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 '원팀' vs 독일 TKMS··· 북미 진입 '입장권' 놓고 격돌도산안창호 캐나다 입항부터 원유·LNG·핵심광물까지···정부·기업 총력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을 둘러싼 수주전이 막판 레이스로 치닫고 있다. 이번 사업은 건조비와 수십 년간의 유지·보수·정비(MRO), 산업협력 효과까지 포함해 최소 60조 원에서 많게는 120조 원 안팎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거론된다.
표면적으로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을 주축으로 한 '코리아 원팀'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의 2파전 양상이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방산 수출을 넘어 북미 시장 진입, 에너지·자원 공급망 확보, 현지 일자리 창출 등이 복잡하게 얽힌 '국가 단위 경제안보 전쟁'의 성격이 짙다.
캐나다는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 규모의 차세대 재래식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새 잠수함이 아니다. 태평양과 대서양, 북극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는 작전 능력과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정비 체계, 자국 산업에 돌아올 경제적 효과까지 포함된다.
특히 북극 항로와 해양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캐나다 입장에서는 이번 사업이 해군 전력 보강을 넘어 국가 안보와 산업 재편을 함께 결정하는 선택인 것이다.
한국이 이 사업에 총력전을 펴는 첫 번째 이유는 압도적인 사업 규모다. 잠수함 수주에 성공하면 국내 조선·방산업계는 수십조원대 건조 물량뿐 아니라 향후 20~30년에 걸친 정비·부품·성능개량 시장까지 확보할 수 있다.
'코리아 원팀'이란 표현도 단순한 구호라기보다 역할 분담에 가깝다. 한화오션이 잠수함 플랫폼과 체계 통합, 장기 MRO 패키지 설계 같은 '운영 모델'을 전면에 세우고, HD현대중공업은 대형 건조 역량과 생산관리, 납기 대응 능력으로 '공급 실행력'을 받치는 식이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KSS-Ⅲ, 즉 장보고-Ⅲ급 잠수함을 앞세워 2030년대 중반부터 순차 인도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도산안창호함이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기지에 입항한 것도 실전 운용 능력과 장거리 항해 성능을 직접 보여주기 위한 행보다.
두 번째 이유는 북미 방산시장 진입 효과다. 캐나다 수주는 단일 계약 이상의 상징성에 그치지 않고, 북미 현지 거점을 확보하는 '입장권'이 될 수 있다. 계약을 따내는 순간 한국 업체들은 캐나다 현지에 조립·생산·정비(MRO) 거점을 깔고, 부품·정비·교육·성능개량을 수행할 현지 협력사 네트워크를 수십 년짜리로 구축하게 된다. 이 거점과 네트워크는 이후 북미권에서 추진되는 해군 전력 사업에서 '다시 쓰는 인프라'가 된다.
즉, 캐나다 사업을 통해 ▲북미 현지 인력·설비·품질체계(군용 인증 포함)를 갖춘 공급자로 포지셔닝하고 ▲장기 MRO 계약을 통해 북미 군수 시장에서 꾸준한 매출 파이프라인을 만들며 ▲현지 파트너를 끼고 후속 사업(추가 함정·체계·부품·개량) 경쟁에 반복적으로 참여할 발판을 확보하는 구조다.
한국 정부 역시 기업 지원 수준을 넘어 에너지·자원 협력과 공급망 의제까지 묶어 판을 키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캐나다 천연자원부와 현지에서 에너지·자원 협력 포럼을 열고, 잠수함 협력과는 별개로 원유·가스·핵심광물 협력을 '패키지'로 올려 협상 지렛대를 넓혔다. 정부는 캐나다산 원유 도입을 지난해 488만 배럴에서 올해 최대 1600만 배럴로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연간 2000만 배럴 수준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LNG도 단순한 협의 단계에서 물량 확대 논의로 넘어갔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캐나다산 LNG 도입 비중은 지난해 1.7%에서 2031년 3.0%까지 높아질 수 있다. 핵심광물 협력 역시 배터리와 첨단산업 공급망 차원에서 병행 테이블에 올려놨다.
'잠수함 단품'이 아니라, 에너지·자원·공급망까지 연결된 거래 구조를 만들어 캐나다가 중시하는 산업 효과까지 함께 설득하겠다는 전략이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은 누가 더 좋은 잠수함을 만들 수 있느냐만의 싸움이 아니다. 누가 캐나다의 안보 공백을 줄이고, 더 많은 일자리와 투자를 만들며, 장기 정비 체계와 공급망 협력까지 제공할 수 있느냐의 경쟁이다.
캐나다가 사려는 건 잠수함이 아니라 '운영 능력'이고, 한국이 파는 건 잠수함이 아니라 '국가 총력전'이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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