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지속가능 의무공시' 앞둔 제약·바이오···스코프3 실행 데이터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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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의무공시' 앞둔 제약·바이오···스코프3 실행 데이터 태부족

등록 2026.07.13 07:20

이병현

  기자

공급망 탄소 배출량 산정 데이터 부족 심각협력사 정보 미비로 객관적 비교 어려움스코프3 실행 인프라 구축이 생존 경쟁력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발간한 최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탄소중립과 기후공시 대응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공급망 전반의 탄소 배출량을 뜻하는 스코프3(Scope 3) 실행 데이터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간접배출량 산정과 제3자 검증까지 마쳤으나, 상당수는 여전히 산정 체계 구축이나 보고 준비 단계에 그쳐 기업 간 데이터 격차가 뚜렷하다.

13일 각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 결과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 내 스코프3 수치 공개 기업이 늘었다. 문제는 수치를 공개한 기업 사이에서도 산정 범위와 데이터 품질 격차가 컸다는 점이다. 실제 협력사별 배출량, 운송 거리와 연료 사용량, 제품별 탄소발자국 등 1차 데이터 확보 수준은 기업별로 크게 달랐다.

최근 당정은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2028년부터 2027 회계연도 기준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2029년에는 5조원 이상, 2030년 2조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스코프3 공시는 산정 인프라 구축의 현실적 부담을 고려해 공시 대상별로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2031년에 이르면 스코프3 의무 공시가 시작되는 셈이다.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국제지속가능성공시기준을 기반으로 한 공시기준서 제1호(일반 요구사항)와 제2호(기후 관련 공시)를 자발 적용 가능한 기준으로 공개하며 본격적인 기후 공시 시대를 예고했다.

자체 공장보다 공급망 배출 훨씬 커


스코프3는 원부자재 구매부터 위탁생산, 물류, 임직원 출장 및 통근, 판매 제품 폐기 등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른다. 생산설비에서 직접 뿜어내는 스코프1·2 배출량만으로는 기업이 직면한 실제 탄소 리스크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입된 개념이다.

유한양행이 산정한 2025년 스코프3 배출량은 67만3998tCO₂eq(이산화탄소 환산톤)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스코프1·2 합산 배출량(2만4899tCO₂eq)의 약 27배에 달하는 규모다.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 카테고리가 전체의 대다수인 47만여 tCO₂eq를 차지했고, 다운스트림 운송 및 물류 역시 12만9000여 tCO₂eq를 기록했다.

종근당 역시 올해 스코프3 배출량을 처음 산정해 공개했다. 2025년 스코프1·2 배출량이 2만4222tCO₂eq인 반면, 스코프3 배출량은 16만4668tCO₂eq로 약 6.8배 컸다. 구매한 상품 및 서비스가 8만3996tCO₂eq, 업스트림 운송 및 유통이 4만9649tCO₂eq, 자본재가 2만2063tCO₂eq 순이었다. 종근당 측은 첫 산정인 만큼 전년 대비 추세 분석은 보류했다.

종근당바이오는 공급망 탄소 리스크가 더 크게 드러난 사례다. 2025년 스코프1·2 배출량은 9만8830tCO₂eq였지만, 스코프3 배출량은 24만7229tCO₂eq로 자체 운영 배출량의 약 2.5배에 달했다. 특히 업스트림 운송 및 유통이 22만7412tCO₂eq로 스코프3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종근당바이오는 올해부터 스코프3를 산정했으며, GHG Protocol 15개 카테고리 중 사업 특성상 중요도가 높은 7개 카테고리를 우선 산정했다고 밝혔다.

HK이노엔도 스코프3 수치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2025년 시장기반 스코프1·2 배출량은 4만910tCO₂eq, 스코프3 배출량은 5만8654tCO₂eq였다. 스코프1·2·3 합산 시장기반 배출량은 9만9546tCO₂eq로 집계됐다. HK이노엔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스코프3 시계열 수치를 제시했고,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 범위에도 스코프1·2·3를 포함했다.

