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의무 없는 선급금 포함 대형 계약 성사전통 제약사 아닌 신설 뉴코에 기술 넘겨글로벌 자본 기반 맞춤형 바이오 협력 강화
국내 바이오텍 큐라클과 맵틱스가 공동 개발 중인 망막질환 이중항체 후보물질 'MT-103'이 총액 1.56조원 규모 기술이전(L/O)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딜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건 계약 규모가 아닌 기술이전 대상이다. 기술이전 주체가 전통적인 다국적 제약사가 아닌, 글로벌 자본이 특정 파이프라인을 위해 맞춤형으로 설립한 '뉴코(NewCo·신설법인)'라는 점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큐라클은 최근 맵틱스와 공동 개발한 MT-103을 미국 소재 신설 법인 메멘토 메디슨스(Memento Medicines)에 기술이전했다고 밝혔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0억7775만달러(원화 약 1조5636억원)다.
전체 규모 중 반환 의무가 없는 확정 수익인 선급금(Upfront)은 800만달러 수준이다. 이후 임상 개발 및 허가 마일스톤으로 8225만달러(약 1228억원), 최종 상업화 달성 시 9억8750만달러(약 1조4738억원)를 순차적으로 수령하는 구조다. 큐라클과 맵틱스는 지난 2024년 7월 맺은 공동연구개발 계약에 따라 이번 수익을 정확히 50 대 50으로 나눈다. 큐라클 귀속분만 따져도 선급금 400만달러(약 60억원)를 포함해 최대 5억3887만달러(약 8043억원) 규모 권리를 확보한 셈이다. 아직 인체 대상 임상에 진입하지 않은 전임상(Pre-clinical) 단계 후보물질이란 점을 감안하면, 초기 기술력과 데이터의 잠재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계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파트너사인 메멘토의 성격이다. 메멘토는 MT-103의 임상 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글로벌 벤처캐피털(VC)과 투자사가 자금을 모아 세운 독립된 '뉴코'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뉴코 모델은 가장 뜨거운 화두다. 과거 기술이전이 원개발사에서 거대 제약사(Big Pharma)의 방대한 내부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자산을 편입시키는 '직거래' 방식이었다면, 뉴코는 유망한 특정 자산만 따로 떼어내 새 회사를 차리는 방식이다.
이는 라이선싱과 지분 투자가 결합된 구조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금이 여러 파이프라인에 분산되지 않고 타깃 자산 하나에만 집중되므로 리스크 통제(Ring-fencing)와 가치 평가가 명확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원개발사 역시 단순히 마일스톤을 기다리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신설 법인 지분을 일부 확보해 향후 기업공개(IPO)나 대형 제약사로 인수합병(M&A) 시 발생하는 대규모 '업사이드(추가 수익)'를 공유할 수 있는 선택지다.
특히 아시아의 우수한 바이오 자산을 서구권 자본과 전문 경영진이 넘겨받아 뉴코를 설립하는 모델은 근래 들어 글로벌 벤처 생태계의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2025년 한 해에만 아시아 자산을 기반으로 한 뉴코가 최소 13곳 출범했고, 2026년 5월 중순까지 최소 7곳이 추가로 세워졌다. 중국 헝루이제약의 비만 치료제 자산을 들여와 4억달러(약 5500억원)의 대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카일레라 테라퓨틱스(Kailera Therapeutics), 중국 키메드의 항체 자산으로 출범한 팀벌라인 테라퓨틱스가 대표적이다. 올해 3월에는 미국 기반 뉴코 R1 테라퓨틱스가 중국 알레번드가 개발하는 고인산혈증 치료제 후보물질 'AP306'의 중화권 외 전 세계 권리를 확보했다.
국내에서는 디앤디파마텍의 비만 기술을 도입했던 멧세라가 성공적으로 파이프라인을 육성한 뒤, 지난해 11월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Pfizer)에 전격 인수되며 '엑시트(Exit)' 모델을 증명하기도 했다.
메멘토가 수많은 후보물질 중 MT-103을 선택한 배경에는 시장의 '미충족 수요'가 있다. MT-103은 기존 망막질환 치료제의 핵심인 '항-VEGF(혈관내피성장인자 억제)' 기전에 'Tie2 활성화' 기전을 결합한 이중항체다. 습성 황반변성이나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에게 기존 치료제가 갖는 내성과 한계를 극복하고, 신생혈관 억제와 혈관 안정화를 동시에 유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모달리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이번 계약은 전체 계약 규모 중 91.6%가 상업화 성과에 연동된 이른바 '백로디드(Back-loaded)' 조건이다. 결국 이번 딜의 성패는 당장의 현금 유입보다 향후 임상 진입 속도와 자금 조달 능력에 달려 있는 셈이다.
시장의 눈은 향후 발표될 메멘토의 '투자자(LP) 명단'으로 향하고 있다. 뉴코에 자금을 댄 주체와 경영진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면 MT-103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큐라클 측은 "메멘토는 큐라클의 자회사가 아닌 미국 및 유럽 글로벌 투자사가 설립한 뉴코로, 향후 2~3주 내 메멘토 측의 공식 PR이 진행되면 참여 투자사 면면과 경쟁력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메멘토 설립에는 글로벌 탑티어(Top-tier)급 투자사가 참여하였으며, 메멘토 측에서도 머지않아 관련된 내용에 대한 기업 PR 및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공식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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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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