설에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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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트론, 릴리 비만약 완제 생산 낙점설에 '선긋기'

등록 2026.08.05 17:02

이병현

  기자

오송 제2공장 3만㎡ 증설 추진 중 제기된 '후보설'펩트론, 공식입장 통해 시장 추측·확대 해석 경계투자 부담 늘었지만 자금조달 관련 계획은 미확정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펩트론이 일라이 릴리가 내놓은 월 1회 비만치료제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을 맡을 유력 후보로 떠오르자 공식 입장을 내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오송 제2공장 확대와 릴리와 공동기술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공시한 내용 외에 추가로 결정하거나 확정한 사안은 없다는 설명이다.

5일 펩트론 측은 "최근 제2공장 추진과 공동기술평가를 연계한 다양한 언론 보도와 시장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며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일각에서는 릴리의 월 1회 비만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공급망과 관련해 아이티켐이 의약품 중간체를 공급하고 SK바이오텍이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구조를 갖추면서, 남은 완제 생산을 펩트론이 담당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이티켐은 지난해 12월 SK바이오텍과 100억7064만원 규모의 의약품 중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 2월부터 내년 5월까지고 공급지역은 세종시로 기재됐다.

이 같은 관측은 SK팜테코 자회사 SK바이오텍이 지은 신규 펩타이드 원료 생산시설이 사용 승인을 받은 데 이어 펩트론이 오송 제2공장 규모 확대를 추진하면서 퍼졌다. 펩트론은 당초 연면적 약 1만2000㎡로 계획한 제2공장을 약 3만㎡ 수준으로 확대하고, 생산설비 추가 도입과 성능 개선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켐과 SK바이오텍, 펩트론 생산시설이 서로 인접해 있다는 점도 이러한 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였다. 냉장 유통이 필요한 펩타이드 의약품을 중간체부터 원료, 완제품까지 한 권역에서 생산할 수 있어 공급망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업생산 경험은 확보, 글로벌 신약 대량생산은 미지수


펩트론이 생산 후보로 거론될 만한 기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1개월 지속형 전립선암·성조숙증 치료제 '루프원'은 약물전달시스템(DDS) 플랫폼 기술 '스마트데포'를 적용한 첫 허가 제품이자 펩트론이 직접 상업 생산하는 첫 의약품이다. 펩트론이 생산하고 LG화학이 국내 판매를 맡고 있다.

루프원은 스마트데포가 연구실 단계에만 머문 기술이 아니라 실제 허가와 생산,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만 국내 류프로렐린 제네릭 생산 경험과 세계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GLP-1 계열 신약의 대량생산은 기술적·사업적 규모가 다르다. 올해 1분기 루프원을 포함한 관련 치료제 매출은 약 12억원으로, 현재 상업생산 규모와 향후 제2공장이 목표로 하는 글로벌 생산능력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펩트론은 제2공장 확대 추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특정 고객사 물량과 직접 연결하는 해석에는 거리를 뒀다. 회사는 "제2공장은 스마트데포 플랫폼 상업화와 글로벌 생산역량 확대를 목적으로 한 중장기 생산전략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진행 중인 건축계획 변경은 생산역량 확대와 생산시설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항으로, 릴리가 개발한 차세대 비만치료제 생산을 전제로 한 투자라는 시장 관측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셈이다.

릴리는 복수 플랫폼 병행


릴리와 진행 중인 공동기술평가를 두고는 계약상 비밀유지 의무를 강조했다. 펩트론은 "글로벌 제약사와 맺는 공동기술평가를 계약에 따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진행 상황과 평가 결과, 협의 내용, 향후 사업개발 관련 사항은 비밀유지 의무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펩트론은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인 스마트데포를 활용해 투약 주기를 늘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릴리와 진행하는 공동연구에서는 비만·당뇨 치료제뿐 아니라 자동주사제 적용과 다른 질환 영역을 향한 확장 가능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동기술평가가 실제 상업 생산 계약이나 완제의약품 수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펩트론 측은 특정 후보물질이나 생산 품목, 계약 규모와 체결 시점에 관한 내용은 공시에 담지 않았다.

릴리의 또 다른 장기지속형 제형 파트너인 스웨덴 카무루스와 맺은 계약은 펩트론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비교 기준이다. 릴리는 지난해 6월 카무루스의 '플루이드크리스탈' 기술을 적용한 장기지속형 대사질환 치료제의 연구·개발·제조·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글로벌 권리를 확보했다.

계약 대상은 릴리가 보유한 최대 4개 후보물질이다. GLP-1·GIP 이중작용제와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제가 포함됐으며, 카무루스가 받을 수 있는 개발·허가·판매 마일스톤은 최대 8억7000만달러다. 별도의 매출 로열티도 설정됐다.

릴리는 올해 6월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까지 계약 범위에 넣는 옵션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카무루스와 가지는 협력은 이중작용제와 삼중작용제, 아밀린 계열까지 확대됐고 옵션 행사에 따른 500만달러 지급도 발생했다.

반면 펩트론과 릴리의 계약은 아직 플랫폼 기술평가 단계다. 2024년 10월 7일부터 평가 종료 때까지로 정해진 계약기간은 정정공시를 통해 '약 14개월, 최대 24개월'로 정해졌다. 최장 기간을 적용하면 오는 10월 7일이 현재 계약상 분기점이다.

이는 릴리가 하나의 장기지속형 기술에만 의존하기보다 후보물질별 특성과 개발전략에 맞춰 복수 플랫폼을 검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펩트론과 카무루스의 기술이 모든 후보물질에서 정면으로 경쟁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펩트론이 릴리의 유일한 장기지속형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편 릴리는 외부 제형업체와 협력하는 것과 별도로 자체 생산능력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35억달러를 투자해 레타트루타이드를 포함한 차세대 비만치료제 주사제와 투여기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이후 릴리가 약속한 생산시설 투자 규모는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제2공장 확대, 투자 의지 드러내


제2공장 증설에 따른 투자 부담도 커졌다. 당초 650억원이던 제2공장 투자 예정액은 생산설비 확대와 건설비 상승 등을 반영해 89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말까지 집행된 금액은 93억원으로 전체의 10.4%에 그쳤으며, 나머지 약 800억원을 내년 6월까지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펩트론은 1분기 말 기준 935억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해 단기 유동성은 확보한 상태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44억원 순유출을 기록한 가운데 공장 투자와 연구개발비가 동시에 집행되면 추가 재원 마련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본계약이나 장기 공급물량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장부터 확대하는 것은 향후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선택인 동시에 가동률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 선행투자다.

회사는 제2공장 건설에 쓸 자금조달 방식을 둘러싼 관측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펩트론은 현재 공시한 내용 외에 추가로 결정하거나 확정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와 전략적 투자유치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의미다. 향후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조달 방식을 결정할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공시할 전망이다.

펩트론 관계자는 "최근 진행 중인 건축계획 변경 역시 생산역량 확대와 생산시설의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진하는 사항"이라면서 "앞으로도 관련 법규와 계약상 비밀유지 의무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공개 가능한 사항은 적시에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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