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250억 늘 때 신용대출 2.6조 폭증코스피 8700선 돌파에 'FOMO' 빚투 가속한은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도 막차 심리 폭발
#1. 직장인 이모(35) 씨는 최근 마이너스 통장(신용대출) 한도를 5000만원까지 꽉 채워 늘렸다. 적용된 대출 금리는 연 4.8%. 불과 수개월 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높아진 금리지만 이 씨는 망설이지 않았다. 최근 가파른 강세장을 보이는 주식시장에서 대출 이자 비용을 가볍게 웃도는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이 씨는 "금리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주변 동료들이 투자로 수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나만 기회를 놓쳐 영원히 뒤처질 수 없다는 불안감이 더 컸다"며 "일단 실탄을 확보해 증시에 태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이 더욱 강해졌지만, 역대급 증시 호황 속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연 6%대에 육박하는 고금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대 심리가 증폭되면서 빚투족들이 대출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총 106조99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말(104조3413억원)보다 2조6496억원 급증한 규모로, 지난 2021년 4월(6조8401억원) 이후 5년1개월 만에 최고치다. 당시에도 코스피가 3200선을 처음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도 연일 새 역사를 쓰는 코스피지수가 대출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오전에도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 8700선을 넘는 동시에, 전체 시가총액도 7100조원을 돌파하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담대 찔끔 늘 때 신용대출 '100배' 폭발···머니무브 뚜렷
연초만 하더라도 신용대출 잔액은 감소세를 이어왔다. 올해 1월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약 2230억원 감소한 104조 7455억원을 기록했고, 2월 말에도 전달 대비 약 4335억원 감소한 104조 312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3월부터 오름세를 타더니 코스피지수 8000을 찍은 5월 들어 유독 신용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역대급 상승장 속에서 'FOMO(소외 공포·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불안감)'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이 770조2728억원으로, 4월 말(767조2960억원)과 비교해 2조9768억원 늘어난 가운데, 개인 신용대출(+2조6496억원)이 주택담보대출(250억원)보다 100배 넘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보면 대출 자금이 증시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은행은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직접 "기준 금리 인상의 적절한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시장에서는 하반기 두 차례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이자 부담 때문에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대출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오히려 "지금 대출을 받지 않으면 앞으로 더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하거나 대출 규제에 막혀 영영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공포가 투자자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이미 5%를 넘어 6%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연 4.16∼5.85%를 기록했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 대출 금리도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금리 상단 6% 위협에 차주 부담 가중···"변동성 우려"
당장 내야 할 이자가 불어나는 상황에도, 투자자들은 자산 상승 속도가 금리 인상 속도보다 빠를 것이라는 '위험한 베팅'에 가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코스피는 8000선을 돌파한 이후 급락과 급반등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증시 변동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융사의 과도한 빚투, 레버리지 투자를 부추기는 행위와 일부 핀플루언서의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높은 수준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권도 여신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 속에서 신용대출 폭증세를 예의주시하며 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 조이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대출 수요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에서 비은행권으로의 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금리인상기에 차주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금융권 전체 기타대출은 687조162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조8372억원 증가했다.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은 3개월 새 5774억원 감소한 반면, 기타금융기관의 기타대출은 7조9000억원가량 늘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은행 예금이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흐름이 뚜렷해지자 예금 금리를 높이며 수신 방어 경쟁에도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710조8994억원으로, 4월 말 696조5524억원 대비 14조3470억원 급증했다. 요구불예금 잔액이 70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6월(725조 6808억 원) 이후 47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의 경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언제든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외 악재로 주가가 하락해 기대 수익률이 이자 비용을 밑돌 경우, 차주들의 부담이 금융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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