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패션 '자사몰 독립' 전략, 손익 중심 재정립 필요

오피니언 기자수첩

패션 '자사몰 독립' 전략, 손익 중심 재정립 필요

등록 2026.05.21 19:06

양미정

  기자

reporter

국내 패션업계에 '이커머스 독립'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는 이미 수년이 흘렀다. 플랫폼에 지급하는 높은 수수료를 줄이고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겠다는 명분 아래 중견·대형 패션 기업들은 앞다퉈 자사몰 강화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겠다는 이 전략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자체 온라인몰을 키우면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충성 고객을 직접 관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수익성 개선까지 가능하다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시장의 현실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내수 소비 둔화와 패션 수요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사몰 중심 전략의 효율성은 빠르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개별 브랜드 앱을 일일이 찾기보다 다양한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하고 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대형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사몰 트래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고비와 멤버십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지만 그 효율은 예전과 같지 않다.

문제는 비용 구조다. 자사몰 강화를 위해 인스타그램, 유튜브, 포털 광고와 앱 설치 유도, 각종 멤버십 프로모션에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유통망에 대한 지급수수료는 기대만큼 줄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자사몰과 외부 플랫폼, 오프라인 유통망을 동시에 유지하는 '이중 비용 구조'가 고착되는 양상이다.

특히 자본력이 제한된 중견 패션사일수록 부담은 더 크다.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자체 앱 트래픽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 획득 비용은 상승하고 구매 전환율은 둔화되고 있다. 플랫폼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자사몰 전략이 오히려 고객을 직접 유입시키는 비용을 더 키우는 역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자사몰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고객 데이터 확보, 멤버십 운영, 브랜드 경험 강화 측면에서 자사몰의 역할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이를 플랫폼의 완전한 대체재로 보는 접근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유통 구조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모든 고객을 자사몰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은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플랫폼 탈출'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채널별 기능 재정립이다. 자사몰은 충성 고객 관리와 핵심 상품 판매, 브랜드 정체성 강화에 집중하고 플랫폼은 신규 고객 유입과 외형 확대, 재고 소진 채널로 활용하는 식의 분리가 필요하다. 동시에 각 채널별 수익성과 비용 구조를 냉정하게 따지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결국 패션업계가 경계해야 할 것은 플랫폼 의존 그 자체라기보다, 명분에 기대 비효율을 방치하는 구조다. '독립'이라는 말의 상징성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손익이다. 자사몰은 판관비 통제와 채널별 손익 관리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플랫폼 종속을 완화하는 현실적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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