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14년 만에 칼 빼든 당국···24시간 외환 개장 앞두고 투기세력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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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칼 빼든 당국···24시간 외환 개장 앞두고 투기세력 '경고장'

등록 2026.06.11 14:44

문성주

  기자

외국계·NDF 정조준···"교란 행위 엄정 대응할 것"1560원 뚫린 취약한 원화···구조적 체질 개선 시급

원·달러 환율이 4일 오후 서울 시내 사설 환전소 시세현황판에 1505원으로 나타내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원·달러 환율이 4일 오후 서울 시내 사설 환전소 시세현황판에 1505원으로 나타내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외환당국이 장중 1560원선을 돌파하며 요동치는 원·달러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14년 만에 '공동 특별점검'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단순한 환율 방어 차원을 넘어 내달 서울 외환시장의 '24시간 개방'을 한 달 앞두고 취약해진 원화 시장을 노리는 투기 세력의 기선을 선제적으로 제압하려는 강력한 경고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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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외환당국이 1560원선 돌파 등 환율 급등에 대응해 14년 만에 '공동 특별점검'을 실시

내달 서울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을 앞두고 투기 세력 견제를 위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

현재 상황은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시장 교란 행위 여부를 집중 조사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투기성 거래 정황 파악에 주력

최근 환율은 150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시장 불안 지속

숫자 읽기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 1500원을 넘고 한때 1560원선까지 치솟음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짐

맥락 읽기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 경기 민감성, 자본 유출 심화가 원화 약세 주요 원인

글로벌 악재 발생 시 원화가 신흥국 통화 중 가장 먼저 매각 대상이 되는 구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 초기에는 변동성 확대와 투기 자본 유입 위험 상존

향후 전망

제도 안착과 시장 참여자 다변화로 장기적 변동성 완화 기대

환율 결정은 점차 글로벌 펀더멘털과 시장 논리에 따라 선진화될 전망

단기적으로는 당국의 강력한 개입과 펀더멘털 강화가 24시간 외환시장 성공의 관건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최근 환율 급등 과정에서 시장 교란 행위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한 전격적인 공동 조사에 돌입했다. 우선 타깃이 된 곳은 외국계 은행들이다. 한은과 금감원이 공동 검사에 나선 것은 유로존 재정위기로 시장이 불안했던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당국은 얇은 시장 유동성을 악용해 투기성 거래나 호가 왜곡을 주도한 정황이 없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히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핵심 고리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다.

NDF 시장은 실물 인수도 없이 차액만 정산하기 때문에 레버리지가 커 외국계 투기 자본이 원화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주무대로 꼽힌다. 역외에서 이뤄진 외국계의 투기적 거래가 국내 현물환 시장으로 전이되며 최근 1560원선 오버슈팅을 부추겼다는 의심이다.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전날 "시장 질서를 훼손하거나 환율의 일방향 쏠림을 조장하는 투기적 거래 및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최근 외환시장은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1500원을 넘어 한때 1560원선까지 치솟는 등 변동성이 극에 달한 상태다.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환율은 소폭 하락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150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시장의 긴장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처럼 극심한 변동성 속에 유독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구조적 약점들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 변수에 유독 취약해진 기초체력이 환율 오버슈팅을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높은 대외 의존도와 경기 민감성이다. 수출입 비중이 압도적인 한국 경제 특성상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장 먼저 경기 민감 통화인 원화 자산부터 내다 파는 것이다.

주식 열풍과 대형 연기금의 해외 자산 배분 확대 등 구조적인 자본 유출도 원화 약세를 고착화하는 핵심 요인이다. 과거에는 환율이 급등하면 환차익을 노린 역외 자금이 유입되거나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네고) 물량이 쏟아지며 상쇄 작용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자금이 쉴 새 없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외환시장에서 상시적인 달러 수요 우위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원화가 글로벌 펀드들의 '위험자산 청산' 1순위 타깃이 된 점도 뼈아프다. 신흥국 통화 중 유동성이 풍부해 거래가 수월한 원화는 글로벌 악재 발생 시 가장 먼저 매각 대상이 된다. 여기에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장기화하면서, 자금의 이자 매력도 면에서도 원화를 쥐고 있을 유인이 크게 떨어졌다.

이같이 기초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당장 한 달 뒤부터 본격화되는 '서울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은 당국에 커다란 시험대다. 개장 초기 시장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얇은 호가창이 형성되는 심야나 새벽 시간대를 노려 역외 투기 자본이 유입될 경우 적은 거래량만으로도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널뛰기할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제도가 안착하고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 등 시장 참여자가 다변화되면 거래량이 풍부해져 변동성이 자연스레 안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역시 궁극적으로는 당국의 개입보다는 글로벌 펀더멘털과 시장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선진화된 구조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다만 당장의 과도기적 혼란을 막아야 하는 당국 입장에서는 14년 만의 특별점검이라는 강력한 행보로 외국계 세력의 시장 기강 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장이 열릴 때 환율이 갑작스레 튀는 현상은 줄일 수 있겠지만 레벨 자체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손이 잘 닿지 않는 역외 시장의 이상거래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억제 효과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수출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선진화 등 원화의 펀더멘털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려야만 24시간 외환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환율 방어를 위한 1차 저지선은 당국의 개입일 수 있으나 24시간 장에서의 최종 수비수는 결국 튼튼한 펀더멘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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