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유경하 병협 회장 "필수의료는 국방과 같은 기반시설···건보 재정만으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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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하 병협 회장 "필수의료는 국방과 같은 기반시설···건보 재정만으론 한계"

등록 2026.06.23 16:21

수정 2026.06.23 17:32

임주희

  기자

대한병원협회 제43대 회장 취임 기자회견 개최 필수의료 지원 체계 강화 등 주요 현안 언급

유경하 대한병원협회 신임 회장. 사진=대한병원협회유경하 대한병원협회 신임 회장. 사진=대한병원협회

대한병원협회 제43대 유경하 신임 회장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필수의료 지원 체계 강화, 의료사고 공제조합 설립, 전공의 수련 체계 개편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소신을 내비쳤다.

23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 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유 회장은 "상급종합병원부터 중소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까지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단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 병협"이라며 "강한 법정 단체로서 정부와 협상하려면 내부에서 먼저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동안 이 부분이 다소 미진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존 회무위원회를 회장 직속 '상생협력위원회'로 개편하고, 서울 중심의 회의 방식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 회의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유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지역의료가 붕괴되었다'는 것을 지역에 가서보니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언론이나 회의석상에서 듣던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며 "우선 상징적이지만 상생협력위원회 회의 장소를 병협이 모두 이동해 지역에서 진행하려 한다. 큰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시도를 해 보는 것이고, 지역에서 해당 일을 해결하는 정부관계자들도 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 속에서 필수의료에 대한 적극적 투자도 이끌어 낼 방침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유 회장은 "90년대 초반 저출산이 시작될 때 이미 수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결국 코로나 시기에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의 36%가 문을 닫았고, 전공의 지원율은 100%에서 16%까지 추락했다"며 "시기를 놓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의료는 국방과 같은 국가 기반시설"이라며 "건강보험 재정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시대는 지났다. 아주 확실하고 강력하고 빠르게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협에 따르면 2027년도 수가협상 결과 급성기병원은 1.2%, 요양·정신병원은 1.3% 인상에 그쳤으며, 건보 재정 밴드 규모는 전년 대비 1890억 원(13.6%) 감소한 1조 2058억 원으로 책정됐다. 보험위원장인 유희상 부회장도 "다른 나라는 국고 지원 비율이 30~50%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12~20% 수준에 불과하다"며 건보 재정 외에 국가 별도 지원금과 지자체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배상 공제조합 설립과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지만 최대한 정부와 협의해 회원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유 회장은 "방향은 하겠다는 것이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는 지금 공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사고 손해배상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2026년 5월 개정·공포, 2027년 5월 시행)를 계기로 병원계 맞춤형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초기 자본금과 운영 범위에 대해서는 1년간 준비 기간을 두고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타당성을 먼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원 병원에 추가 부담이 최소화되는 방향을 목표로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 협의와 재정 지원 확대도 병행할 계획이다.

전공의 수련 현장과 관련해서 유 회장은 "전공의가 근로자인지 피교육자인지에 대한 이중적 신분 문제부터 정리돼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전공의를 선발해 의료기관에 교육을 위탁하고 수련비와 인건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수련환경평가본부를 수련평가국과 수련사업국 2개 국으로 확대 개편하고 본부장에 상근 부회장을 임명했다. 유 회장은 "병원협회가 1967년부터 전공의 수련을 맡아온 만큼 수련 교육·환경·평가 일체를 협회 중심으로 체계화하겠다"면서 "비판과 질책도 함께 받겠다"고 책임감을 강조했다.

'필수의료'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 회장은 "사실 '필수의료'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의료에 필수가 아닌 부분이 없다. 피부과도, 성형외과도 다 필요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인력이 부족하고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지는 진료를 필수의료라 부르는 게 더 맞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김우경 정책위원장은 이에 더해 "필수의료의 정의가 진료과 중심이 아니라 의료 행위 중심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 제왕절개, 에크모 사용, 중증 대동맥 수술처럼 구체적인 행위별로 접근하지 않으면 과별 이기주의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사망 예방에만 집중하는 현재 정책의 틀에서 벗어나 마비, 실명, 뇌손상 등 중증 장애 예방도 필수의료의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과정에서 중소·전문병원이 단순 이송 통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상급종합병원만 살아남는 구조는 절대로 안 된다"고 언급했다. 유 회장은 "포괄 2차, 3차 등 각 의료기관이 기능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상생"이라며 "기능별로 적합한 지표와 수가 체계를 병협이 선제적으로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유 보험위원장도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이 시범 사업이나 한시적 지원 형태로 불안하게 운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역 내 대학병원급 종합병원과 중소 종합병원이 협력할 수 있는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 관리와 정신의료기관 인권 문제에 대해 유 보험위원장은 "자정할 것은 자정하고, 필요한 것은 당당히 요구하겠다"고 역설했다. 정신병원 문제는 환자 인권 보호와 시민 안전이라는 양날의 검임을 인정하면서도, 시설과 장비의 인권 보호 수준을 높이는 한편 교육 프로그램과 진료 프로토콜을 협회 차원에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지원보다 질 향상을 담보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온다"며 요양병원협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방향을 잡아가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미래 의료 혁신을 위해 신설된 'AI 전략 사업부'의 로드맵도 제시됐다. 유 회장은 과거 EMR(전자의무기록) 도입 당시 병원마다 각자 개발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던 사례를 언급하며 디지털 기술 도입 과정에서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와 협력해 통합 표준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관련 규제 허들을 완화하는 데 앞장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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