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에어링 드라이브와 고성능 퍼포먼스 결합원형 OLED 풀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장단 뚜렷운전 재미와 오픈에어링 감성···고카트 필링 극대화
어떤 브랜드는 과거와의 완벽한 단절을 선언하며 새로운 영토로 나아갑니다. 또 다른 브랜드는 유서 깊은 유산을 어떻게든 움켜쥔 채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려 애쓰기도 합니다. 영국에서 태어나 독일의 피를 수혈받은 후에도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영원한 장난감으로 자리 잡은 미니는 후자에 가깝죠. 특히 그중에서도 강력한 심장과 오픈에어링의 해방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JCW'는 언제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4세대로 진화한 JCW 컨버터블을 만났습니다. 과연 최신형 미니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을까요? 아니면 시대의 흐름에 타협해 고유의 색을 잃어버렸을까요. 지금부터 시동을 걸고 출발해 보겠습니다.
이번 신형 미니를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질문은 "이 차, 정말 뼈대부터 완전히 바뀐 새 차가 맞는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미니는 이번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아주 독특한 전략을 취했습니다. 전기차 모델은 중국 장성자동차와 합작해 개발한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뼈대로 삼았습니다. 반면, 우리가 오늘 살펴볼 가솔린 내연기관 모델은 기존 3세대(F바디)의 플랫폼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안팎의 디자인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눈에는 전면부의 거대한 팔각형 그릴이나 매끈하게 다듬어진 리어램프 덕분에 신형 전기 모델과 똑같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니를 오랫동안 경험해 온 이들이라면, 특히 현재 3세대 미니를 자가용으로 타고 있는 저와 같은 오너의 눈에는 익숙한 실루엣이 단박에 포착됩니다.
차량의 측면으로 돌아가 A필러의 각도와 앞 펜더가 보닛과 만나는 파팅 라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유심히 살펴보면 3세대 모델의 골격이 그대로 살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 같다는 것은 차량의 기본적인 비율과 승객석 구조적 한계가 전 세대와 동일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조사 입장에서는 내연기관의 황혼기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 신형 플랫폼을 개발하는 대신, 이미 검증된 3세대의 훌륭한 플랫폼을 숙성시키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고 영리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덕분에 겉모습은 미래지향적으로 변했으면서도, 미니 특유의 다부지고 단단한 비율은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었죠. 3세대 오너 입장에서는 신형을 보면서도 묘한 친숙함과 서운함이 교차하는 복잡미묘한 시선을 던지게 합니다.
실내는 아날로그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린 미래지향적인 콕핏이 운전자를 맞이합니다.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것은 대시보드 한가운데 자리 잡은 거대한 원형 디스플레이입니다. 미니의 헤리티지인 중앙 원형 센터페시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입니다.
이 디스플레이는 무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한 원형 OLED 패널을 사용했습니다. 화질과 선명도 측면에서는 그 어떤 양산차와 비교해도 압도적 우위를 점합니다. 대낮에 컨버터블의 탑을 완전히 열고 강렬한 햇빛이 실내로 들이치는 상황에서도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글씨가 또렷하게 보일 정도니까요. 검은색을 표현할 때는 완벽한 블랙을 보여주고, 색감의 대비가 워낙 뚜렷해 시인성 하나만큼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UI 디자인 역시 미니 특유의 재기발랄함과 세련미를 가득 담고 있어 시각적인 만족감이 상당합니다. 특히 AI 어시스트이자 마스코트인 강아지가 귀엽더군요(이름은 스파이크라네요).
하지만 모든 디지털화가 축복은 아닙니다. 화려한 그래픽 뒤에는 치명적인 불편함이 숨어있습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공조 장치 조작부의 부재입니다. 과거 미니의 매력 중 하나는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톡톡 터치하거나 드르륵 소리를 내며 돌리던 아날로그 스위치였습니다. 직관적이었고 운전 중에도 전방을 주시하며 손 감각만으로 온도를 낮추거나 바람 세기를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4세대 모델은 모든 기능을 원형 화면 안으로 집어넣었습니다. 이제 에어컨 온도를 1도 바꾸거나 엉덩이 열선을 켜려면 화면 하단의 작은 아이콘을 최소 두세 번은 정확하게 터치해야 합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그것도 하체 서스펜션이 단단한 JCW 안에서 화면을 정확히 조작하기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손을 뻗어 바로 드르륵 돌리던 그 시절의 아날로그 직관성이 뼈저리게 그리워지는 순간입니다.
스티어링 휠 너머를 바라보면 순간 당황하게 됩니다. 전통적인 자동차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운전석 정면의 계기판이 통째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4세대 미니는 대시보드를 극단적으로 낮추고 운전자의 전방 시야를 넓히기 위해 전통적인 계기판을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대신 빈자리를 컴바이너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채웁니다.
