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준혁신형 등급 신설로 기업별 차등 적용중견 제약사 위한 한시적 특례, 산업 구조재편 신호탄R&D 투자 선순환 위협 부각···업계 실효성 의문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약가제도 개선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건보 재정 효율화와 산업 구조 재편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총 2조 1000억~2조 4000억 원 규모의 누적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제네릭을 핵심 '캐시카우'로 삼아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를 고려해, 기업 유형별로 약가 인하 속도에 차등을 두는 연착륙 방식을 택했다.
일반 제약사와 최대 4년 격차···핵심은 '인하 속도 조절'
이번 개편으로 기존 대형사 위주의 '혁신형 제약기업' 아래에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보완 트랙인 '준혁신형 제약기업' 구간이 신설됐다. 동일한 45% 약가에 도달하더라도 적용 시점에 차이를 두어 R&D 투자 비용을 회수할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취지다.
일반 제약사의 기등재 제네릭은 당장 올 하반기 51%를 시작으로 2027년 49%, 2028년 47%를 거쳐 2029년 45%에 수렴한다. 불과 4년 내에 약가 인하가 완료되는 구조다. 준혁신형 기업으로 지정되면 기등재 약가 조정 시 47%의 특례 산정률을 3년간 보장받는다. 이후 단계적 하락을 거쳐 최종 45%에 도달하기까지 최대 8년이 소요되므로 일반 제약사 대비 4년의 방어 기간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49% 특례율을 4년간 보장받아 혜택의 폭이 가장 크다.
신규 제네릭 등재 시 적용되는 가산 비율도 세분화됐다. 혁신형은 최대 4년간 60%의 약가를 보장받는 반면, 준혁신형은 50%의 가산을 1+3년(추가 3년은 국내 생산 조건 충족 시)간 적용받는다. 혁신형 문턱에 이르지 못했으나 R&D 투자 비율이 높은 중견 제약사들을 제도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매출액 대비 R&D 5~7% 기준 검토···업계 "완전한 보상엔 한계"
준혁신형의 주요 지정 요건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이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은 5% 이상, 1000억 원 미만 기업은 7%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단, 최근 5년 내 리베이트 등 약사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는 기업은 원천 배제된다. 구체적인 지정 절차와 대상 규모는 올 하반기 중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제약업계는 제도 신설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는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우대 특례를 적용받는다 해도 궁극적인 지향점이 '약가 인하'인 만큼, 현행 53.55% 체제와 비교하면 전반적인 실적 하락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준혁신형 제도는 급격한 매출 하락을 막는 '충격 완화 장치'일 뿐, 깎여나간 약가를 메울 완전한 인센티브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R&D 선순환 구조의 붕괴다. 제네릭 처방을 통해 창출한 이윤을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떨어지면 인건비와 시설 투자 축소 등 R&D 우선순위 조정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준혁신형 제도의 실효성은 올 하반기 확정될 실제 지정 대상 규모와 세부 운영 세칙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비중이 낮은 대형 제약사에는 제네릭 약가 인하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기존에 약가개편으로 중소·중견 제약사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준혁신형 제약기업 신설이 실제로 어느 정도 완화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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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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