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PS 제외·역래깅 공백, 변수는 '적정 마진'정부는 원가, 업계는 시장가···손실 기준 시각차정산위 심의 후 정부가 최종 결정···새 쟁점 부상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보전 기준을 고시한 가운데 정유업계와 '보상 기준' 갈등이 예상된다. 보전 원칙은 마련됐지만, 최종 보전액의 변수인 '적정 마진'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정부가 최종 결정권까지 가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최고가격제 종료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업계의 시선도 가격 통제 자체보다 손실 보전 규모와 산정 기준으로 옮겨가고 있다.
19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석유판매가격 최고액 지정에 따른 손실보전을 위한 재정지원 규정' 제정안이 마련됐다.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발생한 정유업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 최고액 정산위원회 구성 및 운영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정부는 손실보전 기준을 정유사가 실제 부담한 생산·판매 원가로 명확히 규정했다. 지원금은 정유사가 최고가격 대상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원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여기에 '적정 수준의 마진'을 반영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정부는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구성해 원가 산정과 마진 수준, 지원금 규모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다만 정유업계는 이번 고시안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정부가 실제 투입된 생산·판매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을 산정하기로 하면서 업계가 요구해온 국제석유제품가격(MOPS) 기준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국제시장 가격에 연동해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던 만큼 국제석유제품가격(MOPS)과 실제 판매가격 간 차이도 손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정부는 실제 발생한 원가 중심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고평가손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보전 대상을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 중 발생한 손실로 한정했다.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에 비싸게 사들인 원유를 원재료로 생산한 제품을 유가 하락 이후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발생할 재고평가손실은 보전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상 '역래깅' 재고손실이 보전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해석된다.
수출 기회손실 역시 쟁점이다. 정유사들은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국내 공급 물량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해외 판매 물량을 제한해왔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른 수익 감소도 손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실제 투입 원가 중심의 보전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 양측 간 시각차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가 주장하는 손실 규모와 실제 보전액 간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누적 손실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 역시 최고가격제 6개월 유지를 전제로 4조2000억원 규모의 목적예비비를 편성했지만, 실제 지급 규모는 향후 정산 기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핵심 변수는 '적정 수준의 마진'이다. 적정 마진은 석유제품 생산·공급을 위해 투입한 원가 외에 인정되는 이윤으로, 최고액 정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통상부 장관이 결정한다.
다만 구체적인 산정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적정 마진 수준에 따라 최종 보전액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정부와 업계 간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고시안에는 산업부 장관이 국가예산과 공익상 필요 등을 고려해 정산위원회 심의 결과와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산위원회가 적정 마진과 지원 규모를 심의하더라도 최종 보전액은 정부 판단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보전액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전 원칙은 마련됐지만 실제 인정 범위, 마진 수준, 지급 규모가 모두 미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정산 과정에서 정부와 업계 간 협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최고가격제 유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종료 예정이었던 6차 최고가격은 조정 없이 연장됐다. 휘발유는 리터당 1934원, 경유는 1923원, 등유는 1530원의 상한 가격이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는 향후 국제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상황, 국제유가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7차 최고가격제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부담을 누가 얼마나 나눠 짊어질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며 "향후 정산위원회가 어떤 기준으로 손실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정부와 업계 간 갈등 수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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