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 22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여성 직원 34.89%→임원·고위관리자 8.33% 급감SK바이오팜, 전 단계 40% 이상 유지···파마리서치 등 격차 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여성 직원 채용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관리직과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대표성이 급격히 쪼그라드는 '유리천장'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내부의 소위 '승진 파이프라인'에서 구조적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통합보고서 22개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주요 21개사의 여성 직원·임직원 비율은 단순 평균 34.9%로 집계됐다. 여성 관리자 비율을 비교 가능한 방식으로 공개한 19곳의 평균은 24.6%, 여성 임원 또는 고위관리자 비율을 공개한 19곳의 평균은 14.6%였다.
분석 대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에피스홀딩스·삼성바이오에피스,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보령, HK이노엔, 대웅제약,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종근당, 종근당바이오, 한독, 유한양행, 휴온스, 파마리서치, 동아ST, 일동제약, 에스티팜, GC녹십자, JW, 광동제약 등 21곳이다.
이외에 대웅, 휴온스글로벌·휴메딕스·휴엠앤씨, 동아쏘시오그룹, GC 지주회사·GC셀을 비롯한 지주사, 계열사 등 7곳도 함께 조사했으나 전체 평균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여성 직원, 관리자, 임원·고위관리자 등 세 단계의 수치를 모두 비교할 수 있는 18곳만 놓고 보면 여성 직원 비율은 평균 35.4%였지만 여성 관리자는 23.9%, 여성 임원·고위관리자는 15.0%로 낮아졌다. 여성 직원 단계의 대표성을 100으로 환산하면 관리자 단계에서는 67, 임원·고위관리자 단계에서는 42만 남는 셈이다.
임원 단계 변화는 더뎠다. 2024년과 2025년 임원·고위관리자 수치가 비교 가능한 16곳의 평균은 14.8%에서 15.4%로 0.6%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여성 인력이 조직에 진입하고 관리자로 성장하는 흐름은 일부 개선됐지만, 최상위 의사결정 직위의 변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렸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분석은 동일 인력의 실제 승진 경로를 추적한 분석이 아니라 각 기업이 같은 해 공시한 직급별 여성 비율을 비교한 결과다. 따라서 이번 수치는 조직 단계별 여성 대표성의 구조적 차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웅·삼바·셀트리온제약, 직원과 임원 간 25%p 이상 격차
여성 직원과 임원·고위관리자 비율의 격차가 가장 큰 곳은 파마리서치였다. 파마리서치의 여성 직원 비율은 47%, 관리자급 이상 여성 비율은 33%였지만, 임원급 이상 여성 비율은 7%에 그쳤다. 여성 직원과 임원 간 격차는 40%포인트에 달했다.
파마리서치는 2024년 여성 직원 44%, 관리자급 이상 32%, 임원급 이상 15%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성 직원과 관리자 비율은 각각 3%포인트, 1%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성 임원급 이상 비율은 8%포인트 떨어졌다. 임원급 이상 16명 가운데 여성은 1명이었다.
여성 직원과 임원 비율의 차이가 두 번째로 큰 곳은 대웅제약으로, 29.6%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28.2%포인트), 셀트리온제약(25.0%포인트), SK바이오사이언스(23.7%포인트), 일동제약(20.9%포인트) 순으로 나타났다.
