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운항 전 과정 사이버보안 적용스마트십·자율운항 확산···보안 체계 고도화유지보수 시장 확대···신수익원 부상
선박이 디지털화되면서 해킹 위험이 커지고 국제 보안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조선사들도 설계 단계부터 사이버보안을 반영하는 체계 구축에 나섰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일본 라쿠텐 마리타임과 협력해 선박 사이버보안 플랫폼을 설계·건조·운항 전 과정에 적용하기로 했다. 선박 건조 이후 보안 솔루션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사이버 위험을 분석하고 장비와 네트워크 취약점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번 협력은 한화오션이 디지털 선박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선박은 항해 장비, 엔진 제어, 전력 관리, 화물 관리, 위성통신 시스템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해킹이 발생할 경우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운항 중단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사이버보안이 더 이상 정보기술(IT) 영역이 아니라 선박 품질과 안전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른 이유다.
국내 조선 3사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HD현대그룹은 HD현대마린솔루션을 중심으로 선박 사이버보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안랩, 독일 패슬러와 협력해 자체 솔루션 '하이 시큐어(Hi Secure)'를 개발했고, 국제선급협회(IACS)의 사이버복원력 규정 대응에 나섰다. 해당 솔루션은 LNG FSRU(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에 적용됐다.
삼성중공업은 스마트십 플랫폼 '인텔리맨십(INTELLIMAN SHIP)'을 기반으로 디지털 운항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자율운항 시스템과 전자항해일지 데이터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송하는 기술도 검증하며 데이터 위·변조 방지 역량을 높였다.
조선사들이 사이버보안 경쟁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국제 규제 강화가 있다.
국제선급연합회(IACS)는 2024년부터 신규 계약 선박을 대상으로 사이버복원력 규정 UR E26·E27 적용을 시작했다. E26은 선박 전체의 사이버복원력을, E27은 탑재 장비와 시스템의 보안 기준을 다룬다. 앞으로 건조되는 선박은 설계 단계부터 해당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과거 선박 사이버보안은 선주나 조선사가 선택적으로 관리하는 영역에 가까웠다. 하지만 규제 시행 이후에는 설계 승인, 선급 검사, 기자재 공급, 선주 요구사항까지 영향을 미치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자동화 수준이 높은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특수선 분야에서는 사이버보안 역량이 수주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는 사이버보안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선박 인도 이후에도 보안 패치, 취약점 관리, 원격 모니터링 등 지속적인 서비스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박 건조 이후 유지보수까지 연결하는 장기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배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선박의 디지털화가 빨라질수록 사이버보안 역량이 새로운 수주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redfield@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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