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손놓고 있다 상폐 될라"···'동전주 상장사' 주식병합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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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놓고 있다 상폐 될라"···'동전주 상장사' 주식병합 '봇물'

등록 2026.06.23 14:11

김호겸

  기자

시가총액 기준 순차 상향에 재무부담 가중시가총액 기준 상향에 재무 부담 커지는 상장사코스닥 승강제, 시장 신뢰 제고 카드로 떠올라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금융당국의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 강화를 앞두고 한계기업들의 주식병합 공시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의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나 자금 조달 준비가 목적이지만 최근에는 주가 부양을 통한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를 피하려는 수단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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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면서 한계기업들의 주식병합 공시가 급증

주가 부양 및 상장폐지 회피 수단으로 주식병합이 활용되고 있음

숫자 읽기

올해 주식병합 결정을 공시한 기업 222곳

코스피 44건, 코스닥 178건

지난해 17건 대비 13배 이상 증가

배경은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 지정

90거래일 유예기간 내 45거래일 이상 1000원 회복 못하면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도 기존 150억원에서 올 하반기 200억원, 내년 1월 300억원으로 상향

자세히 읽기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에서 주식병합 현상 두드러짐

주식병합은 기업 펀더멘털에 변화 없음

병합 후에도 주가 급락하거나 다시 1000원 미만으로 추락하는 사례 다수

향후 전망

코스닥 승강제 도입 추진,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으로 분리 예정

프리미엄 진입 경쟁 심화, 지배구조 개선 및 시장 신뢰도 제고 기대

일부 기업 소외와 양극화 우려, 실효성과 실적 입증이 관건

퇴출 기준 상향에 주식병합 13배 급증···한계기업 '속도전'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식병합 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총 222곳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에서 44건, 코스닥 시장에서 178건으로, 이는 지난해 코스피 시장 2건과 코스닥 시장 15건을 합한 17건과 비교하면 1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자금조달 창구가 막히고 주가 부진의 장기화를 마주한 바이오와 헬스케어 업종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다. 노을, 프롬바이오, 네오이뮨텍 등 상당수 바이오 기업이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일제히 액면병합이나 주식병합 방식의 무상감자를 선택하고 있다.

이 같은 병합 붐은 개정된 상장유지 조건 탓이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가 30거래일 연속으로 1000원을 밑돌 경우 즉각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부여되는 90거래일의 유예기간 중 연속 45거래일 이상 주가가 1000원 위로 회복하지 못하면 심사를 거쳐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과거 일시적인 주가 부양책으로 연명하던 부실기업들의 도피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에 저가주 기업들은 10주를 1주로 합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이론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서 마지노선인 1000원선을 방어하고 있다는 것이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같은 방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식병합은 유통 주식 수와 주당 액면가만 조정하는 조치일 뿐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 미래 성장성 등 펀더멘털에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합 후 거래를 재개한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보면 상당수 종목이 거래 재개 첫날 투자심리 악화와 매물 폭탄으로 인해 두 자릿수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아이에이를 비롯해 팬스타엔터프라이즈, 케이피엠테크 등은 인위적인 주가 부양에도 다시 1000원 미만의 동전주로 추락했다.

업계에서는 상장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요건이 상향 조정되면서 상장사들의 재무적인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 상장유지를 위한 최소 시가총액 기준은 기존 150억원에서 올 하반기 200억원, 내년 1월 300억원으로 순차적으로 상향된다. 현재 주식병합을 결정한 기업 중 약 30% 이상이 변경된 시가총액 기준인 200억원을 밑돌고 있어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스피 랠리 속 소외된 코스닥···승강제, 구원투수 될까

금융당국이 코스닥 부실기업 퇴출과 함께 추진하는 '승강제'도 업계에서는 저승사자 격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6일 벤처업계와 학계, 투자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코스닥 세그먼트 자문단'을 출범하고 킥오프 회의를 가졌다. 거래소는 내달 초 코스닥 개장 30주년 기념행사를 전후로 승강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코스닥 시장은 우량 기업부터 재무 위험이 높은 한계기업까지 1600여 개 사가 혼재돼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등 대형 자금이 장기 투자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녀 왔다. 당국이 구상 중인 승강제는 시장을 재무 상태와 지배구조, 가치 제고 성과 등에 따라 '프리미엄', '스탠다드', '관리군' 등 3단계 등급으로 분리 운영하는 방식이다.

특히 거래소는 프리미엄 세그먼트의 편입 규모를 당초 예상보다 압축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의 유입 효과와 펀드 상품화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프리미엄 리그에 진입하려는 기업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 영문 공시 도입이나 주주가치 제고(IR) 정례화 등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을 다층 구조로 분리하게 되면 소규모 한계기업의 부실 리스크가 다른 우량 기업으로 전이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며 "부실기업을 조기에 선별하고 신속한 퇴출을 유도하는 것이 시장 신뢰도 향상을 위한 이번 제도의 핵심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의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간의 이견 조율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 분리가 가져올 양극화에 따라 하위 리그 기업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재무적인 수치만을 보고 그 기업에 대해 판단할 경우 장기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수적인 기술특례 성장기업들이 투자 유치 부진 등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시장이 정책 모멘텀과 펀더멘털 개선이 맞물리며 체질이 바뀌는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결국 제도의 실효성과 실적 입증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닥 시장은 기업 간 편차가 큼에도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 있어 개별 특성이 반영되지 못하고 시장 평균 밸류에이션마저 낮아지는 한계가 있었다"며 "승강제 도입으로 우량 기업 중심의 프리미엄 지수가 개발되고 연계 ETF가 도입된다면 기관 등 투자 기반이 대폭 확대돼 코스닥 투자심리 개선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닥 시장은 승강제 등 정책 기대감과 더불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심의 실적 성장이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현재 코스닥의 수익률 개선 시도를 단순한 낙폭 과대 반등으로 보기보다는 주도 업종이 헬스케어에서 반도체 중심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재평가(리레이팅) 과정의 초입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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