대웅제약은 여성 직원 비율이 2024년 36.0%에서 지난해 36.7%로 소폭 올랐으나, 여성 관리자 비율은 10.0%에서 8.4%로 뒷걸음질 쳤다. 관리자 수도 18명에서 16명으로 줄었다. 여성 임원은 1명으로 전년과 동일했으며, 임원 비율 자체는 6.3%에서 7.1%로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전체 여성 직원 비율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전체 임직원의 44.5%가 여성이고, 관리자 중 여성 비율도 37.6%로 양호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16.3%에 그치며 관리자 비율보다 21.3%포인트 뚝 떨어졌다. 인재가 관리자 단계까지는 순조롭게 진입하지만 임원 문턱에서 비중이 반토막 나는 구조다. 회사는 2040년 목표로 '여성 임직원 44.6%, 관리자 38%, 임원 18%'를 제시했지만, 이 장기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임직원과 임원 간 격차는 26.6%포인트에 달해 획기적인 파이프라인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삼성에피스홀딩스(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 임직원 성비가 여성 약 51%, 남성 약 49%로 균형에 가까웠다. 비임원 여성 관리자 비율은 34.4%였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약 24%로 낮아졌다. 여성 직원과 임원 간 차이는 약 26.6%포인트였다. 지난해 국내 신규 입사자 중 여성 비율은 57%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제약 역시 여성 직원 비율은 29%였지만 관리자 16%, 임원 4%에 불과해 평직원 대비 임원 단계 여성 비율이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관리자 늘어도 임원은 제자리···'마지막 문턱' 한계
중간 관리자 육성에도 경영진 비율 확대는 제한적이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여성 직원 전체 퇴직·이직률이 6.3%로 남성(13.7%)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과장급 여성 비율도 32%에서 37%로 약진했다. 그러나 전체 경영진이 23명에서 25명으로 늘어나는 동안 여성 경영진은 3명으로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비율로 따지면 13%에서 12%로 후퇴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여성 직원 비율이 2024년 40.2%에서 지난해 42.7%로 뛰었지만, 별도 기준 여성 관리자 비율은 21.3%에서 18.1%로 하락했다. 여성 중간관리자가 20명에서 18명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여성 임원은 6명에서 8명으로 늘어 개선됐지만, 여성 직원의 증가가 관리직 전반으로 고르게 연결되지는 못했다.
보령 역시 여성 직원은 늘었지만 관리자 수는 51명에서 46명으로 감소했다. 여성 관리자 비율도 17.4%에서 15.9%로 낮아졌다. 여성 임원은 6명으로 같았지만 전체 임원이 29명에서 32명으로 증가하면서 여성 임원 비율은 20.7%에서 18.8%로 하락했다.
HK이노엔은 여성 직원 비율 26.1%, 간부직 기준 여성 관리자 비율 11.3%, 여성 고위경영진 비율 10%를 기록했다. 직원 단계부터 여성 비율이 업계 평균보다 낮은 데다 관리직과 경영진 단계에서는 10% 안팎으로 내려가 여성 인재의 채용과 내부 육성을 동시에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도 있었다.
에스티팜은 여성 직원 29%, 여성 관리자 26%를 기록했지만 여성 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종근당바이오는 여성 직원 비율이 19.3%, 여성 관리자 비율이 16.9%였지만 여성 임원은 한 명도 없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여성 임원 수가 계속 0명에 머물렀다. 지난해 여성 신규채용 비율은 25%로 전년보다 높아졌지만 신규 여성 인력이 임원 후보군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 격차 최소화
승진 파이프라인의 단계별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도 있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국내 법인 기준 여성 직원 50%, 관리자 46%, 임원 40%를 기록해 분석 대상 중 가장 이탈이 적었다. 직원 단계의 여성 대표성을 100으로 놓으면 임원 단계에서도 80이 유지되는 구조다. 핵심 부서인 매출 발생 부서(50%)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직군(49%)의 여성 비율이 균형을 이룬 점도 특징이다. 임원 후보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사업·연구 등 핵심 부문에서도 비교적 균형 잡힌 성비를 보였다.
종근당도 개선 흐름을 보였다. 여성 직원 비율은 2024년 31.25%에서 지난해 31.90%로 높아졌고, 과장급 이상 여성 관리자 비율은 23.98%에서 25.14%로 상승했다. 여성 임원 비율도 14.29%에서 18.18%로 개선됐다. 지난해 신규 채용 인원 중 여성 비율은 40.85%로 집계됐다.
휴온스는 여성 관리자가 39명에서 61명으로 늘면서 관리자 비율이 18.2%에서 29.9%로 크게 상승했다. 여성 임원도 10명에서 11명으로 늘어 임원 비율이 19.6%에서 20.8%로 높아졌다. 지난해 여성 직원 비율은 약 39.2%로, 직원과 임원 간 격차는 여전히 18.4%포인트였지만 관리자 후보군은 빠르게 확대된 모습이다.