다만 HK이노엔 사례는 스코프3 공시의 한계도 함께 보여준다. 회사는 스코프3 총량 5만8654tCO₂eq 중 구매한 상품 및 서비스, 자본재, 판매한 제품의 가공, 판매 제품의 최종 처리 등 4개 카테고리 5만1963tCO₂eq가 전체의 88.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카테고리는 협력업체·공급업체의 제품별 탄소발자국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 산업 평균 배출계수 기반 추정값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HK이노엔은 업스트림 운송·유통과 다운스트림 운송·유통 카테고리는 미산정으로 처리했다. 운송 협력사가 운송수단, 거리, 연료 사용량 등 산정에 필요한 실적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1차 데이터 확보가 불가능했다는 전언이다. 회사는 2027년부터 주요 협력업체 20곳을 대상으로 제품 탄소발자국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운송 협력사 데이터 확보 시 해당 카테고리 산정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도 각각 스코프3 수치를 내놨다. 셀트리온의 2025년 스코프3 배출량(11만9044tCO₂eq)은 장거리 운송 건수 증가 등 여파로 예년 대비 급증하는 흐름을 보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코프3 중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가 전체의 72% 이상을 차지한다고 명시하며 향후 데이터 수집 방법론을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더했다.

선도 사례 삼성바이오로직스, '비교 가능성'은 과제


제약·바이오 업계 내에서 스코프3 관리 체계 고도화에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2025년 스코프1·2 합계 배출량은 26만1521tCO₂eq였으며, 국내외 사업장을 아우르는 스코프3 제3자 검증까지 완료했다. 2034년까지 가치사슬 배출량을 35% 감축하겠다는 세부 마스터플랜도 수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구매액의 약 60%에 달하는 공급사 직접 배출량을 수집해 스코프3 산정에 반영했다. 실제 공급망 데이터를 확보하며 긍정적인 진전을 이뤘으나, 이러한 산정 방식 및 범위의 변경은 전년도 추정치와 단순 비교를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수치 해석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평가다.

여전히 미산정 기업 많아


데이터 수집 체계조차 갖추지 못한 기업도 적지 않다. 광동제약은 최신 보고서의 GRI 인덱스(Index) 항목에서 기타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3)을 '해당없음(미산정)'으로 기재했다. 스코프1·2 감축 목표는 제시했으나 밸류체인 전반 관리는 공백 상태다.

한독은 스코프3 배출량을 2026년에 최초 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50년 넷제로 목표는 스코프1·2 기준으로 수립했으며, 스코프3 산정을 통해 공급망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파악하고 포괄적인 감축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GC 지주회사는 계열사 대상 스코프3 데이터 산출 작업을 진행 중이며, 주요 계열사인 GC셀도 기후변화 대응 체계 정립 후 정합성 있는 데이터를 도출하겠다는 계획만 내놓은 상태다. 보령은 2025년 스코프1·2 수치만 공개하고, 스코프3는 정량적 수치 대신 '산정 체계 구축'을 향후 과제로 돌렸다.

'실행 데이터' 질이 경쟁력


이번 보고서 분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스코프3 수치를 명시한 곳도 산정 기준(연결·별도·사업장별)이 제각각이며, 카테고리 누락이나 평균 배출계수 의존도가 높아 기업 간 객관적 비교가 불가능에 가깝다. 수치를 공개한 기업도 첫 산정 연도인 경우가 많고, 일부 카테고리만 산정했거나 산업 평균 배출계수에 의존했다.

업계에서는 원료의약품, 콜드체인 물류, 위탁생산, 글로벌 판매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중소 협력사 비중이 높은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스코프3 추적 난도가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스코프3 공시를 3년 유예하고 2028년까지 업종별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인프라 부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향후 KSSB 기준에 따른 ESG 공시가 법제화되면 기후 대응 성과를 판가름하는 잣대는 스코프1·2 감축 선언에서 스코프3 데이터의 품질로 빠르게 옮겨갈 전망이다. 실제 공급망 구석구석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협력사와 실효성 있는 감축 방안을 실행하고 있는지 여부가 제약·바이오 기업의 차세대 생존 경쟁력이 될 거란 분석이다.

삼정KPMG는 최근 ESG 인사이트 보고서에서 국내외 지속가능성 공시 환경이 "단순한 비재무 정보의 나열을 넘어, 재무제표 수준의 엄격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재무영향 공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 공시는 연결 기준 내부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스코프3 배출량을 포함한 가치사슬 전반 정보를 요구한다"면서 "기업은 가치사슬 전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협업 체계와 데이터 수집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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