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는 거들 뿐'···현대차, 로봇·항공·에너지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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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거들 뿐'···현대차, 로봇·항공·에너지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

등록 2026.06.05 14:11

권지용

  기자

항공 모빌리티 시장 진출 위한 전동화 기술 확장로봇·AI 연계 제조 혁신과 현장 실증 추진수소 생태계 조성으로 에너지 인프라 확대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산업의 경계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에너지 분야로 사업 외연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외형상 파편화된 신사업으로 비칠 수 있으나, 그 근간에는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내재화한 전동화·제어·생산 기술이라는 강력한 '기술 DNA'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의 최근 행보를 단순한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독자적인 기술 기반의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기차 기술, 이번엔 하늘로···KAI와 AAM 개발 맞손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초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의 핵심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항공용 전동화 파워트레인 기술과 KAI의 항공기 개발 역량을 결합해 차세대 비행체를 개발, 양산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미국 AAM 전문법인 슈퍼널은 기체 개발을 맡고, 현대차·기아 항공파워트레인사업부는 추진 시스템 상용화를 담당한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모터·배터리·전력제어 기술을 항공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AAM은 자동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인증 체계를 요구하는 산업이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항공 당국의 인증과 운항 체계 구축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상용화 문턱이 높은 차세대 산업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양사는 기체 개발뿐 아니라 공급망 구축, 인증 체계 확보, 고객 네트워크 확대 등 전방위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다.

공장 자동화 넘어 휴머노이드로···아틀라스 실증 본격화


보스턴 다이나믹스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보스턴 다이나믹스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로봇 분야에서는 자회사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현대차그룹 미래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공개한 영상 속 아틀라스는 두 손만으로 몸을 지탱한 채 자세를 바꾸고 균형을 유지하는 고난도 동작을 선보였다. 전신 관절 제어와 균형 유지 기술이 상당 수준까지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아틀라스가 무게 23kg 냉장고를 운반하고 정확한 위치에 배치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정밀한 기체 제어를 넘어 외부 물체를 다루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향후 자동차 생산라인 등 제조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해 실제 생산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자동차 공장이 로봇 실증 공간이 되고, 완성차 생산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로봇 학습에 활용되는 구조다. 현대모비스는 핵심 액추에이터 개발과 부품 표준화를 지원하고, 현대글로비스는 물류·공급망 운영 역량을 제공하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도 강화되고 있다.

수소차 넘어 에너지 생태계 구축···새만금에 9조원 투자

수소 사업도 기존 자동차 영역을 넘어 에너지 인프라 구축 단계로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정부 및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계획대로라면 2026년부터 새만금 일대에 약 9조원을 투입해 로봇과 AI, 수소 에너지, 태양광 발전 등을 연계한 산업 거점을 조성할 예정이다.

구상에는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클러스터, 수전해 설비, 태양광 발전시설, 수소 기반 도시 인프라 구축 등이 포함됐다. 특히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산업단지를 운영하기 위해 수소 생산과 발전 체계를 동시에 구축하는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수소전기차를 중심으로 육성해 온 수소 기술이 발전·저장·에너지 공급망으로 확대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수소 전략도 차량 중심에서 산업 생태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6일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새만금 혁신성장거점 구축을 위한 '현대차그룹-정책금융기관 금융지원·협력 MOU'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지난 4월 6일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새만금 혁신성장거점 구축을 위한 '현대차그룹-정책금융기관 금융지원·협력 MOU'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최근 행보는 '탈자동차'보다는 자동차 기술의 활용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 가깝다.

항공 모빌리티는 전동화 기술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 휴머노이드 로봇은 생산·제어 기술의 진화된 형태다. 수소 사업 역시 수소차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을 도시와 산업단지 수준으로 확장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맞닥뜨릴 경쟁 구도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했다면 앞으로는 항공, 로봇, AI, 에너지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에서 기술 기반 산업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며 "전동화와 제조, 수소 기술을 다양한 산업에 접목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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