셀트리온은 여성 직원 비율 41.7%, 여성 관리자 비율 32%, 여성 고위관리자 비율 23%를 기록했다. 여성 직원 비중은 제약업계 평균으로 회사가 제시한 37%보다 4.7%포인트 높았지만, 직원과 고위관리자 간 격차는 18.7%포인트였다.
GC녹십자는 여성 직원 비율이 27%, 여성 관리자 비율이 24.5%로 직원과 관리자 단계의 차이는 비교적 작았다. 그러나 상임·비상임 경영진 25명 가운데 여성은 3명으로, 상위 리더십 비율은 12%에 그쳤다. 상임 경영진 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전체 21명 중 2명으로 9.5% 수준이다. 등기 임원 7명 가운데 여성은 1명으로,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은 14.29%였다. 관리자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단계에서 여성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GC녹십자는 2029년 여성 관리자 비율 40%를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연결 기준 적용하자 18%가 33%로···관리자 정의 제각각
여성 관리자 통계는 기업별 보고 범위와 직급 정의가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문제도 확인됐다. 특히 21개 주요 기업 가운데 여성 직원·관리자·임원 등 세 단계의 지표를 모두 비교할 수 있었던 곳은 18곳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단독 기준 여성 관리자 비율이 18.1%였지만, 인수한 IDT 바이오로지카와 TEW까지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32.5%로 높아졌다. IDT의 여성 관리자 비율이 44.1%에 달해 연결 수치를 끌어올린 결과다. 같은 회사의 보고서에서도 연결 기준과 별도 기준 가운데 어느 숫자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
동아ST는 총 관리직 여성 비율이 2024년 8.5%에서 지난해 18.0%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하위관리직 741명이 통계에 새로 포함된 영향이 크다. 중간관리직 여성 비율은 같은 기간 8.3%에서 8.2%로 사실상 정체됐고, 매출 발생 부서 관리직 여성 비율은 0.8%에서 4.0%로 올랐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였다. 표면적인 총 관리자 비율만 보면 대폭 개선으로 보이지만 동일 직급 기준으로는 다른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관리자 정의 자체도 다르다. 종근당은 과장급 이상을 관리직으로 분류하고, 휴온스는 팀장 직책을 수행하는 직원을 관리자로 집계한다. 한독은 업무 지휘·감독권, 인사평가권, 결재권을 모두 보유한 경우에만 관리자로 인정한다. 같은 '여성 관리자 비율'이라도 포함되는 직급과 권한 수준이 달라 기업 간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채용 인원보다 승진율·후보군 공개해야
이번 분석은 여성 직원 채용만으로 리더십 다양성이 자연스럽게 개선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여성 직원의 전체 퇴직·이직률이 6.3%로 남성의 13.7%보다 낮았고, 여성 중간관리자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도 여성 경영진은 3명에 머물렀다. 여성 인력 유지와 관리자 육성 이후에도 임원 선임을 가르는 별도의 문턱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직급과 직무 배치 차이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령의 남성 대비 여성 평균 급여 비율은 2024년 75.16%에서 지난해 74.20%로 낮아졌다. 관리자급에서는 남성 1억1115만원, 여성 1억845만원으로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관리자 외 직원에서는 남성 6453만원, 여성 5333만원으로 차이가 더 컸다. 직급·직무 차이가 전체 임금 격차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는 단순 채용 규모를 넘어 평가와 승진 과정에서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각 사마다 관리자를 정의하는 기준(과장급 이상, 팀장급, 인사평가권 보유 등)이 제각각이거나, 연결/별도 기준 적용에 따라 통계 착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데이터를 인용해 발표한 '인구동태 및 합계출산율 변화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비해 2024년 여성 근로자가 체감하는 승진·인사고과상 성차별 지수는 오히려 악화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은 전문가 심층 의견을 조사해 "노동시장에서 성차별 관행 및 문화 개선을 위해 양성평등채용목표제, 여성관리자 승진목표제, 육아휴직기간의 승진 소요기간 산입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조직 내 성차별 관행과 문화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직 내부의 불투명한 승진 관행을 깨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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