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DIP 금융 놓고 공방 가열매출 회복에도 회생 핵심자금 확보 난항임직원·협력사·납품업체 생계 직격탄

홈플러스 회생의 운명을 가를 2000억원 규모 긴급 운영자금을 놓고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의 힘겨루기가 길어질수록 1만여 명의 직원과 협력업체들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MBK와 메리츠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입장문을 잇달아 내며 홈플러스 회생 지원 책임을 둘러싼 여론전을 벌였다. 쟁점은 홈플러스가 요청한 2000억원 규모의 DIP(회생기업 운영자금) 금융이다.
홈플러스는 최근 매각 계약을 체결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상품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약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67개 핵심 점포 중심의 구조혁신이 이뤄질 경우 회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협력업체 대금 지급과 영업 정상화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방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가 18일 1000억원 규모 DIP 금융 지원안을 의결하면서 본격화됐다. 메리츠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 회장의 연대보증을 전제로 자금을 집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1000억원 역시 대주주가 책임 있게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리츠는 MBK의 재무 여력도 문제 삼았다. MBK의 운용자산 규모와 김 회장의 자산을 거론하며 "수익은 사유화하고 경영 실패에 따른 손실은 채권자에게 전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MBK는 회생을 위해서는 2000억원 전액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절반 규모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맞섰다. 추가 자금을 직접 조달하라는 요구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사실상 지원 거부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MBK는 별도 입장문에서 "홈플러스는 담보물이 아니라 기업"이라며 메리츠가 회생 지원보다 채권 회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적용되는 연체이자를 고려하면 메리츠의 회수액이 최대 1조8161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양측의 신경전은 19일 이어졌다. 메리츠는 MBK가 주장하는 2조5000억원 규모 손실이 실제 현금 유출이 아닌 장부상 평가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 MBK가 지난 10여 년간 약 1조2300억원 규모의 보수를 수취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책임론을 재차 제기했다.
이에 MBK는 메리츠가 아직 매각되지 않은 펀드의 평가가치를 실제 현금 수익처럼 계산해 재무 여력을 왜곡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홈플러스 투자와 관련해 수취한 운용보수 역시 2015년 인수 이후 1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출채권 포기와 연체이자 대납, 지급보증 등을 감안하면 이미 상당한 재정적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회생의 핵심인 운영자금 확보 방안은 제자리걸음이다. 양측 모두 회생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누가 얼마를 부담할 것인지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MBK와 메리츠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MBK는 인수 이후 점포 매각과 자산유동화를 통해 홈플러스의 재무 부담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메리츠 역시 강한 담보권을 확보한 만큼 회생 지원보다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현장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에는 현재 1만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수많은 협력·납품업체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회생계획안 인가와 구조혁신, 잔존 사업부문 매각 역시 DIP 금융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와 채권자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가장 큰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직원들과 협력업체"라며 "회생 국면에서는 책임 공방보다 기업 정상화를 위한 현실적인 자금 지원 방안 마련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67개 핵심 점포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과 구조혁신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회생 성공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회생 성공 여부는 결국 잔존 사업부문 M&A의 성공에 달려 있는 만큼 이를 위해서는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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