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의 정상에 오른 기업일수록 더 높은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그것이 1위가 누리는 특권이자 감당해야 할 책무다.
국내 수입차 시장 1위에 오른 테슬라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5만6000대 넘게 판매하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친 테슬라는 더 이상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신흥 브랜드가 아니다.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소비자의 선택을 이끄는 선도 기업이다.
그런 만큼 최근 가격 정책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정부는 최근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개편했다. 일부 중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테슬라 주요 차종은 기존 수준의 보조금을 유지했다. 그런데 하반기 보조금 지급이 시작된 첫날,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 일부 트림 가격을 최대 700만원 인상했다.
기업이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경영 판단이다. 원가와 환율, 수요를 반영하는 것도 기업의 자유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시점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기업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덜고 친환경차 보급을 앞당기기 위한 정책이다. 그런데 보조금 지급과 동시에 가격표부터 바뀌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조금 혜택이 가격 인상으로 상쇄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의도가 무엇이었든 시장은 해명보다 행동을 먼저 기억한다.
같은 시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일부 업체들이 자체 할인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 한 것과도 대비된다. 기업마다 전략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을 이끄는 기업이라면 소비자가 정책의 혜택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 역시 리더의 책임이다.
1위는 판매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장은 실적으로 1위를 만들어주지만, 소비자는 책임감으로 1위의 품격을 평가한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서 소비자의 신뢰까지 얻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는 판매 경쟁에서는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시장을 이끄는 기업이라면 판매량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1위의 품격은 가격표가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에서 시작된다. 이번 가격 인상은 테슬라가 가장 비싸게 치른 것이 판매가 아니라 그 신뢰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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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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