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조 단위' 깨진 홍콩 ELS 과징금···은행권 숨통 트였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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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깨진 홍콩 ELS 과징금···은행권 숨통 트였다(종합)

등록 2026.06.04 16:06

김다정

  기자

'6000억원' 충당금 범위 내 리스크 통제···일부 환입 효과 기대도은행권 "자율배상 노력 등 반영 긍정적···겸허히 수용할 것"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로 '조 단위' 제재금을 맞을 위기에 처했던 은행권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금융당국이 과징금 규모를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도는 6000억원 수준으로 감경하면서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적립해 둔 충당금 범위 내에서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시중은행에 총 합산 60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제재심 결과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금감원은 "지난번 금융위 보완요청에 대한 후속 검토 결과를 보고하고 제재심 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며 "이날 제재심 논의 의견 등을 종합해 세부사항을 확정하고, 빠른 시일내에 이를 금융위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금감원은 약 4조원 수준의 과징금을 최초로 산정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절반인 2조원으로 감경했다. 지난 2월에는 이보다 더 감경한 1조4000억원 수준의 과징금 제재안을 의결해 금융위에 넘겼다.

그러나 지난달 금융위가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 보완을 요구하며 금감원에 제재안건을 돌려 보내면서 추가로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번 제재심에서 은행권 위반 동기와 방법을 각각 '중'에서 '하'로 감경하면서 부과 기준율 자체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금감원이 의결했던 1조4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이자, 사태 초기 검토됐던 4조원과 비교하면 무려 85%가량 축소된 수준이다.

행정소송 부담에 실물경제 타격 우려···금융위 '브레이크' 통했다


금감원이 이번에 제재 수준을 대폭 감경한 데에는 단순한 법리 검토를 넘어 향후 소송 리스크와 정부의 강력한 포용·생산적금융 기조 등을 모두 고려한 복합적인 셈법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이미 약 1조35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진행한 만큼 추가 과징금 부과가 사실상 중복 부담 성격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과징금 수위가 과도할 경우 소송 제기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완강했다. 여기에 최근 법원이 잇따라 투자자 책임 원칙을 들어 일부 시중은행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놓은 점도 금융당국에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리하게 제재를 강행했다가 향후 당국이 패소할 경우 직면할 후폭풍을 감안해, 법원의 사법 판단 기류와 보조를 맞추는 실익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이에 더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생산적·포용적 금융 정책 기조와의 충돌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공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과징금 폭탄이 떨어지면 은행의 자본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실물경제로 돌아가는 공급을 조이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는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는 "과징금 부과로 인해 생산적 금융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하고 있다"며 제재 수위 조절에 대한 사전 교감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조 단위 폭탄' 피한 은행권···충당금 환입 효과 기대까지


대규모 과징금 축소가 현실화되자 은행권도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조 단위' 과징금이 현실화될 경우 올해 가뜩이나 불확실한 금융 환경 속에서 추가적인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해 왔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 4분기부터 홍콩 ELS 관련 과징금 가능성을 반영해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이미 관련 충당금으로 6000억원 가량을 선반영한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 ELS 판매액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3350억원)와 올해 1분기(976억원), 두 차례에 걸쳐 총 4326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어 신한금융은 1846억원을, 하나금융은 1137억원을 충당금으로 책정했다. SC제일은행은 충당금으로 1510억원을 반영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은행권에서는 충당금 적립 규모에 따라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순위권이 요동칠 정도로 홍콩 ELS 과징금 리스크가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익 차이는 561억원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접근한 KB국민은행의 충당금이 리딩뱅크를 가른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과징금 총액 69000억원이 이미 반영해 둔 충당금 규모 안쪽에서 묶이게 되면서, 은행들은 추가적인 재정적 충격이나 실적 훼손 없이 이번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일부 환입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아직 금융위 의결이 남아있는 만큼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제재 수위 축소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익명을 요청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내용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다만 사실관계와 법리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은행권이 자율배상 등 고객 피해 회복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들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직 금융위 의결이 남아있어 확신하긴 어렵다"면서도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향후 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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