처음에는 속도나 RPM을 확인할 때마다 시선이 갈 곳을 잃어 어색하지만, 시승 시간이 한 시간만 지나도 이 구성이 제법 편안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굳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지 않아도 앞 유리창 너머에 떠오르는 그래픽을 통해 현재 속도와 내비게이션 경로, JCW 전용 타코미터 그래픽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센터패시아의 원형 디스플레이가 워낙 밝고 선명하기 때문에 정면의 HUD와 중앙 화면 조합만으로도 정보 공백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시각적 요소를 덜어내고 오직 전방 도로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영리한 미니멀리즘입니다.
JCW의 본질인 달리기 성능을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보닛 아래에는 2.0L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숨쉬고 있습니다. 최고출력은 231마력, 최대토크는 38.7kg·m입니다. 요즘 워낙 300마력, 400마력을 가볍게 넘나드는 고성능 전기차와 수입차들이 흔하다 보니, '231마력'이라는 수치 자체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치만 보고 이 차를 얕잡아 본다면,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오해했음을 깨닫게 되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니 JCW 컨버터블이 주는 체감 가속력은 300마력 후반대, 혹은 그 이상의 고성능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차체가 작고 가벼운 데다, 운전석이 노면과 워낙 가깝게 붙어 있어 속도감이 온몸으로 적나라하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변속기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기어를 낮추고 엔진은 앙칼진 비명을 지르며 차체를 앞으로 튕겨냅니다.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제로백) 같은 수치적 결과보다는 가속 과정에서 운전자의 척추를 타고 흐르는 자극의 강도가 훨씬 강력합니다. 짜릿하고 빠릿하다는 표현 외에는 달리 이 감각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더욱이 미니의 전매특허인 '고카트 필링'은 코너를 만났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스티어링 휠을 살짝만 돌려도 차체의 앞머리가 칼날처럼 예리하게 코너 안쪽을 파고드는데요. 휠베이스가 짧고 하체가 워낙 탄탄하게 조여져 있어, 웬만한 급코너에서도 롤링(차체가 옆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을 극도로 억제하며 바닥에 찰떡처럼 붙어서 돌아 나갑니다. 이래야 미니고, 이래야 JCW이지요.
여기에 컨버터블 특유의 오픈탑 감성이 더해지면 운전의 재미는 극대화됩니다. 시속 30km 이하에서는 주행 중에도 언제든 소프트탑을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탑을 열고 달릴 때 귀를 자극하는 JCW 특유의 배기음, 터보 스크롤이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쥐는 소리가 날것 그대로 귓가를 스칩니다.
시각적인 만족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프트탑이 접히는 모습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루프가 완전히 접혔을 때는 자연스럽게 스포일러 형상이 만들어져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달리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모두 갖춘 JCW 컨버터블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비록 환경 규제로 인해 과거 2~3세대 모델처럼 우렁찬 팝콘 사운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스포티한 엔진 사운드와 영민한 변속 반응은 운전자의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스포츠 모드인 '고-카트 모드'를 활성화하면 스티어링 휠은 더욱 묵직해지고, 엔진은 언제든 튀어 나갈 준비를 하며 운전자를 끊임없이 도발합니다. 이 차는 효율성이나 안락함을 위해 타는 차가 아닙니다. 오직 도로 위에서 가장 재미있게 놀기 위해 만들어진, 어른들을 위한 최고의 장난감입니다.
4세대 미니 JCW 컨버터블은 명확한 장점과 뚜렷한 약점을 동시에 지닌 차량입니다. 효율적인 공간이나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 혹은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을 원하는 분들에게 이 차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뒷좌석은 여전히 성인이 앉기에는 고문에 가깝고, 트렁크 공간은 기내용 캐리어 하나 넣기도 벅차며, 단단한 서스펜션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척추에 고스란히 충격을 전달합니다. 터치스크린으로 통합된 공조 장치의 불편함과 묘한 시스템 딜레이 역시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주말마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와인딩 로드를 달리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운전자라면, 혹은 오픈톱의 해방감과 함께 도로 위의 주인공이 되는 짜릿한 주행 감각을 갈망하는 분이라면 어쩌면 대체 불가능한 선택지입니다. 3세대 플랫폼을 이어받아 미니 고유의 탄탄한 뼈대를 유지했고, 삼성의 기술력으로 완성한 눈부신 디스플레이로 시각적 화려함을 더했으며, 무엇보다 'JCW'라는 이름에 걸맞은 폭발적인 고카트 필링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전동화가 거세게 밀려와도, 내연기관이 주는 이 날 것의 손맛과 엔진의 고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조금 불편한들 어떻습니까. 운전석에 앉아 탑을 열고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 그 어떤 슈퍼카 부럽지 않은 행복을 선사하는 차가 바로 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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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senn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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