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선 뚫고 급등락 반복···방향성 잃은 외환시장환헤지 마비된 수출입 기업···눈덩이 비용에 직격탄자본비율 깎이는 금융지주···주주환원 밸류업 먹구름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외환시장의 흐름은 '롤러코스터 장세'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가파르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며 원화 가치는 연일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1.6원 상승한 1508.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의 궤적은 극심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6일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 선을 돌파해 출발(개장가 1501.0원)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을 깼다. 이후 19일에 종가 기준으로 15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일에는 1500.6원으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1500원대에 안착하는 등 고착화 우려를 키웠다.
변동성은 23일에 극에 달했다. 중동 불안 고조 및 달러화 초강세 여파로 종가 기준 1517.3원까지 폭등했다. 하루 만에 15원 이상 치솟는 패닉 장세가 연출된 것이다. 다만 바로 다음 날인 24일, 당국의 미세조정 경계감 속에 1495.2원까지 곤두박질치며 하루 만에 20원 넘게 급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후 25일에는 1493.0원까지 하락 출발해 1400원 후반대에서 안정세를 찾는 듯했으나, 단 하루 만인 26일 다시 1507.0원에 마감하며 1500원대로 굳건히 재진입했다.
불과 열흘 남짓한 사이 1500원 선이 뚫린 뒤 1517원대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1490원대로 추락한 후 급반등하는 기형적인 급등락이 반복됐다. 상하단 변동폭이 20원 이상 벌어지는 가운데, 수출업체의 네고물량과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가 무질서하게 충돌하며 장중 수급 변동성마저 극대화되고 있다.
기업 덮친 나비효과··· 환헤지 붕괴·수입물가 폭등
극단적인 환율 변동성은 실물 경제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가장 심각한 뇌관은 기업들의 환리스크 관리(Hedge)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파생상품을 통한 환헤지 비용이 급증한다. 현재처럼 1500원 안착 여부조차 불확실한 널뛰기 장세에서는 기업들이 적절한 헤지 시점을 잡지 못해 환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방향성을 잃은 기업들의 자금이 환헤지 시장에서 대거 이탈하는 현상까지 관측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원자재를 전량 해외에 의존하는 수입·내수 기업의 펀더멘털은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 결제 대금을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 수입업체들은 매일 불어나는 원화 환산 비용에 짓눌리고 있다. 항공, 해운, 정유 업계는 물론, 기존 1400원대 중반에 기준 환율을 맞췄던 면세업계 등은 영업이익이 감소할 위기에 처했다. 기업의 수입 단가 상승은 결국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 구매력까지 위협하게 된다.
금융지주 자본적정성 '뚝'··· 밸류업 제동 걸리나
변동성의 여파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건전성 지표와 주주환원 전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환율이 오르면 금융지주가 보유한 외화대출 등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진다. 이는 위험가중자산(RWA)의 증가로 직결되어 은행의 핵심 자본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끌어내린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주요 금융지주의 자본비율은 약 0.01~0.02%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기업 밸류업'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금융지주사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하려면 규제치를 상회하는 안정적인 CET1 비율의 유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환율 급등락으로 자본비율이 훼손될 경우,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주주환원에 투입할 실탄을 줄일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 불안이 증시 부양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상단 변동폭을 1520원 선 이상까지 넓게 열어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의 비정상적인 변동성이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520원 상단에 근접할수록 달러 매도 수요가 강해지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전쟁이 지금보다 격화할 경우 적정 상단보다 오버슈팅할 수 있지만 일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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